이제 네번째 시간이 지나갔네요. 저는 이제야 청년과정의 친구들과 좀 적응되는 느낌입니다.
이번 강의는 은평전환마을 활동가인 소란씨를 초대해서 강연을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피크오일을 얘기하시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설명하셨는데요. 피크오일이란 전 지구의 석유매장량이 절반정도 남았을 때를 말하는데요, 피크오일 지점을 지난 이후에는 석유시추비용이 증가하면서 석유값이 상승하고 유가 상승에 따라 경제성이 없었던 유전들도 다시 석유시추를 하게되면서 석유고갈이 가속화되고 유가는 지속적인 상승, 석유매장량은 점차 줄어들다 순식간에 석유산출량이 절벽처럼 떨어지게 된다는 이론을 말해요.

일반적으로 피크오일지점이 2000년대 초에 지났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석유값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바로 새로운 형태의 석유시추가 개발되었기 때문인데요, 바로 샌드오일이라는 모래석유 시추방법입니다. 일각에서는 샌드오일이 지구경제를 살렸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실제 샌드오일을 시추하기위해서는 더많은 지하수의 고갈, 오염수의 유출이 생긴다고 해요. 더 치명적인 방법으로 석유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샌드오일 시추 후 오염수 유출)
이렇게 석유에너지 사용이 불러오는 환경적 문제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지구온난화입니다. 지구 온난화는 이미 우리들이 체감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최근에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비행기의 바퀴가 활주로에 녹아버린 경우도 생겼다고 해요. '누가 내 비행기를 멈췄나'. 바로 많은 에너지를 쓰는 지금의 산업구조와 생활방식, 그리고 그 시스템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이 비행기를 멈춘 범인이겠지요.
지금의 지구온난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삶의 변화를 일으켜야 할까요? 지구에 사는 모두가 삶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정말 변화를 위해 필요한 숫자는 5%라고 해요. 수치적으로는 작아보이는데, 60억 인구의 5%는 음.... 3억 정도? 앵? 너무 많잖아. 그게 아니고요, 5%는 변화를 일으키는 숫자를 말해요. 지역이나 한 국가 구성원의 5%가 변화하면 그 국가 공동체나 지역 공동체가 변화하게 된다는 거죠. 가령 부산지역의 경우, 부산의 5%가 삶의 변화를 일으키면 부산지역의 변화가 가시적이고 전면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는 거죠.
우리 사회에는 기후변화 뿐만 아니라 핵문제, 자본주의, 경쟁, 엘리트주의, 전쟁위기, 혐오, 가부장제 등 수많은 문제들이 있고 이 문제들이 서로 연결되어 사회를 변화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이 변화는 단지 '생태주의'로의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에요. 관계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한 거고, 그것은 마을공동체 단위에서, 혹은 집단단위에서 5%가 함께 연대하여 전환할 때 가능한 것이겠죠.
그렇게 삶을 전환하자고 선언하고 그것을 마을 단위에서 실천하는 운동, 그것이 바로 전환마을운동이라고 해요. 전환마을 운동은 예전 생태공동체 운동이 같은 이념과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특정한 지역에 집단 이주하여 마을을 만드는 운동과 달리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이웃들과 연대하여 함께 기후변화와 지구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전환마을을 선언하여 그 선언을 실천하는 운동이에요. 이 과정에서 중요한 방법적 도구(툴)로 쓰이는 것이 바로 '퍼머컬쳐'입니다. 짐 모리슨이란 분이 동아시아 한중일의 농사법과 풍수지리 등에 대해 서양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제시한 방법론이 퍼머컬쳐인데요, 영국의 킨세일마을에서 퍼머컬쳐 수업 도중 마을의 변화를 위해 마을을 디자인하고 그 디자인을 계획적으로 실천할 방법들을 마련하여 주민들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갔었고, 그 변화를 위한 운동의 개념을 '전환마을'이라고 최초로 명명하게 된거죠. 그리고 두번째로 그 전환마을의 개념을 받아들인 곳이 바로 토트네스. 토트네스는 원래 좀 영국에서도 이상한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유명했는데요. 그 기원이 무려 100년 전 인도의 타고르 시인이 이곳에 만든 옛 성터와 마을기금에 있다고 해요. 그리고 지금은 전 세계의 50여개의 나라에서 일만개의 전환마을이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에는 전환마을 은평, 전환도시 신촌, 전환마을 충무로, 전환마을 금산, 전환마을 순천향림골, 전환마을 대구성서, 전환마을 화성이 있고 대안학교들과 연대한 16개 대안교육현장에서 전환학교 연대를 출범했다고 하니 우리가 한번 찾아가보면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럼 어떻게 전환마을을 만드냐? 돈도 없고 친구도 없고 이미 환경문제를 얘기하는 사람도 많고, 나는 힘도 없고 자격도 없는데. 게다가 뭔가를 하기에는 확실이 늦은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소란은 자신이 토트네스에 처음 간 다음날 슈퍼마켓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줬어요. 뭔가를 먹으로 슈퍼마켓에 갔는데, 할머니 다섯분이 자신을 둘러싸더니 슈퍼마켓을 이용하면 지구가 망하고 후손들의 터전을 망치며 지역경제를 죽인다고 마구 협박을 했다는 거에요. 당시엔 생태가 뭔지도 몰랐던 소란은 그럼 어떻게 제가 무엇을 먹을 수 있죠? 하고 물으니 지역의 로컬푸드마켓 텃밭을 소개시켜줬고, 거기서 텃밭을 일구면서 먹을거리를 자급하게 됐다고 해요. 그때의 할머니가 바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였단걸 1년 뒤에나 알게 되었다는 사실. 그런데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왜 유명한지는 한참 뒤에나 알게되었단 사실.

(소란이 협박받았다는 토트네스의 그 슈퍼마켓, 한국의 전환마을 활동가들이 사진찍으러 몰릴 듯)
저는 그 행동하는 할머니들, 그리고 대안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주민들의 움직임이 놀랍게 여겨졌는데요. 바로 스스로 하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 운동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늦었다고 생각해도 자신이 있는 곳, 그곳의 슈펴마켓에서 시위를 벌일 수 있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거죠. 다이소에 가서 물건을 사서 쓰기보다 비록 보잘것 없지만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 그래서 작지만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 그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죠.
그래도 돈도 없는데 어떻게 해? 이렇게 물을 수 있지만 실제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들은 우리 주변에 있기마련이에요. 하지만 그것을 자원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없는 것이 문제지요. '그 지역이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은 이미 그 지역에 있다.' 저는 이 문장의 앞부분이 인상깊은데요. '그 지역이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란 말을 생각해보면, 사실 어떤 지역이든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고 그 지속을 위해 자원들이 만들어지고 생성되고 존재해왔던 것이 당연한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도 계속 외부의 투입, 뭔가 필요한 것은 돈을 주고 사야된다는 인식이 우리에게 많은 것 같아요.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필요한 것을 찾아낼 수 있는 눈이 필요한 거죠.
또한 전환마을은 하고싶은 사람이 하고싶은 때에, 하고싶은 것을, 원하는 만큼 한다는 모토에요. 이것도 참 좋았어요. 내가 능력이나 자격을 갖추고 하는 것도 아니고, 부담을 갖고 계속 해야 하는 것도 아니란 거죠. 그저 재미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재미가 없다는 것은 그것을 해낼 에너지가 없다는 것이고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걸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란 거죠. 모든 조직이 실패할 수 있고 하다가 재미가 없어지기도 하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부담이 생기고, 그만큼의 더많은 에너지가 든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할 것 같아요.
또 전환마을운동의 중요한 지점은 관계의 회복이란 점이었어요.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태양광발전기, 풍력발전기를 만들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관계를 회복하고 친밀해지고 그렇게 서로 물건을 나눠쓰다보니 에너지 사용을 목표치만큼 줄일 수있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다양성의 인정. 인종, 성별, 나이, 계층, 학벌, 종교 등 사람에 대한 구별과 편견을 넘어설 때, 우리가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런 구별들은 인간이 서로를 나누고 개별화시켜 공동체를 지속시키지 못하게 하는 힘이란 것을 다시 확인했어요. 누군가의 억압을 토대로 결속될 수 있는 공동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듯 해요.
은편전환마을은 내적 전환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관계망을 형성하고 유지한다고 해요. 일종의 명상의 시간인데요. 이곳에서 함께 얘기를 나누고 서로를 살피고 서로를 비추며 같이 성장하고 있다고 해요.
첫 시작은 게릴라 가드닝이라고 해서, 도로나 공공장소의 일정부분을 무단으로 밤에 몰래 흙을 붓고 식물을 심어 정원으로 만들어 버리는 활동을 했다고 해요.그러나 결과는 벌금고지서. 그래서 재활용 쓰레기들에 흙을 채우고 식물을 심어 각 단체들과 기관들을 찾아가 선물을 줬더니 지역의 빈 공토를 받게 되었고 그 뒤로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갔다고 해요.

(재활용 쓰레기에 흙을 담아 화분을 만든 모습. 처음에 주변 사람들은 동네 거지들인 줄 알았다함)
청년들의 작은 고민과 실천이 지금의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니 정말 놀랍고 기적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간 은편전환마을에서 이루어온 포스터들을 공유해봅니다.









이렇게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 은평전환마을의 실체가 궁금해지는데요? 도데체 어떤 조직일까요? 소란이 말하는 은평전환 마을의 실제 조직은 이렇답니다.

각 꽃이 자기 모습대로 피어있고 각자의 수술과 암술을 가진 독립된 존재로 피어나지만 또 한편으로는 모두 연결된 구조. 일종의 다단계 구조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되, 위계가 없고 권위가 없이 온전히 수평적인 관계를 갖춘 것. 이것이 생명력 넘치는 조직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강의에 놀라운 게스트가 왔었는데요. 바로 김해로 작년에 이사온 봄눈별과 함양 온배움터의 성호씨 수민씨, 그리고 부산한살림의 정외숙 사무국장님과 엄주영 물류팀장. 감사드려요.
소란과 함께 오신 분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답니다. 단체사진을 끝으로 이만 후기를 줄일게요.

특히 이번 강의에 처음 본 과정에 참가한 김주연씨도 오셨어요. 앞으로 함께 잘 지내요.
첫댓글 와.. 온배움터와 비슷하면서 다른 느낌.... 전환마을운동.. 참 매력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