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가 된 화주승
시주받은 재물을 함부로 하는 과보는 무섭습니다.
특히 불교의 인연설화 중에는 화주승(化主僧)으로서 탐욕을 일으켜 시주의 돈을 착복하고, 죽어 뱀이 된 실례가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옛날 한 노스님이 사미를 데리고 가다가 다리를 건너게 되었는데, 다리로 건너지 않고 물로 건너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사미가 여쭈었습니다.
“왜 스님께서는 편안한 다리를 버려 두고 힘들게 물 속으로 가십니까?”
“너는 모를 것이다. 이 다리를 놓을 때 내가 화주에게 재물을 맡겼더니, 화주승은 재물의 반 이상을 착복하고 다리를 대강 놓았다. 그 과보로 인해 대망이가 된 화주승이 여기 살고 있느니, 보고 싶으면 나를 따라 오너라.”
사미가 노스님을 따라 다리 밑에 이르렀는데, 스님께서《능엄경》한 편을 독송하자 큰 구렁이가 다리 밑으로 기어 나왔고, 그 뒤를 따라 여러 마리의 작은 뱀들이 기어 나왔습니다.
“저 작은 뱀들은 어찌돤 것입니까?”
“재목을 운반할 때 중간에서 도둑질한 일꾼들이다. 만약 저 무리들을 천도하려 하면 냇가에서 수륙재(水陸齋)를 베풀고 뱀들을 화장해 주면 된다.”
“제가 그 일을 맡겠습니다.”
사미가 3일 동안 정성껏 수륙재를 베풀자, 기어 나온 수십 마리의 뱀과 구렁이가 독경소리를 들으며 치솟는 장작불 속으로 기어 올라가 꼿꼿이 서서 죽었습니다.
“만약 천당이나 극락이 있다면 선인이 갈 것이요, 지옥이 있다면 욕심 많은 소인들이 갈 것이다.”
이 장면을 목격한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감탄하고 발심을 했다고 합니다.
사중의 직책을 맡은 스님들은 사중의 재물을 함부로 쓰는 일을 저질러서는 안됩니다. 인과응보의 지엄한 법칙을 생각해서라도 헛된 것에 눈을 돌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