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
한라산 백록담에 올랐다
1) 언제 : 2018년 2월 25일(일)
2) 어디를: 한라산 백록담
성판악 ~사라 오름~진달래대피소~백록담~삼각봉 대피소~용진각대피소~관음사
(18.3+1.2=19.5km)
3) 누구와 : 나, 선득규, 신형철 (3인)
4) 산행이야기 :
제주도 한라산(1,950m)정상에 올랐다.이번 산행은 지난 2017년 12월 22일 농협은행을 퇴임하고 제주시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신형철친구와 나의 산행 보디가드 선득규친구와 셋이서 다녀 왔다.한라산은 대형 분화구인 백록담과 화산활동으로 인한 해안 주상절리대 그리고 수 많은 오름등 지형이 독특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섬에 있는 산이다. 1970년 3월에 한라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며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나는 개인적으로 20여년 전에 부부동반 여름 산행을 왔다가 쏟아지는 폭우에 산행을 포기한 하고 그뒤에도 산행을 계획했다가 포기하곤 했던 늦은 한라산행이다.한라산은 하얀설산일 때 오르리라 마음먹었지만 시기가 늦어져 설산의 절정이 조금 지난 시기에 올랐다. 이번 산행을 차분히 다녀오기 위해 광주에서 토요일 오후에 출발하였고 산행은 일요일에 올랐으며 월요일 아침 항공편으로 광주에 돌아오는 일정이였다. 다소 늦은 한라산 탐방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며 그리 힘들지 않았고 적당한 눈길을 걸었으며 친구들과 담소하며 인생의 이야기도 나누는 산행이였다.산행기는 산행후에 땀의 여운이 남고 감정이 살아 있을 때 써야 한다.그러나 왠지 산행기 쓰기가 두려웠다.무슨 말를 써야 할까 망설여졌고 재미있게 써 질것 같지도 않았다. 오랬동안 산행기를 쓰지 않아서 미루기 시작했더니 산행을 다녀온지 두달이 넘었다.늦었지만 남은 기억을 추스려 산행기를 쓰기로 한다.이렇게 억지로 라도 써 놓으면 그 나마 남은 느낌이라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사실 산행의 완성은 산행기에 있는 것이다.
한라산 산행기를 남긴다.
어제 오후 제주시에 도착하여 제주항 근처에서 두 친구와 저녁를 먹고
긴 시간 상당한 이야기를 나누고 형철친구와 헤어졌다.
예약한 호텔에서 득규친구와 둘이서 자고 일어나 아침6시 즈음에 형철친구를 만나
출발 들머리인 성팍악휴게소에 도착한다.
성판악 버스승강장 옆에는 벌써 많은 차들이 주차하여 있고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성판악 휴게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준비하고 있었고
우리도 7시 30분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로에 눈은 녹지 않아 아이젠을 장착하고 출발한다.
산행을 시작할 때 조금은 엄숙하고 들뜬 기분이며 이제 백록담을 보는구나 생각했다.
성판악에서 한라산 정상까지는 9.6km의 거리이다. 휴게시간를 포함하더라도 5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겨울내 쌓인 눈은 등산로에 밧줄을 덮어 버렸다가 표면의 눈이 녹기 시작하여 경계의 밧줄을 드러내고 등산로는 미끄럽지는 않으나 모래을 밣은것 처럼 퍼근퍼근하여 걷기가 불편했다.
따뜻한 날씨이고 조금 걸었더니 벌써 덥다. 그래서 나는 두꺼운 옷은 벗어버리고
바람막이만 입고 걷는다. 20여분 걸었는데 형철친구는 벌써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이 친구는 의욕은 넘치는데 몸이 무거운 모양이다.그래도 그는 테니스로 단련된 몸이라
이 정도의 산행에는 별 문제 없을것 같았다.
등산로 주변에는 위치를 설명한 그림 약도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작지만 그림이라서
설명이 명쾌하다.2시간째 걸어 속밭대피소에 도착한다.성판악에서 속밭대피소까지는 5.1km였다.
완만한 오름이여서 빨리 걸었다.우리는 속밭대피소에서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한다.
그리고 사라오름 전망대 갈림길에서 사라오름 전망대로 향했다.
사라오름까지 거리는 600m로 가까웠다.
(사라오름)
우와! 감탄사가 나오는 멋진 절경이다.사라오름은 산중호수이다.
지금은 호수물이 얼고 눈이 쌓여있어 윤곽으로만 상상을 하지만 멋진 호수일것 같았다.
지긋이 눈 감고 상상 해 본다. 신록에 둘러 쌓이고 맑은 물에 하늘구름 반사되어 물위에 파란하늘에
하얀구름 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이곳이 명경지수 사라오름 산중호수였다.
지금은 얼음과 눈이 쌓여 호수의 윤곽만 볼 수 있으나 푸른신록에 둘러 쌓인 산중호수였다.
사라오름 데크전망대에서 득규친구와 기념사진 한장 남긴다.
사라오름은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숲속의 숨은 산중호수였다.사라오름을 보고 다시 1시간여 오르니
진달래 대피소가 보이는 언덕이다.이곳에서는 한라산 정상이 잘 보였으며 주변이 확 트여 전망이
좋았다. 형철친구는 조금 지쳐 보이고 득규는 역시 씩씩하다.
이름이 너무도 멋진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한다.나는 다른 국립공원 대피소처럼 취사가
가능한 대피소인 줄 알았다.그래서 가스버너와 코펠과 라면 그리고 커피를 준비 했는데 이곳에서는
취사가 불가능하여 취사를 포기하고 초코렛과 행동식으로 대충 떼우기로 한다.
한라산은 겨울에 많은 눈이 내리는 산이다. 지금 진달래대피소 주변에 쌓인눈은 대피소 처마까지
쌓였다가 녹아 내리고 있었다.
동반하는 선득규친구는 20대때 지리산 첫 종주 산행을 같이 했고 네팔 안나푸르나 트랙킹을
같이 했으며 지리산 천왕봉 눈꽃산행도 동반했었고 나의 백두대간 산행에도 동반산행 해 준
고맙고 멋진 친구이다. 그는 수시로 중요산행에 동반하는 보디가드 같은 친구이다.
휴식중에 지친듯한 형철 친구는 하산하기로 결정한다.오래도록 테니스에 몸이 다져져
좋은 친구였는데 최근 운동이 부족했는지 아쉬운 결정이다.한라산은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완만한
산이지만 산에서는 겸손한 결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정상 우측 하얀눈 경사면에 줄 서 오르는 사람들이 히미하게 보인다.
정상 수백미터 아래에 도착했다.여기서부터는 나무계단이 시작하고 정상까지 가파른 오름이다.
데크계단에서 내려다 본 진달래 평원은 드넓은 평원이였다.이곳의 넓은 평원은 기분을 넉넉하게
하고 기분을 여유롭게 했다. 나는 잠시 4~5월의 진달래가 피어 보랏빛 꽃잎이 하늘거리며
나풀거리고 창공에는 솔개 한마리 여유롭게 기류를 타며 날고 있는 평화로운 평원을 상상했다.
한라산 백록담 아래 진달래평원은 한번 더 오고 싶은 멋진풍광을 가진 곳이였다.
이제 정상 수백미터를 앞에 두고 눈 덮힌 비탈 경사면을 오른다.앞서 오르는 사람들은
지치고 숨이 가픈건지 서서히 오르지만 뒤에서 보는 자연스런 모습은 모두가 멋진 트랙커로 보였다.
마치 어느 만년설을 오르는 전문산악인들 모습이고 만년설을 간직한 어느 설산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오름을 오르는데 등산로옆 작은돌에 해발 1,900m라고 새겨진 표식을 지난다.
12시 무렵 한라산 정상(1,950m)에 올랐다.
나의 한라산 첫 산행이며 두번째 시도하여 오른것이다.
정상에는 분화구인 백록담이 있으며 분화구 크기는 지름이 500여m가 된다는 설명이 있었다.
한반도 남한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분화구인지라 경이로운 모습으로 보았다.
처음 본 백록담을 한번 보고 내려가기 아쉬워 다시 보고 또 본다.
나의 한라산행이 늦었지만 이렇게 라도 오르게 된것에 감사하고
날씨조차 화사하여 좋았던 산행기분에 스스로 도취되어 기분만땅 즐겁다.
(백록담 표시석)
같이 오른 득규친구는 발에 쥐간 난 모양이다.우리가 나이 먹어서 그런가?
나의 산행 보디가드가 발에 쥐가 내리다니? 상비약으로 가지고 다니는 혈행촉진제 아스피린
한알을 먹고나서 30여분후 상태가 조금은 나아졌다고 한다.
겨울내 운동을 덜 하다가 갑자기 빡새게 산행을 한것이 다소 무리가 됐나보다.
30여분 정상에 머물다가 북쪽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관음사까지는 8.7km로 가파른 비탈이 많고 계곡도 깊었으나 아래쪽은 건강한 소나무숲이 길었고
송진향이 진한 길이였다.
관음사로 향하는 길은 북향이라서 기온이 더 낮고 눈이 많이 쌓여 있으며 아직 깊은 겨울이다.
계곡의 급경사 눈길을 내려올 때 중심잡기 힘들어 죽죽 미끄러지고 미끄럼타며 내려오기도 했다.
그러다 완만한 능선을 만나 깊은 계곡을 비켜가는데 개미동 개미계곡 이란다.이제 급경사지 계곡을 통과하고 매끈하게 잘 지어진 삼각봉(1,695m)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삼각봉대피소는 그저 잠시 대피하여 머물다 가라는 평범한 건물이며 내부에는
나무 의자만 단아하게 있었다.
이제 삼각봉 아래 소나무 숲길을 지난다.이번 겨울 폭설에 소나무가지가 눈의 무게을 버티지
못하고 통째로 쓰러지고 나무가지가 부러진 모습이다.단지 눈의 무게을 견디지 못하여 쓰러진
소나무를 보며 자연의 힘이란 대단한것이구나 느꼈으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계곡 아래 자연동굴인 구린굴 지역을 지났다.제주도는 천연동굴이 많은데 과거에는
이 굴이 얼음을 저장하는 석빙고로 사용하였다는 안내글이 있었다.
하산길은 4~5시간쯤 걸었나 보다. 관음사 마당에 도착한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하산하고 미리 관음사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자신의 승용차에서 기다려 준
형철 친구를 만나 한라산행을 마무리 한다.
나는 한라산행을 눈이 많은 날 눈을 수북히 맞고 오르거나 하얀 눈꽃이 많이 핀날
시리도록 하얀세상의 한라를 오르고 싶었다.
인생사 마음 먹은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더 부지런하고 더 계획적이였다면
올 수 있었겠지만 나는 오늘의 산행도 그저 충분히 만족스럽다.
때로 조금 부족함을 넉넉함으로 인정하며 살고 싶음이기도하다.
이제 곧 남은 백두대간을 마무리 하고 이제 백두산 천지를 보러 가야겠다.
나는 열나게 걷는 지금이 너무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27일(금 )9시30분 역사적인 남북 정상 회담이 있었다.
"평화 그리고 새로운 시작"
"문제인대통령과 김정은위원장의 만남"
전 국민과 더불어 전 세계적인 뉴스였으며 "판문점 선언"이 있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이 땅에 평화와 화합이 있었으면 좋겠고
북녁의 백두대간도 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북한땅에서 백두산을 오르는 날을 소망 해 본다.
2018년 2월 25일 걷고 2018년 5월 3일 새벽에 썼다.
나는 돼지친구 예성 기남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