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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소녀가 달려가서 이 일을 어머니 집에 알렸더니
통상적으로 어떤 이의 가족이나 족보를 밝힐 때는 집안의 아버지 또는 남편 등 남자 가장을 언급한다. 그런데 모세는 리브가가 아버지 집에 알렸다고 하지 않고 어머니 집에 알렸다고 기록한다. 이후에도 리브가의 아비 브두엘은 이름만 언급될 뿐 리브가의 혼인에 대한 결정은 오라비 라반이 주도하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브두엘은 가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처지였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브두엘이 심한 장애나 질병에 걸려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집안에서 아버지와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행하지 않음으로써 아내와 자식들에게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인정받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29 리브가에게 오라버니가 있어 그의 이름은 라반이라 그가 우물로 달려가 그 사람에게 이르러
30 그의 누이의 코걸이와 그 손의 손목고리를 보고 또 그의 누이 리브가가 그 사람이 자기에게 이같이 말하더라 함을 듣고 그 사람에게로 나아감이라 그 때에 그가 우물가 낙타 곁에 서 있더라
31 라반이 이르되 여호와께 복을 받은 자여 들어오소서 어찌 밖에 서 있나이까 내가 방과 낙타의 처소를 준비하였나이다
32 그 사람이 그 집으로 들어가매 라반이 낙타의 짐을 부리고 짚과 사료를 낙타에게 주고 그 사람의 발과 그의 동행자들의 발 씻을 물을 주고
33 그 앞에 음식을 베푸니 그 사람이 이르되 내가 내 일을 진술하기 전에는 먹지 아니하겠나이다 라반이 이르되 말하소서
리브가의 오라비 라반의 사람됨이 어떠한지는 그가 자기 조카 야곱과 자기 두 딸 레아와 라헬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보면 명백히 알 수 있다. 라반이 아브라함의 종을 융숭하게 귀빈 대접을 한 이유는 리브가처럼 베푸는 마음이 아니라 종이 리브가에게 준 순금 코걸이와 팔찌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반은 혹시나 종에게서 무언가를 더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비열하고도 비굴하게 자기를 한껏 낮추고 종을 자기 주인 취급한다. 또한 그는 여호와 하나님을 모르는 우상숭배자였으면서도 마치 자기가 처음부터 여호와 하나님을 지극히 모셨던 것처럼 위장한다. 그는 원래 자기가 섬기던 드라빔이 도난 당하자 야곱의 모든 장막을 뒤집어 엎어 놓고 수색했던 자다. 그렇게 탐욕스럽고 음흉한 자가 아브라함의 종을 위해서 칠성급 호텔 지배인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브두엘의 소생이면서도 한 명은 고결한 성품을 가지고 다른 하나는 저주받을 사악한 성품을 지니는 모습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이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과 선택에 대한 징표이기도 한데 한 부모에게서 난 자녀라 해도 어떤 자녀는 선택되어 구원을 받고 어떤 자녀는 선택되지 못하여 멸망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선택된 자는 자기 공로로 구원 받은 것이 아니며 선택 받지 못한 자는 하나님 때문에 멸망 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죄 때문에 당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하나님께서는 리브가에게 선한 심령을 주셔서 아브라함의 며느리, 이삭의 아내로 삼으시기로 선택하셨고 라반에게는 자기 악한 본성대로 행하도록 내버려 두셔서 멸망을 당하게 하신다.
34 그가 이르되 나는 아브라함의 종이니이다
35 여호와께서 나의 주인에게 크게 복을 주시어 창성하게 하시되 소와 양과 은금과 종들과 낙타와 나귀를 그에게 주셨고
36 나의 주인의 아내 사라가 노년에 나의 주인에게 아들을 낳으매 주인이 그의 모든 소유를 그 아들에게 주었나이다
37 나의 주인이 나에게 맹세하게 하여 이르되 너는 내 아들을 위하여 내가 사는 땅 가나안 족속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택하지 말고
38 내 아버지의 집, 내 족속에게로 가서 내 아들을 위하여 아내를 택하라 하시기로
39 내가 내 주인에게 여쭈되 혹 여자가 나를 따르지 아니하면 어찌하리이까 한즉
40 주인이 내게 이르되 내가 섬기는 여호와께서 그의 사자를 너와 함께 보내어 네게 평탄한 길을 주시리니 너는 내 족속 중 내 아버지 집에서 내 아들을 위하여 아내를 택할 것이니라
41 네가 내 족속에게 이를 때에는 네가 내 맹세와 상관이 없으리라 만일 그들이 네게 주지 아니할지라도 네가 내 맹세와 상관이 없으리라 하시기로
42 내가 오늘 우물에 이르러 말하기를 내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만일 내가 행하는 길에 형통함을 주실진대
43 내가 이 우물 곁에 서 있다가 젊은 여자가 물을 길으러 오거든 내가 그에게 청하기를 너는 물동이의 물을 내게 조금 마시게 하라 하여
44 그의 대답이 당신은 마시라 내가 또 당신의 낙타를 위하여도 길으리라 하면 그 여자는 여호와께서 내 주인의 아들을 위하여 정하여 주신 자가 되리이다 하며
45 내가 마음속으로 말하기를 마치기도 전에 리브가가 물동이를 어깨에 메고 나와서 우물로 내려와 긷기로 내가 그에게 이르기를 청하건대 내게 마시게 하라 한즉
46 그가 급히 물동이를 어깨에서 내리며 이르되 마시라 내가 당신의 낙타에게도 마시게 하리라 하기로 내가 마시매 그가 또 낙타에게도 마시게 한지라
47 내가 그에게 묻기를 네가 뉘 딸이냐 한즉 이르되 밀가가 나홀에게서 낳은 브두엘의 딸이라 하기로 내가 코걸이를 그 코에 꿰고 손목고리를 그 손에 끼우고
48 내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하사 나의 주인의 동생의 딸을 그의 아들을 위하여 택하게 하셨으므로 내가 머리를 숙여 그에게 경배하고 찬송하였나이다
49 이제 당신들이 인자함과 진실함으로 내 주인을 대접하려거든 내게 알게 해 주시고 그렇지 아니할지라도 내게 알게 해 주셔서 내가 우로든지 좌로든지 행하게 하소서
아브라함의 종은 리브가를 만나 그녀의 집에 머물게 되기까지 여호와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것을 경험하고서는 이를 증거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허기진 것도 잊고 라반에게 간증한다. 아브라함의 종은 주인 아브라함을 평생 동안 섬기면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복을 주시고 보호해 주시는 것을 바로 곁에서 가장 가까이 지켜보았고 아마도 그럼으로써 자기도 하나님을 믿고 섬기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브라함의 지시대로 이삭의 아내를 구하러 오게 된 여정과 하나님의 준비하심을 구체적으로 간증한다. 그러나 그는 리브가가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이삭의 배필임을 99%까지 확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속단하지 않고 최종적으로 리브가가 자기와 함께 가기를 원하는지, 그녀의 가족들이 자기와 함께 보내기를 원하는지까지 철저하게 검증한다. 아무리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특심이 있다 하더라도 그 일이 완전히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철저히 성경말씀으로 검증에 검증을 거듭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일이 마지막 단계에서 어그러지더라도 이 또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알고 지나치게 아쉬워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신앙과 성품이 훌륭한 배우자 감을 만났다 하더라도 실제로 혼인에 성공하기까지는 함부로 속단하여 부부에게만 허락된 관계를 섣불리 행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거의 결혼을 결정하기까지 왔더라도 어느 순간에 어그러져서 헤어지게 된다 하더라도 그 상대가 자기에게 허락된 배우자가 아니었음을 겸손하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50 라반과 브두엘이 대답하여 이르되 이 일이 여호와께로 말미암았으니 우리는 가부를 말할 수 없노라
51 리브가가 당신 앞에 있으니 데리고 가서 여호와의 명령대로 그를 당신의 주인의 아들의 아내가 되게 하라
통상적으로라면 자기 가족의 혼인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대가 어떠한지를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상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라반은 자기 여동생의 혼인이라는 중대사를 두고도 이것저것 철저하게 살피고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재물에 눈이 어두워져서 아브라함의 종의 이야기를 아무 의심없이 믿어버리고 만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아브라함과 그의 종거ㅏ 아들 이삭이 모두 하나님 앞에 인정받은 의인이었길래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떠했겠는가. 앞서 말한대로 라반은 여호와를 섬겨서가 아니라 단지 아브라함의 종이 가지고 있는 재물이 탐나서 여호와의 명령대로 하라는 것일 뿐이다. 모르긴 몰라도 라반의 인성 수준으로 봤을 때는 재물을 위해서라면 자기 여동생도 팔아넘길 악인이다.
52 아브라함의 종이 그들의 말을 듣고 땅에 엎드려 여호와께 절하고
53 은금 패물과 의복을 꺼내어 리브가에게 주고 그의 오라버니와 어머니에게도 보물을 주니라
54 이에 그들 곧 종과 동행자들이 먹고 마시고 유숙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그가 이르되 나를 보내어 내 주인에게로 돌아가게 하소서
55 리브가의 오라버니와 그의 어머니가 이르되 이 아이로 하여금 며칠 또는 열흘을 우리와 함께 머물게 하라 그 후에 그가 갈 것이니라
56 그 사람이 그들에게 이르되 나를 만류하지 마소서 여호와께서 내게 형통한 길을 주셨으니 나를 보내어 내 주인에게로 돌아가게 하소서
57 그들이 이르되 우리가 소녀를 불러 그에게 물으리라 하고
58 리브가를 불러 그에게 이르되 네가 이 사람과 함께 가려느냐 그가 대답하되 가겠나이다
59 그들이 그 누이 리브가와 그의 유모와 아브라함의 종과 그 동행자들을 보내며
60 리브가에게 축복하여 이르되 우리 누이여 너는 천만인의 어머니가 될지어다 네 씨로 그 원수의 성 문을 얻게 할지어다
61 리브가가 일어나 여자 종들과 함께 낙타를 타고 그 사람을 따라가니 그 종이 리브가를 데리고 가니라
아브라함의 종은 먼 길을 와서 피곤했을텐데도 리브가가 이삭의 배필로 적임자라는 것을 마지막 단계까지 확인하자 조금의 망설임이나 지체함도 없이 다음날 바로 같이 떠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아브라함의 종은 끝까지 진득하게 기다릴 줄 알았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라 판명된 일을 실행하는 능력도 매우 신속했다. 이는 교회와 성도들이 그리스도께서 맡기신 사역을 하는데 있어서 그것이 과연 그리스도께 유익이 되는 것인지를 검증하는데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하게 준비하되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면 조금도 지체함 없이 신속히 해야 할 것을 가르친다. 그러나 실상은 모든 교회에서 교회의 앞날을 좌지우지 할 여러 중대사를 신중함 없이 경솔하게 결정하면서 그 모든 책임을 하나님께 돌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영성과 지성과 감성이 탁월할수록 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지, 1만 군사로써 2만 적군을 물리칠 수 있을지를 냉정하게 따져볼 수 있어야 한다. 오로지 감성에만 사로잡혀서 지성의 판단을 무시하는 것은 그의 영성의 수준이 매우 저열함을 드러낸다.
리브가는 우물물을 길으러 갔다가 하루아침에 결혼하게 될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런 급박한 순간의 기로에서 리브가가 내린 결정은 라반처럼 재물에 대한 탐욕 때문은 아니었다. 리브가는 아브라함의 종을 대면한 때부터 그들을 집에 영접한 후 식사 할 때까지 그 종의 됨됨이와 진실됨을 보았을 것이고 그 종의 모습을 통해서 남편이 될 이삭과 시아버지가 될 아브라함의 인품을 상상할 수 있었을 것이어서 선뜻 같이 가겠노라고 결정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리브가의 집안 분위기도 리브가의 결정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것 같다. 탐욕스럽고 사악한 인성을 가진 오라비 라반이 아비 브두엘을 대신하여 가장 노릇을 하는 이 집안에서 리브가는 도저히 선한 것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같다. 리브가의 결정으로 인해서 그녀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멸망 받을 집안에서 하나님께서 복의 근원으로 삼으신 아브라함의 집안으로 편입되는 은혜를 받게 된다. 그녀의 결정은 어쩌면 신자들이 인생의 어느 때에 성령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그리스도를 믿기로 작정하고 회심함으로써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고 의롭게 여김 받아 그리스도의 교회의 일원으로 속하게 되는 것과 같다.
62 그 때에 이삭이 브엘라해로이에서 왔으니 그가 네게브 지역에 거주하였음이라
63 이삭이 저물 때에 들에 나가 묵상하다가 눈을 들어 보매 낙타들이 오는지라
64 리브가가 눈을 들어 이삭을 바라보고 낙타에서 내려
65 종에게 말하되 들에서 배회하다가 우리에게로 마주 오는 자가 누구냐 종이 이르되 이는 내 주인이니이다 리브가가 너울을 가지고 자기의 얼굴을 가리더라
66 종이 그 행한 일을 다 이삭에게 아뢰매
67 이삭이 리브가를 인도하여 그의 어머니 사라의 장막으로 들이고 그를 맞이하여 아내로 삼고 사랑하였으니 이삭이 그의 어머니를 장례한 후에 위로를 얻었더라
이삭이 37세 때 어머니 사라가 세상을 떠나자 이삭은 3년 동안 아무런 위로를 얻지 못하고 슬픔으로 하루하루 지냈던 것 같다. 어느 날 평소처럼 들판에서 하염없이 어머니 사라를 생각하고 하나님께 위로를 받기 위해 묵상하는 도중에 드디어 어여쁜 여인 리브가를 아내로 맞아들이게 된다. 이삭이 그녀를 어머니 사라의 장막으로 들인 것은 리브가를 사라의 뒤를 이은 여주인으로 삼는다는 것을 공표하는 것과 같다. 이삭은 아내 리브가를 사랑함으로써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위로 받을 수가 있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교회와 성도들에게 고난과 슬픔을 주시기도 하지만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괴로움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으신다. 그러므로 어려운 시기에 있는 교회와 성도들은 이삭처럼 잠잠히 하나님의 뜻을 묵상하며 그리스도께서 위로의 방편과 수단을 주시기를 간구하는 것이 지혜로운 처사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고난과 슬픔이 너무 커서 견딜 수 없다하여 세상의 쾌락에 취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리브가는 남편이 될 이삭을 보기에 앞서 너울로 얼굴을 가림으로써 자기 매무새를 단정하게 한다. 그러한 리브가의 단아한 행실은 자신의 뛰어난 미모를 더욱 고결하게 돋보이게 한다. 오늘날 SNS에는 리브가는 저리 가라 할만큼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여성들이 차고 넘치는데 그 여성들은 대부분 자기의 저세상 미모를 너울로 가리기보다는 하나라도 더 드러내려 애쓴다. 그렇게 자기 신체를 아슬아슬하게 드러내면 수많은 사람들의 말초적인 호감을 얻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들에게서 고결한 존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화무십일홍 같은 한 때의 외모를 드러냄으로써 자기 품격을 비천하게 만들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지, 그런 관심을 끌지는 못하더라도 자기의 행실을 단아하게 꾸밈으로써 존귀히 대접을 받을지는 각자의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