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청암문학 신인문학상 공모 당선작.김혜영 시 심사평
심사위원 .석랑 조윤현(글
구상시인의 '시법詩法'이라는 시에서 "사과를 그리 다 보면 배가 되고 배를 그리다 보면 사과가 된다"
"나의 눈과 손에 신령한 힘이 깃들고 내려서 실재의 안팎을 고대로 그려낼 그날은 언제일까?"라고 했는데,
시를 쓰는 이의 마음과 읽는 이의 마음이 어긋나는 경우가 잦다는 말이기도 하고
쉽게 읽히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시 한 편이 그만큼 드물다는 말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의 형상화는 문학을 다른 모든 글과 구별해 주는 기준이 도는 것으로 신문 기사나 철학 논문이 가치 있는 체험을
객관적으로 '전달'함에 비해, 문학은 그러한 체험을 주관적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문학의 언어와 과학의
언어는 차이가 있다.
시는 추상적인 이미지나 감정 등을 분명한 이미지로 표현해야 한다. 함축성과 음악성을 살리면서도
구체적인 이미지를 드러내야 한다는 점에서 시의 형상화는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시는 일반적으로 시인의 사상과 정서를 주관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압축적인 언어로 노래한 문학이라고 정의한다.
이때 시인의 사상과 정서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표현 방법을 사용한다.
김헤영 님의 시 다섯편을 정독하다보면 시의 심성이 독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강한 흡인력이 있고
시를 읽을 때 마음속에 그려지는 감각적인 심상이나 느낌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김혜영님이 제출한 다섣 편의 시 중에서 첫 번째인'우리는 사계절 속에 행복하네'는
사계절을 네 단원으로 나누어서 첫 단원에서는 따스한 햇살, 녹아내린 얼음, 도룔뇽,
개구리를 등장한 봄을 그렸는데, 노래부른 봄꽃, 시냇물의 합창으로 강물이 여행을 떠난다는
시의 형상화와 혜학적이고 풍자적인 구상이 시법(詩法)에 맞추어 훌륭하게 표출되고 있다.
두번재 단원에서는 "여름은 녹음방초 산들이 푸르디푸르고 산에는 꾀꼬리와 이름 모를 새들이
모두 모여 합창을 하며 잘도 부른다"라고 산수화로 그렸고, 세번째 잔원은 "가을은 절정에 달아
요술쟁이들이 모두 모여 울긋불긋 산과 들판에 자수를 놓으며 요술 무대를 차려놓고 풍악을 울리며 신나게 잔치를 한다"
라고 가을의 운치를 정겹게 표현하였고 그리고 겨울이 찾아오면 "산속에 노루는 긴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이 태산이다
찬 바람 불어와 하얀 쌀 떡가루가 바람에 휘날린다"라고 겨울걱정을 내포하는 사계절의 오묘한 계절감각을 잘 표현하였다.
다음 시는 "세월은 지났어도 인정이 넘치는'제목으로 "그때가 좋았다"...로 시작한 시에서는
유년시절을 아기자기한 추억에 젖은 일들을 회상하면서
보리밭 김매기와 모내기를 하면서 새참을 먹던 일, 깡통우로 고기를 잡고
"층층이 쌓아 시루떡 만들어 떡판에 떡을 놓아
온 동네 이곳저곳 담 넘어 넘겨주며..."소박한 시골정경을 잘 묘사하였고,
겨울이면 사랑방에/모여 새끼를 꼬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감자와 고구마 화로에 구어 목이 마르면 동치미 썰어다 삼키면.오장육부가 다 시원했네"로 끝맺으며
성년이 되어서도 인정이 넘치는 심상을 잘 그린 시이기도 하다.
'아내가 차려준 밥상에'서는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정성껏 차린 밥상은
아내의 따뜻한 사랑과 믿음/그리고 애정이 넘치는 선물이다"로 시작하면서 "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영원히 아내를 사랑하자 영원 영원히 아내를 사랑하자!"로 끝을 맺으며
아내의 대한 부정(夫情)과 사랑이 넘쳐 흐르기도 하였다.
다음 시 나는 대나무 뿌리였다"에서 대나무를 아내로 비유하여 "아내는 대나무 마디마디가 되어
꼿꼿하게 버티었네!"아내의 마디가 없었다면 높게 뻗은 대나무가 어찌 꿋꿋하게 설 수가 있었겠는가!
(중략)아내의 그 깊은 속을 그 누가 아랴"로 끝맺으며 남편이 아내를 대하는 충심이 울어난는 시이다.
다섯번째 시는 '까치도 리모델링'이라는 제목으로 까치가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는 과정을
마치 우리의 삶을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온정이 넘치게 그리고 있다.
더우기 지극 정성으로 새끼들을 키우는 어미새의 까치집을 손보는 모습을
"오늘도 하나둘/건축자재 물어다/부지런히 리모델링이다"라고 멋있게 표현하고있다.
김혜영 님의 시를 읽고 있느라면 자연의 풍광을 영상으로 보는 듯 생생하게 그려져 있고
가정에서의 다정다감한 가족애를 느끼게 하여 독자의 심상을 정화하는 훈화적인 시라고 시평을 마치면서
신인상을 수상항 후에고 사물을 날카롭게 보는 심상과 시법으로 기성 시인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