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의 ‘울림’
* 飛龍비룡 辛鐘洙신종수 總務총무님 提供제공.
** 가을이 깊어가네요. 오늘, 가을 내려앉은 한잔의 커피와 함께 윤이상의 ‘울림’에 빠져보시는 것 어떠세요? **
“연꽃같이 맑고 깨끗하여라”
* 윤이상(1917-95)이 잠들어 있는 곳:경남 통영시 큰발개1길 38 통영국제음악당 야외쉼터 내
한류의 원조는 K-pop이 아니다. K-pop 이전에 K-classic이 있었다. 1972년 서독 뮌헨올림픽은 오페라로 그 막을 열었다. 그런데 그 오페라 제목이 「심청전(SIM TJONG)」이었다. 아니 지구 저 반대편 독일 땅에서, 그것도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70년대에 웬 「심청전」?
공연이 끝나자 유럽의 한 기자는 ‘윤이상과 한국에 올림픽 우승 트로피가 수여되었다’(박선옥, 윤이상평전,2017,삼인,477면)라고 기사를 썼다. 세계인 대부분이 한국이 어디 붙어 있는 나라인지도 모를 50년 전, 전 세계인의 눈과 귀가 몰리는 올림픽의 개막 축전 행사를 한국인이, 그것도 한국인의 전형적 정서인 「심청전」으로 만든 오페라라니.
세계인의 축제 뮌헨올림픽 서막의 주인공은 현대음악의 거장이자 세계적인 작곡가 재독 한인 윤이상이었다. ‘한국인’, 아니 ‘세계시민’ 윤이상이었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윤이상은 통영에서 서당과 통영보통학교를 마치고 아버지의 강요로 2년간 통영협성상업학교를 다닌다. 1933년 윤이상은 서울로 올라가 바이올리니스트 최호영에게 2년, 1935년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음악학교에서 2년간 작곡 등 음악이론과 첼로를 배운다.
귀국 후 교사생활을 하던 윤이상은 1939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이케노우치 도모지로로부터 작곡을 배우고 태평양전쟁이 일어나자 1941년 귀국한다.
1944년 반일혐의로 일경에 잡혀 두 달간 옥살이를 한 윤이상은 해방 후 통영문화협회 간사,
부산시립고아원 원장(1년), 통영현악 4중주단 첼리스트 등으로 활동을 한다. 1948년 이후 통영여고 등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윤이상은 1950년 동료 교사 이수자와 결혼하고 같은 해 가곡집 「달무리」를 출간한다.
1953년 서울로 이사해 서울대학교 등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며 작곡 활동을 하던 윤이상은
1956년 6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고, 1년 뒤인 1957년 7월 서베를린음악대학으로 학교를 옮긴다. 1959년 서베를린음대를 졸업한 윤이상은 같은 해 다름슈타트 국제현대음악제에 「일곱악기를 위한 음악」, 가우데아무스 음악제에 「피아노를 위한 다섯 개의 소품」을 출품해 각각 초연에 성공함으로써 유럽 현대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이후 활발한 작곡 활동과 함께 유럽과 미국의 다양한 음악회 및 강연회에 참가하며 1963년에는 강서대묘의 「사신도」를 보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 윤이상은 1967년 소위 ‘동백림 간첩단사건’에 연루되어 한국 중앙정보부에 의해 납치돼 20개월만인 1969년 2월 25일 대통령 특사로 풀려난다. 석방 후 독일로 돌아온 윤이상은 한국정부로부터의 재납치 위험과 협박을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독일로 귀화한다. 다시 작곡과 강연회 및 강의 활동에 나선 윤이상은 1972년 독일 정부로부터 뮌헨올림픽 개막 오페라 작품 제작 의뢰를 받아 오페라 「심청전」을 작곡한다.
1974년 김대중 납치 사건이 일어나자 윤이상은 한국의 민주화 및 통일 운동에 적극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한다. 아울러 작품 활동에 있어서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교향시 「광주여 영원히!」와 같은 현실참여 작품을 작곡하기 시작한다. 1977년 베를린 예술대학의 정교수로 채용되고 같은 해 8월에는 한국민주민족통일해외연합(한민련) 유럽본부 의장을 맡는다.
1990년 10월, 분단 45년 만에 남과 북 그리고 해외 한민족이 참여하는 제1회 「범민족통일음악회」 평양 개최를 성사시키고, 2달 뒤 서울에서의 남북한 ‘90 송년통일음악회’ 개최를 지원한다. 1991년 윤이상은 국제현대음악협회(IGNM)의 전 세계 명예 회원 8명 중 한 명으로 추대된다.
윤이상이 만 75세가 되는 1992년, 독일, 스위스, 일본, 북한 등 여러 나라에서 현대음악의 거장 윤이상 탄생 75주년을 축하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일본의 ‘윤이상 탄생 75주년 기념 페스티벌’ 행사는 윤이상의 실내악, 관현악 연주 및 강연회로 12일간에 걸쳐 진행된다. 윤이상은 1995년 생애 마지막 작품인 교향시 「화염에 휩싸인 천사」와 「에필로그」를 발표한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고향 통영을 그리며 베를린에서 영면에 든다.
현대음악의 거장 윤이상은 5편의 교향곡, 「심청전」 등 4편의 오페라, 「광주여 영원히」 등 20여 편의 관현악곡, 「동서의 단편」 등 40여 편의 실내악 곡,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등의 교성곡 및 동요 등 전체 150여 편의 작품을 썼다. 1995년 초 독일 고전주의의 중심지인 바이마르시(市)는 윤이상에게 괴테 상을 수여하면서 그를 ‘현존하는 세계 5대 작곡가’(박선옥,윤이상평전,2017,삼인,598면)로 평한다.
‘윤이상표 음악’은 동양고전의 미학과 서양 현대음악과의 절묘한 만남으로 평가된다. 오페라
「심청전」이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 고전에서 가져온 것이고, 감옥에서 완성한 「나비의 꿈」 역시 이름 그대로 「장자」의 호접몽에서 가져온 것이고, 실내악 곡 「영상」은 그가 평생 곁에 두고 보았던 고구려 강서대묘의 「사신도」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관현악곡 「바라」와 「오 연꽃 속의 진주여」 는 불교의 승무와 불교의 ‘6자 진언’인 ‘옴마니반메훔’, 오페라 「요정의 사랑」은 중국판 아라비안나이트 「요재지이」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이런 동양적 소재 또는 사상을 서양의 현대적인 작곡 기법으로 녹여낸 것이 바로 윤이상표 음악이었다. 전위주의적 방식은 지양하면서 자신만의 음악 어법인 중심음(Hauptton) 개념을 통해 변화를 지향한 것이 바로 윤이상 음악의 특질이었다(박선옥,윤이상평전,2017,삼인,542 참조).
윤이상은 경계인(境界人)이었다. 정치적으로는 남한과 북한의 경계에 있고, 사상적으로는 동양과 서양의 경계에 있고, 음악 기법으로는 현대음악과 고전음악의 경계에 있었다(박선옥,윤이상 평전,2017,삼인,544면 참조). 그러나 그 경계는 주변인으로서의 경계가 아닌 포용하는 자로서의 경계였다. 정치적으로는 남과 북을 한 민족으로 아울렀고, 사상적으로는 동양과 서양을 조화롭게 연결했고, 음악적으로는 전위의 정신을 눈여겨보면서도 고전을 수용했다. 그래서 그는 ‘세계시민’이었고 한쪽 끝만 고집스럽게 보려는 외눈박이들로부터는 당연히 다른 의미의 ‘경계(驚悸)’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1994년 윤이상은 자신에게 남아 있는 삶의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자 베르디의
「레퀴엠」을 찾는다. 그리고 그 「레퀴엠」을 듣고 또 듣는다. 떠남을 위한 준비가 아니었다. 마음에 남아 있는 마지막 숙제를 끝내기 위해서였다. 조국의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분신으로 죽어간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을 작곡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1994년 9월 17일 병상의 고통 속에서 자신의 생애 마지막 작품을 완성한다. 바로 교
향시 「화염에 휩싸인 천사」다. 작품을 끝낸 윤이상은 ‘나의 양심을 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것은 내가 나의 동포를 위하여 쓴 최후의 관현악곡이다’(박선옥,윤이상평전,2017,삼인,596면)라고 말한다. 음악가는 음악으로 자신을 전한다. 삶을 마무리하면서 윤이상이 조국에 보내는 마지막 그의 애정이었다.
동백림 사건 이후 조국의 거부로 살아생전 다시는 이 땅을 밟지 못했던 현대음악의 세계적인
거장 윤이상은 2018년 3월, 세상을 떠난 지 23년이 지나서야 고향 통영으로 돌아온다. 거장
의 영원한 안식처임을 알리는 너럭바위에는 ‘처염상정(處染常淨)’ 네 글자가 새겨진다. ‘연꽃같이 맑고 깨끗하여라’라는 고인에 대한 후인들의 기억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삶을, 그의 인품을 그리고 거기에서 나온 그의 음악을 ‘연꽃 같은 맑고 깨끗함’으로 기억한다는 뜻이다.
* 출처: 신동기 저 《울림》(M31, 2020년 9월 출간) p25-31- 4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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