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차 사역 보고 : 마지막 일정 - 코르테스 교회를 가다
산디노 (Sandino) 교회를 다녀 온지 이틀이 지났다. 내일은 알마스 (ALMAS) 정기 모임이 있기에 오늘 코르테스 (Cortes)를 다녀 오기로 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서쪽 기점에서 남쪽으로 주욱 내려가면 해변 마을 코르테스이다. 가는 것 자체는 어려움이 없으나, 숙소로 돌아올 때 얼마나 빨리 돌아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어쩌면 자고 와야 할 경우도 생기겠다.
터미널에 나가서 서쪽 방향으로 가는 차량을 기다린다. 구아네 쪽인 서쪽 방향은 이동 차량이 많다. 만약 버스나 까미용이 없으면 승합 택시도 탈 수 있을 만큼 그쪽 방향으로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중간 지점에서 코르테스로 가는 차량을 얼마나 빨리 갈아 탈 수 있느냐이다.
승강장 창문을 넘어 차량이 오는 지를 살펴보는데 누군가가 달려오며 나를 부른다. 뒤돌아 보니 간호사인 알마스 회원 밀뜨레 (Mildrey)였다. 지금은 방사선과 전문의(?)라고 한다. 엊그제 암 전문의사인 로날도 (Ronaldo)를 만나 한국 동전을 건네주었는데, 방사선과 (초음파 병행) 전문의인 밀뜨레와도 종종 일을 같이 한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뜻밖에도 터미널에서 만난 것이다.
그녀는 감리교 교회가 있는 로스 팔라시오 (Los Palacio)에 일주일에 두 번씩 병원 일을 하러 간다고 한다. 알마스 모임에서 보고 싶다고 하였으나, 병원 일과 교회 교사일로 참석이 어렵다고 한다. 다음 방문에는 그녀의 교회도 섬기고 싶다고 말을 하였다. (그녀의 교회는 라 팔마 교회와 같은 펜테 코스탈 -오순절- 교회이다.)
(터미널 출입구 반대편에서 본 모습)
(터미널에서 헤어진 후 밀뜨레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밀뜨레는 자신의 목적지로 출발하였고 곧이어 나도 내가 탈 차량에 탑승하게 되었다. 이 차량은 내 목적지보다 훨씬 못 미치는 곳이 종점이었는데, 승객이 너무 없는 관계로 행선지를 연장해서 가는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두 시간 정도 다른 차량을 기다리는 시간이 줄게 되었다. 행선지 구간이 늘어나니 역시 차량 안은 만원이다. 그래도 시간이 절약되어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중간 목적지에 도착해 코르테스로 가는 차량을 기다린다. 운이 없으면 족히 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5분도 채 안되어 까미용이 왔다. 사람들에게 두 번이나 물어 보았다. 정말 코르테스 행 차량이 맞느냐고. 게다가 승객이 많지 않아 붐비지 않고 여유 있게 탈 수 있었다.
(‘까딸리나 입구’라는 지역으로 갈 까미용)
(연장 운행을 하다 보니 다소 승객이 많다)
(5분도 안되어 코르테스행 까미용이 왔다.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다)
(승객도 많지 않아 편했다)
코르테스에 도착해 곧바로 교회로 향했다. 교회가 어딘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가운데 그리 헤매지 않고 단번에 찾을 수 있었다. 학창시절 수학은 못했어도 암기력과 기억력은 좋았는데 이럴 때 쓰이다니,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노크를 하니 사모님이 나오신다. 얼굴에 홍조를 띠실 정도로 정말 반갑게 맞아주신다. 오미크론 출현 전 코로나가 조금 잠잠할 때, 쿠바에 가겠다고 연락을 드렸는데 그 후로 시간이 꽤 흘렀고, 잊혀질만 할 때 갑자기 찾아왔으니 얼마나 놀랍고 반가우셨을까. 목사님 근황을 물으니 현재는 이웃 마을로 돈벌이를 하러 가셨다고 한다. 농사일이라고 하니 아마도 벼를 심으로 가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헌금 수입만으로 교회 운영을 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추측된다. 더군다나 이전 방문 때 언급했듯이 교회가 증축이 되었고 여전히 공사 중에 있으니 분명 추가적인 수입이 필요하실 것이다. 한국의 개척교회도 그렇지만 쿠바의 가정교회도 역시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준비한 헌금을 드리고 (헌금 액수가 너무 적게 느껴져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단에 대해 상의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망고 주스와 물을 따로 챙겨 주셨다. 현재 이곳을 나가는 차량이 거의 없을 텐데 어떻게 귀가할 것이냐고 물으신다. 이번이 세 번째 쿠바 방문인데 그 동안 다 알아서 귀가했으니 걱정마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내 얼굴을 보시면서 크게 웃으신다.
(미화 달러로 헌금을 드렸다)
(더 넓어지고 견고해진 교회. 페인트 작업중이라고 하신다.)
(준비한 자료를 보여드리고 오랜 시간 상의를 하였다)
두 시간 정도 기다리는데, 정말 차가 안온다.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세워 흥정을 하고 중간 기점까지 가기로 한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오토바이 체인이 끊어진다. ‘아~ 끝까지 쉽지가 않구나’ 라며 다소 맥이 풀려 있는데, 운전사가 반대 방향으로 가는 오토바이를 세워 연결해 준다. 한 동네 사람들이라 대충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숙소로 돌아 오는 차량을 또 한 시간 가량 기다린다. 다행히 지나가는 트럭을 잡아 타는데 성공했으나 숙소까지 가지 못하고 다시 산 후안 (San Juan)이라는 마을에서 내려야 했다.
(이 곳에는 마을 사람들이 애용하는 작은 해수욕장이 있다)
(타고 가던 오토바이 체인이 끊어졌다. 다른 오토바이로 갈아 타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다)
산 후안이라는 마을에서 숙소인 피나르까지 가는 차량은 오래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었다. 올라 타보니 젊은 군인이 짐칸에 앉아 있는데, 왠지 행객 같지가 않다. 운전자가 아버지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옆에 있는 아주머니는 당연히 어머니이다. 사진을 찍고 싶은데 이미 배터리가 소진된 상태이고, 젊은 친구가 너무 무쭉뚝해서 마음을 비웠다.
(산 후안이라는 곳까지 타고 간 트럭. 그 곳에서 숙소까지 오는 트럭을 또 잡아 타야 했다)
피나르에 도착해 운임으로 약속했던 100 페소를 주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내렸다. 숙소에 도착해 씻고 밥을 먹으며 마지막 미션인 코르테스 교회 방문을 회상해 본다. 오늘 도대체 차량을 몇 번이나 갈아 탔던 것인가. 무려 6번이나 바꿔 타면서 일정을 마쳤다. 그래도 큰 사고나 별 문제없이 교회를 방문하고 귀가할 수 있어 감사하다. 모든 일정을 소화함에 있어, 눈 앞이 막막한 상황에서도 항상 평탄한 길을 열어 주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