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시를 옮겨 적습니다
지하철에서 1 / 최영미
나는 보았다
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책속의 문장을 옮깁니다.
p407
'시간은 돈이다.' 이 말은 어느 시대 어느 민족에게나 잘 알려져 있는 가장 흔해빠진 격언이다.
이 격언을 뒤집어 놓으면 '돈은 시간이다'라는 아주 소중한 진실이 된다.
아침마다 연무가 장막처럼 어둡게 끼는 요즈음 나는 서재에서 탁탁 소리를 내며 훨훨 타오르는 난롯불을 찿아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이 진실을 생각해 보곤 한다.
ᆢᆢᆢ
돈은 시간이다. 나는 돈을 주고 많은 시간을 사서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돈이 없다면 나는 그 시간을 어떤 의미에서든 나의 것으로 삼을 수 없을 것이오, 오히려 그 시간이 나를 비참한 노예로 삼을 것이다.
돈은 시간이다. 그런데 시간을 사는 데는 돈이 그리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돈을 참되게 쓴다는 면에서 볼 때, 돈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도 돈을 충분히 가지지 못한 사람들만큼이나 군색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는 일생 동안 시간을 사거나 시간을 사려고 노력할 뿐, 그 밖에 문슨 일을 했을까?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손으로 움켜잡은 시간을 다른 손으로는 내다 버리고 있는 것이다.
ㅡ기싱의 고백 . 조지 기싱 지음. 이상옥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