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 생가에서.. 젊은태양02.10.16
남원 광한루에 춘향의 집이 있었다 삐꺽거리는 높은 대문을 들어서니 문간방이 젤 먼저 눈에 띠었다 난 시골출신이라 그런집에는 익숙해있어서 당숙어른네 집에 간 기분으로 들었는데 방문이 열려있어 쓱 들여다보니 방자란 넘이 새빨간 깍두기에다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고 있었다 생각치도않은 상황이라 이크~하며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섰었다
안채에는 월매하고 마실 온 친구인 듯한 여인네가 앉아 곰방대를 물고 있었고 부엌에는 향단이가 부뚜막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건너 채에는 우리의 주인공 춘향이가 이도령과 함께 주안상을 받고 있었는데 새파란 시금치나물 노란 전유어.. 등등이 갓 차려낸 상차림처럼 사실감있게 색깔도 선명한 것이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우리 나라 모형제작 기술이 너무도 섬세하여 감탄을 하고 말았다.
춘향방 앞엔 연못이 있었고 중앙에 춘향 이도령 인형과 단지가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다투어 동전을 던졌는데 단지 안으로 동전이 들어가면 축하하듯 온 집안에 사랑가가 울려 퍼졌다 함께간 언니는 사랑가가 울릴 때마다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난 춤엔 자신이 없어 언니의 흥을 돋우려고 얼쑤~~지화자~ 하며 추임새만 연신 넣었다
뒤꼍으로 가보니 아주 고풍스러운 장독대가 있었다 난 일일이 항아리 뚜껑을 열어보았다 장식용이기에 내용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난날 우리 집 장독대엔 감도 들어있었고 맛있는 젓갈이 골고루 들어 있었기에 혹시 춘향네집에 맛잇는 거 있으면 훔쳐먹으려고 열심히 뒤졌다.
춘향집옆에는 널이 있었다 널아~~ 너 본지 오래다 먼저 언니와 형부가 도전을 했었는데 우리형부 박자를 못 맞추고 뒤뚱거리기만 하시었고 올케 역시 도회지출신 이라서 널을 뛰지못하고 허리만 잡고 웃어댓다 마지막 널뛰기선수 태양은 어릴 적에 뛰어본 경험이 있었으므로 언니와 함께 제법 널을 뛰었다 힘이 부칠 때까지 신나게 널을 뛰었다 그 다음엔 춘향그네도 맘껏 타 보았다 정말 이도령이 날 보는지 광한루 쪽을 흘금흘금 쳐다보면서 멀미가 나도록 탔다.
나이가 들어가니 언니 형부 오빠 올케랑 여행을 하면 모두들 친구처럼 잘 어울린다 언니가 춤을 추던 내가 추임새를 넣건 널을 뛰다 우스워 속옷을 적셔도(?) 아서라 말아라 말리는 이가 없고 함께 깔깔거리며 즐거워한다 해변에서 남이 버리고 간 모닥불을 지펴놓고 초등시절 배운 포크댄스를 선동해도 모두들 손을 잡고 뱅뱅 돌며 따라해 주는 그런 언니 오빠들이다 언니가 전주에서 사는데 남원을 수없이 다녔는데도 한번도 광한루엘 들어가본적이 없었다기에 내 덕에 구경하시라며 별난 생색도 내어 보았다.
난 여행을 하려면 특별한 계획이나 훌륭한 장비가 전혀 필요치 않다 무엇이든 보고 즐길 수 있는 넉넉한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여행하는 최상의 준비물일거란 생각을 해본다.
젊은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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