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흐린 날씨가 이어지자 크게 순환하는 걸음여행을 즐겨보았습니다. 일전에 내린 비 영향으로 쓰러진 벼를 보며 안타까운 생각을 하며 걸어 보았습니다. 가을이 오기까지 논 주인인 농부는 땀을 흘려가며 가꿔온 나락인데 수확기를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 지경이 되었으니 얼마나 상심할까 하는 마음이 떠오르자 한가롭게 걷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일이라 느껴졌습니다. 논은 그렇다 치고 밭은 대부분 김장용 배추와 무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게 느껴졌습니다. 요즈음 배추 한 통가격이 금값이라 하는데 김장배추라도 제대로 자라 모든 가족들에 시름을 가을바람처럼 시원하게 날려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계획한 오전 일과를 마친 후 산막으로 되돌아오자 일기예보와 달리 하늘이 청명해지더니 가을햇살이 쏟아지기 시작하여 빨래를 하여 건조대에 널어놓고 여름 내내 묶어 보관했던 카펫을 일광욕시켰습니다. 10월부터는 다시 깔아야 하므로 미리 조치를 해둔 것입니다. 5시간 이상을 건조하자 양모특유의 냄새도 사라지고 감촉도 탄력이 생겼습니다. 내일도 오전에 한차례 더해 두려고 합니다. 내일은 일기가 화창하다 하니 이불을 비롯하여 베개, 요 등도 일광욕을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천장에 달린 등기구 두 개가 점등 불량으로 교체하고 수채가를 비추는 스위치가 고장이나 야간에 불편할 것 같아 등과 스위치와 약간의 용품 등을 구매하여 산막으로 돌아 온 후 수채가를 야간에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외등 스위치를 새것으로 교체해 주고 실험해 보니 등기구가 스위치 연결에 따라 환하게 불을 밝혀 주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산막 외부에 설치된 전기 관련 기구들은 산막내부 보다 고장률이 잦은 편입니다. 그것은 비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연의 거친 것을 온전하게 받아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스위치를 수리하 후 널어놓은 빨래를 수거하여 실내로 갖고 들어와 장롱에 넣어 놓은 후 데크로 나가자 감나무 위로 아름다운 노을이 그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조각구름마다 주홍빛이 물들기 시작하는 모습이 가을 기 온과 더불어 마음에 휘감기며 스며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노을을 참 좋아하는 편입니다. 지기 전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노을 연출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보면 지는 해의 장엄한 하루의 마지막 의지를 보는듯하여 최선이라는 단어와 함께 최종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학창 시절 산악부 부원들과 인수봉에 오른 후 오버행으로 하강한 후 언덕을 넘어 백운대 산장을 경유한 후 노을 보기 위하여 북한 산성 위문부터 출발하여 용암문,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을 지나 문수봉 정상에서 도착하여 노을을 보다 어두움 밤길을 내려오던 추억이 어제 일처럼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삼각산에 백운대를 정점으로 바라보면서 우측은 인수봉, 좌 측은 만경대 또는 만경봉이라 부르는 세 봉우리 사이에 흰구름이 휘감고 있다가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기 위하여 우이암으로 가는 길목 너럭바위에 앉아 있던 결과에 대한 추억도 많았지만 이젠 우연히 만나는 노을만 보게 되니 점점 감정이 메마르게 변해 가는 것 같아 쓸쓸한 기분입니다.
10월에는 잃어버린 감성을 찾아 가을 숲으로 자주 소풍을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동안 읽었던 책 중에 많은 영향을 준 책을 다시 찾아 읽으며 자신의 뒤꼍에 감춰진 맑았던 모습들을 일깨워 보며 삶을 정리해 나가는 초석으로 삼아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