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먼 집
허 수 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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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님 프로필
1964년 경남 진주産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7년 『실천문학』 복간호에 시가 실리면서 등단.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와 수필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번역서 『끝없는 이야기』를 냈다. 2001년 제14회 동서문학상을 수상,
현재 독일에 거주하며 뮌스터 대학에서 고대동방고고학을 공부하고 있다.
(바른국어생활과 문법 9강 삽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