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연들과의 우정쌓기
(동창교에서 덕주상회까지) /김 경숙
아침 시간 7:00, 집에서 택시를 불러 타고는
택시 안에서 총무님께 전화를 넣었다
"박꽃향기 신갈에서 타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은하수 차에 오르니 여기저기서
"안녕하세요?"하고 반가움의 인삿말들이
들려온다.
"네,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누며 뒷자리로
옮겨가다 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늘 걱정은 걱정으로 끝이 나는줄 알면서도 어젯밤 괜시리 걱정이 앞서 그나마 짧은
수면시간 설치고 나온 것이 못내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인연님과의 세번째 상면, 오늘은 더욱 더 반가움이 앞선다.
"한 번 뵙자 뵙자 생각하였더니 드디어 만났습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앞에도 옆에도 오늘은 대장님들이 여러분 탑승하셨다. 맨 뒷자석에도 주말산행 때 후미
에서 함께 해주시던 대장님이 눈인사를 해오신다. 바로 뒷자석엔 작은산님이 그 옆좌석
에도 대장님, 오늘은 모두 산악대장님으로 활동들 아시는 분들이시니 제아무리 악산이라
소문이 나있는 월악산이라 해도 염려 붙잡아 매어두기로 하였다.
충북 충주시 한수면 송계리 동창교에 도착시간 10시 35분경, 차에서 내려서니 '월악산
국립공원, 영봉 4.3Km'라 쓰인 입간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정상까지 4.3Km라 하면
제아무리 된비알이라 할지라도 2시간 반 가량이면 오를 수 있을 거리이니 그리 큰 문제
는 없을 것 같으나, 그래도 악산이라 하니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하고 오르기로 하였다.
100m를 오르니 대한불교조계종 '자광사'가 좌측에 나타났다. 옆에서 사진 한장 옆모습
으로 찍고 지나쳤다. 묵정밭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망초꽃의 환대를 받으며, 개울가
에 까만 죽은깨 볼웃음이 귀여운 산개나리꽃들의 눈인사 마주하며 우리 일행은 서서히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눈 앞에 펼쳐지는 산등성이들엔 밤새 내려앉았던 냉기가 대지의 열기로 인하여 다시금
하늘로 나래를 펼쳐 올리는 시간, 골안개 걷히는 아침 산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싱그럽
고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숲에 들어서니 음습한 공기가 훅~하고 끼쳐온다.
어디에선가 코에 익은 듯한 향기와 함께....
가을 낙엽들의 대지로 돌아가는 냄새와 태백산에서 학습되어진 다래향기와 함께, 숲이
바람 한 점 없는데다 습하기까지 하여 산을 오르는데는 별로 좋은 조건은 못되었으나
그래도 구름이 끼어 햇빛이 없다는 것만도 얼마나 다행이랴 싶었다.
송계삼거리까지 오르는 길은 숲이 우거져 질척거리기도 하고 돌밭길인데다 비알이 져
숨이 가쁘기는 하였으나 두타산 산행에서의 산성길을 오를 때를 생각하면 '이런 것쯤
이야' 하면서 그리 어려운 산행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돌틈 사이로 익다만 나무열매의 파란 시체들을 눈으로 목격하면서, 어렵게
맺어진 열매들인데 결실을 못보고 저렇게 일찌감치 가야하는 젊은 날 새파란 영혼들
의 비련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울컥하여지면서, 어젯밤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한 탓
인지 고개를 들려하니 앞이 흔들리면서 현기증이 약간 있는 듯 하여 잠시 멈칫거리기
에 이르렀으나 다행히도 금방 정상으로 돌아오는 듯 싶어 얼마나 기쁘던지, 우울한
기분은 떨쳐버리고 안전만을 생각하기로 하며 오르기로 하였다.
1시간 30분 정도를 올랐을까 머리 위로 파란 하늘구멍이 열리며 시원한 바람이 한 줌
가슴에 와 안긴다. 음습한 곳에서는 탈출을 한 것 같으니 이제부터는 눈앞에 펼쳐져
올 비경을 상상하면서 삼거리에서 주말대장님과 함께 사진기에 한 컷 담았다.
이 곳에서 영봉을 올랐다가 되돌아와 덕주사 방향으로 내려가야 된다는 것을 확인한
후 영봉쪽으로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비탈길이 지루하였던지 영봉까지 얼마 남았느니 하면서 거리를 재시던 인연님은
벌써 뒷모습조차 자취를 감춰버리고 두 대장님과 함께 영봉을 향하였다. 뒤쳐져 오
시는 후미 두분(부부)은 '야호~' 소리를 쳐도 대답도 없으신 것이 많이 떨어져 오시
는 모양이다.
40분 가량 모처럼만에 흙도 밟아보고 편안한 길을 걸었다 싶었는데 신륵사 갈림길에
다다르니 이제사 영봉이 제대로 손님을 맞이하려는 듯 울퉁불퉁한 바윗길에 경사가
심한 계단길이 이어져 왔다.
드디어 눈앞에 영봉의 실체를 확인하고는 나도 모르게 아~하는 신음소리를 내고 말
았다. 직각으로 깎아지른 우뚝 선 영봉의 모습, 저 바윗덩어리를 올라야 한다 싶으니
나도 모르는 사이 아~ 소리를 치고 말았던 것이리라.
뒷쫓아 오시던 두 대장님도 힘에 겨우신 모양이시다. 금방금방 멈춰서서 호흡을 가다
듬고 계시는 걸 보면.....
얼른 올라야 끝이 날 일인데 자꾸 밑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걸 보니 내려갔다 다시
오를 모양인지라, 내려가는 것은 좋은데 영봉을 올랐다 내려와 다시 이 계단길을
밟고 오를 생각을 하니 앞이 아찔하여 왔으나 어찌 다른 방도가 있을 수 없어 마음을
다시 비우기로 하고 돌아서 영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길을 찾아 오르기 시작하였
다.
조금 오르려하니 선두에 섰던 박고문님이 내려오시면서 '이제 다 왔으니 힘을 내라'
하시면서 등을 토닥여주시며 지나치신다. 나중에서야 후미 두 부부를 통하여 안 일
이지만 여기서부터 270개의 계단이란다. 꼼꼼 하기도 하시지. 머릿속에 그런 것
까지도 헤아려가며 산행을 하시다니, 난 아예 산행중엔 머릿속에 시어로 들어올
것들이 아니면 담아두기조차 귀찮아지는 편이니, 그런 분들로 하여 좀 더 구체적인
산행후기가 쓰여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르시기도 힘에 겨우실텐데 그런 건 왜 세시느냐 하였더니, 다음에 이곳을 산행
할 분들에게 영봉 오르는 계단길이 270계단이다'라고 말을 해주려고 세신다는 이
야기시다. 내려가셔서 즐거운 후담을 구체적으로 들려주시고 싶어하시는 것 같은
자상한 일면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계단길이 끝이난다 싶으니 앞에 커다란 바윗덩이가 앞을 가로막으며, 그 사이에
한 떨기 돌양지꽃이 나를 반가이 맞이한다.
살다보면 양지도 있고 음지도 있는데, ‘양지꽃’은 이즈음 빛이 많고 건조한 양지
에서 자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리라.
햇빛을 잘 받았다는 입증이라도 하여 보이듯이 진노랑빛이다.
양지꽃은 20종쯤 되는데,
양지꽃보다 조금 늦게 피면서 잎과 꽃이 닮은 ‘나도양지꽃’,
높은 산허리에 자라는 ‘너도양지꽃’
온몸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솜양지꽃’
돌이나 바위틈에서도 잘 자라는 ‘돌양지꽃’
물가에서 자라는 ‘물양지꽃’ ,
땅을 기는 가는 가지로 번식하는 ‘누운양지꽃’,
울릉도에 ‘섬양지꽃’,
제주도에 ‘제주양지꽃’ 등이 있다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쇠스랑개비’라 하는데 농기구 ‘쇠스랑’이 갈아엎는 마른 땅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개불알풀꽃'이나 '용대가리꽃'처럼 보이는대로 불려진 이름이 아닐
까 짐작을 해보면서, 양지꽃은 양기를 듬뿍 받아서인지 한방에서는 허한 음기를
보하는 약재로 쓰이고, 화장품 회사에서는 얼굴을 환하게 만드는 재료로 쓴다하니
그 이름값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 같다.
꽃의 모양과 색깔은 비슷하나 나서 자라는 환경에 따라 그 생김생김과 성질이 각기
다른 것이 사람의 생활상과 비슷하지 아니한가 하여 특별히 호감이 가는 야생화 중
의 하나, 우리가 늘 자주 접할 수 있는 흔한 야생화이지만, 이곳 영봉에서 만난 돌양
지꽃은 각별하게도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안겨 주었다.
돌양지꽃/김 경숙
사노라면 음지 양지
가려 디디고 싶을 때도 있다만
양지 중에도 하필 넌 어찌하여
척박하고 외롭기까지 한
영봉의 바위틈에 뿌리 박고
살게 되었는지
하기사 너도 양지
나도 양지
양지에 살고자 하지 않는 이
누가 있으랴마는
때로는 경쟁에 밀려
음지에 들게 되는 일도 있을 터,
양지만을 골라 높은 곳
하늘이 내리는 맑은 이슬만을 받아 마시고
고독한 삶을 살게 되었는지
작은 꽃잎이 그려내는
네 그리움의 크기는
영봉 하늘 아래 펼쳐지는
푸른 산야 만이나 하구나.
네가 잘났느니 내가 잘났느니
헐뜯고 쥐어뜯고
세상사 머리 아플 적엔
만사 제쳐두고 너처럼 영봉에 올라
남쪽으로 향한 바위틈에 뿌리 내려
너와 외로움 덜며
알콩달콩 살아봄도 괜찮을 듯 싶구나.
바람이 분다 하여 이 큰 바위 흔들릴 일 없고
단단한 바위틈에 내린 뿌리
뽑힐 일 없을 터이니
양지 바른 곳 까마귀 울음소리
친구 삼아
진노랑 사랑 키울 일 밖엔
더 부러울게 무엇이더냐.
가끔씩 찾아 흘려주는 산행인들의
세상 험담 소일하며
그렇게 피고지고 천년만년
그리 살다 가면 될 일을
영봉의 돌양지꽃
널 부러워하며..(08,07.01)
정권이 바뀌었어도 양지쪽에만 있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열심히 일도 잘 하였겠지만,
처세를 잘 하였거나 아니면 소신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인품이
좋으면 한 마당귀에 시아비가 아홉'이라는데, 좋은 인품과 실력을 겸비하여 주위에
존경하며 따르는 사람이 많은 정치인들이 많이 배출되어 '너도 양지, 나도 양지'가
아닌 어느 곳에 서도라도 소중하게 쓰여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세찬 바람만 있어준다면 몇평 안되는 영봉에서 금방이라도 불려나가 까마득한 절벽
아래 푸른 숲위에 드러누울 것만 같은 아득하게 펼쳐지는 산야, 저 멀리 충주호가 하
늘빛을 담아 푸르름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며 길게 누워있었다.
함께 오른 일행은 눈아래 펼쳐진 비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고 바람
한 점 없는 영봉이건만 햇빛이 없으니 배고픔도 잊은 채 점심식사를 할 생각조차 아니
한 채 경치를 즐기기에 정신들이 없었다.
한 번 만나고 두 번 만나 눈인사 나누고, 세 번 네 번 만남의 횟수가 많아질 수록 스스
럼이 없으며 새록새록 붙어나는 우정, 은하수 산악회를 거듭하여 이용하다 보니 이제
는 제법 아는 얼굴들도 많아지고 정도 깊어가는 것 같다.
영봉에서 3-40분은 족히 사진 촬영에 시간을 허비하였을 듯 하다.
슬슬 배도 고파오고 내려갈 길이 염려가 되어 점심식사 하기를 재촉하였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서니 최대장님께서 먼저 자리를 펴고 식사를 하고 계시기에 그
곳에 합세를 하였다. 잠시 후에 내려온 인연님과 나머지 회원들, 그리고 맨 후미에 뒤
쳐져 있던 금술 좋아 보이시는 두 부부님까지 한 자리에 앉고 보니 점심상이 꽤나 푸
짐 하였다. 갈치조림에다 닭찜, 오이지, 배추김치, 눌린 머릿고기, 김밥까지 거기에 과
일까지 푸짐하게 펴놓고 보니 네 것 내 것이 있을 수가 없었다.
먹는 사람이 임자이니 양껏 골라 먹다보면 대충 바닥이 나기 마련이니...
남은 대추방울토마토와 천도복숭아는 차에서 마저 먹기로 하고 배낭에 챙겨 넣은 후
하산길을 재촉하였다.
아~ 그런데 양을 지나쳐 먹었던 탓에 몸이 둔하여져서 하산길이 염려가 되었다. 거기
에다 물은 또 얼마나 들이켰던지, 산에 오를 때의 가벼웠던 몸을 생각하면서 다음부터
는 점심식사를 가볍게 하기로 마음 먹었다.
송계삼거리에 이르니 영봉에서 먼저 떠나 내려오신 토요대장님이 앉아서 기다리고 계
셨다. 인연님과 묵정님은 벌써 꼬리를 감춰버리고 영봉에 늦게 도착하였던 작은산님과
짝꿍대장님이 뒤를 쫓고 그 뒤를 금술 좋은 부부님 두 분이 점심때 한 잔씩 나눈 복분자
취기 때문인가 마나님을 위한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하면서 목청을 돋우어 노래
까지 흥겹게 부르시며 하산을 하신다.
정말 부러움의 한쌍이다. 남편분 성격이 얼마나 쾌활하신지, 마나님 더딘 걸음걸이에도
불평 한 마디 없으시고 함께 보조를 맞추어 산행을 여유롭게 하시는지, 인내심도 대단
하신 분으로 보였다.
알고 보니 두분 모두 닭띠라 하시면서 나와는 갑장이었다.
대화를 튼 시간이 점심 자리에서부터이니 불과 몇십분 안되었건만 우리는 어느 새 모두
친구가 되어 있었다.
이래서 인연이 소중하고 만남의 횟수 따라 정도 깊어지리라.
마애불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철계단의 연속이었다. 차라리 비알을 오르는 것이 쉽지 이
길을 올랐더라면 어찌할 뻔 하였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스러웠다.
앞에 바위산이 우뚝 서있는 곳에 다다르니 맞은 편에 서서 인연님과 그 일행이 사진을
찍어주시겠다 하면서 기다리고 계셨다. 사진을 찍으시려는 것 같아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하고는 포즈를 취하여 주었다.
바위산에 오르고 보니 한참 전에 머물며 사진을 찍고 경치를 즐기던 영봉이 저 건너편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사진 몇장 찍고서야 마애불로 향하였다.
이 곳 부터는 울퉁불퉁한 바윗길인데다 비알이 연속되었기에 조심을 하지 않으면 실족 위
험이 따랐기에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려딛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내려오니 왼쪽으로 마애불의 모습이 옆으로 내려다 보였다.
식수를 보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곳엔 샘이 없다 하니 주말대장님께서는 마애불까지
가지 않으시겠다 하시며 그대로 내려 가셨다.
그래도 하산길에 볼거리라곤 마애불 뿐인데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가야 될 것 같아 그
곳에 잠시 머물면서 사진 몇장을 박아 두었다.
마애불에서 잠깐 내려오다가 샘에서 호수를 이어 식수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 있어서 식수를 보충하고는 갈증 해소를 위해 실컷 물을 들이키고 나니. 그 때서야
좀 살것 같았다.
갈증도 해소되었겠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싶으니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하여 앞에 우뚝
서있는 아름드리나무 위에 걸터 앉고 싶어졌다. 카메라를 다른 산악회에서 온 분에게 건
네며 한 컷 찍어줄 것을 부탁하고는 나무 위에 올라가 앉았다. 그대로 얼마간 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내려와 다시 걷기를 재촉하였다.
덕주사까지 1.5Km의 푯말을 좌측으로 하며 컴컴 하여진 숲길을 바삐 걷기 시작하였다.
함께 내려오던 일행들은 사진 찍는 사이 모두 사라져버리고 원앙의 부부 한 쌍과 나,
이렇게 동갑내기 세 사람만이 남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려오다 보니 오른 쪽으로 덕
주사인 듯한 아담한 절이 보이길래 먼 거리에서 사진 몇장 찍고는 그대로 지나쳐 내려
오려니 닭띠 부부가 커다란 월악산 돌간판 아래서 사진을 찍길래 나도 부탁하여 한 장
찍고는 다시 두사람 뒤를 쫓아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부지런히 부부산행인의 뒤를 쫓고 있는데 개울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바라
보니 먼저 앞서 내려온 인연님 일행이 개울물에 몸을 씻으며 부르는 소리였다. 어라 어째
그리 빨리 내려가신다 했더니만 이런 계획이 있어서리...ㅎㅎ, 혼자 생각으로만 흥얼거리
면서 나도 내려가 함께 그 곳에 등산화를 벗어버리고는 발을 담궈보았다. 무릎까지 찬물을
끼얹어 보니 순식간에 전신에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듯 시원한 감이 들었다. 10분이나 그
러고 있었을까, 위에서 씻고 계시던 최대장님 일행이 먼저 일어서시며 내려가자 하신다.
내려가서 하산주라도 한 잔 얻어 마시려면 서둘러야 될 듯 하길래 부리나케 벗어놓았던
양말과 등산화를 주워신고는 뒤따르기를 마다 않는다.
개울가에서는 이제 막 피어나는 야생화들의 청초한 모습과 싱그런 꽃향기가 피로에 지친
날 위로하는 듯 앙증맞은 꽃잎을 벌려 미소로 맞이한다.
영봉에서 만났던 노란색의 기린초꽃, 영봉에서 마애불 내려오는 길의 930봉 산등성이에서
만났던 꼬리진달래꽃, 작고 연보라의 작살나무꽃, 얼마 전 강화전등사 전통찻집에서 만났던
청남색의 산수국꽃 등등 보기 드문 야생화들이 이 곳에서 만나졌다.
꽃이름을 외워가며 가까이 다가가 향기도 맡아가며 얼마를 걷다보니 눈앞에 생각지도 못한
성곽이 가로막는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덕주산성이란다. 크지도 않은 돌들로 정교하게도
쌓아진 이색적인 분위기의 성곽, 감탄사를 연발하며 잠시 그 곳에 정신을 빼앗기고 사진 몇
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려서 이곳에 살았다면 동무들과 어울려 물봉숭아 돌맹이로 짖니겨 소꿉장난 꽤나
하였음직한 분위기의 덕주산성, 내려오며 보았던 야생화의 생각, 그리고 이런저런 어린
날의 추억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즐거워 하는 사이 지나칠 뻔한 학소대, 월악산 깊은 산
골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감도는 곳으로 절벽을 따라 긴 덕주산성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덕주산성 동문과 망월대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절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잠시 계곡물 소리에 취하고 비췻빛 옥수에 한눈 팔며 걷고 있는 동안 어느새 주차장에
내려와 있었다. 한참을 더 내려와 덕주상회 앞에 서있는 은하수차가 눈에 들어왔다.
많지 않은 인원이지만, 먼저 내려오신 회원님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화기애애한 분
위기 속에서 식사와 하산주를 나누고 계셨다. 총무님께서 밥먹어라 이르시는 걸 점심
을 푸짐하게 하여 밥은 먹을 수가 없다 하며 하산주로 김치찌개 안주하여 소주 한 잔
하고는 차에 올랐다.
웃고 즐기며 6시간의 월악산 산행이 무사히 끝이났다. 충북에서 제일
높은 산이고 신라의 마지막 태자 김일과 그의 누이 덕주공주가 망국의 한을 품고 은거
했다는, 달이 뜨는 밤이면 달이 주봉인 영봉에 걸린다 하여 [월악]이란 이름을 갖게 되
었을 정도로 달맞이 산행이 일품이라는 [월악산], 동창교에서 덕주상회까지 정확하
게는 모르나 10Km 정도의 산행거리,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였으나 햇빛이 없어서 좋았던
오늘의 산행을 무사히 마치면서, 인원이 많지 않았던 만큼 화기애애하고 가족적인 분
위기의 월악산 산행이 오래도록 기억속에 즐거운 추억의 한페이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면서,
함께 하여주셨던 인연님, 묵정님, 작은산님, 박고문님, 여러 대장님들, 그리고 모든 회
원님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총무님께도 감사의 말씀 올리면서, 다음 산행에서 뵙는 날
까지 모두모두 건안하시옵길 바랍니다.*^^(08.07,01)
첫댓글 감명깊게 느끼고갑니다 재작년 초보시절 하산길에 다리가풀려 고생한기억 떠오릅니다.
지금쯤 건강한 다리가 되어 있을 것 같은 파란 님.....전 아직도 긴 코스를 산행할 때마다 다리의 근육통으로 고생을 합니다만, 영봉 코스는 악산이라 소문난 것에 비하면 생각보다는 그리 어려운 코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단 오르내리기가 좀 어려워 그렇지......워낙에 각오를 단단히 하기도 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그만큼거움을 안겨다 주지 않았는가 그런 생각도 해보면서, 거리상으로는 좀 코스가 짧아 아쉬움이 남기는 하였지만, 시기적으로 보아 너무 무리를 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번 월악산 코스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고 고운 흔적까지 남겨주시니 무한한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님의 산행기를 일고나면 부러움과 감동의 물결이 가슴에 넘치옵니다. 상세하고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붙지않은 정갈함이 있어 참 좋습니다 감사하고.. 자주 산행하시어 산행기도 빠짐없이 올려주시면 저를 포함하여 보는 이들이 배부를것(?) 같습니다 소중한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솨~~
누군가 제 글을 읽고 작은 감동이라도 받아갈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영광일텐데, 이토록이나 감동의 댓글까지 내려주시니 그 감사한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을 하여야 할지....산행을 하고 돌아와 후기를 쓸 때의 그 수고로움은 님들의 따뜻한 댓글 한마디로 어느 사이 보람으로 가슴에 안기는 듯 하여이다. 가끔씩 무릎 사정이 여의치를 않아 마음먹은대로 산행은 할 수가 없으나 형편이 허락하는 한은 산행을 즐기고 후기를 남기려 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건강이 허락되는 날까지 산행을 할까 합니다. 제 글을 읽고 배부름을 얻으실 수 있다면야 기꺼이 부족한 글이나마 가능한한 글을 올려드리겠습니다.
후한 점수에 깊은 관심 가슴 깊이 담으면서, 마당쇠님의 하루하루가 늘거움의 연속이시길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산행기란 사실적 내용에 충실 하신것 같은 내용을 읽으며 새쌈 제가 다녀온듯 하군요 ~~~~~송계계곡에서 옷입고 풍덩하던 기억들이 많은곳인데~~~ 잘 읽고 갑니다
때로는 제가 못가본 산을 다른 사람의 산행후기를 읽고 대리만족을 취하기도 하지요. 그 날 하루 있었던 일을 일기아 기록을 하는 글이기에 물론 다른 사람이 읽어 재미도 있어야 되겠지만 산행코스를 눈으로 보듯이 글로 표현을 한다면 읽는 사람들이 좀 더 실감이 나지 않을까 하여 사실적인 점에 근거하여 글을 써나가고 있답니다. 저 나름대로의 기록을 남기는 의미도 있지만요.....부족한 글을 읽으시고 옛추억이 나셨다면 그 점 작은 저의 기쁨으로 남기면서......글 읽어주시고 고운 댓글까지 남겨주심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산행에서 얻으시는 기쁨 오래도록 간직하시고 늘 건안하시옵길 바라면서.......
제가 오래전에 월악산에 갔던 기억은 영봉에올라 과자 먹고있을때 귀여운 다람쥐 녀석이 가지 않고 끝까지 우리네 과자를 다 뺏어 먹던 기억이 납니다 박꽃 향기님의 글을 읽고 감명과 월악산에 대한 기억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습 니다 감사 합니다 행복 하세요
요즈음 어느 산엘 가나 다람쥐 정도는 쉽게 만날 수가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작고 귀여운 녀석이 가까이에서 사진 한 장 찍자 하면 달아나 버리더니 온달짱님 곁에선 과자 뺏어먹는 재미에 함께 하였었군요. 바싹 붙어 온달짱님의 기억속에 아직도 남아 있다니.......다음 번엔 저도 한 번 과자로 유인을 해봐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다녀온지 며칠 지나지 않았건만 그 곳에 다시 올라 시원한 바람 가슴에 안아 봤음 해집니다. 아닙니다. 기회가 된다면 밤산행을 하여 영봉에 걸린 은은한 달빛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어집니다. 혹여 산행길에 절 알아보시게 된다면 아는체라도 한번 해주시면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만......
늘거운 산행하시고 행복도 함께 하시길 바라면서.....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