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이라 금방이라도 한바탕 난리를 칠듯한 비님이신데
사무치도록 흉내만 내고선 하늘은 언제 약속하였냐는 듯 구름 사이로 햇볕을
내리 쬐인다.
일기예보에서 전하는 기상 상황을 철석같이 믿고 이 빠진 메주콩밭 땜질을
위하여 아예 굵은 모종을 구입하였다.
극심한 가뭄이라 사람도 그러하려니와 힘겹기로는 벌레로부터 미생물조차도
사막과도 같은 기운 앞에서 하이에나의 습성으로 작물을 공격하니 60년을 넘어
100년 만에 있을까 말까한 간난신고(艱難辛苦)의 고통을
우리 모두 감내하고 있으니 격려와 응원의 말이라도 한두 어절을 더 보태어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야지!
배려(配慮)의 아름다움만큼 더한 미화어도 없을거야.
수학시험에서 벗어난 딸래미의 어깨가 한층 가벼워졌는지 화요일 등굣길이
모나지 않다.
출근과 함께 행주내동밭 마무리를 위하여 이른 아침부터 모종을 선별하고 있는
구매팀장의 수고를 어떻게 보답할까?
일기예보와는 다른 무더위라 지원직원을 추가 배속하여 구매팀장의 일손을
덜어 주지만 내부정리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함이 못내 아쉬워라.
땡볕 아래 오후 6시가 되어서야 일손을 마쳤다는 직원들에게 탁배기 한잔
격려하지 못하고 밭에서 귀가토록 하였다.
모종인만큼 비가 와야 살텐데..,
아무렇지 않게 진행되던 농사일이 올해엔 몇 갑절의 수고와 마음씀씀이로
가슴을 쓸어내리니 연로하신 시골 농부님들의 고통이야 보지 않아도 눈 앞에
훤할세.
이리 저리 꿰메고 보충한 농사지만 결실만큼은 길가에 흐드러진 코스모스처럼
색색깔로 고왔음 좋겠다.
감사관련 자료들을 겨우 마무리하고 딸래미 끝나는 시간에 맞춰 공부방 앞에
섯다.
시험기간인데도 지지배배 재잘재잘 공부방을 나서는 녀석들 저마다 고 1,2쯤
되는 낭랑처녀들인데 초등학생이 따로 없다.
아이스케키를 입에 담군 녀석-
책가방이 음식 저장고인냥 큼직한 빵부터 깨물고 나서는 녀석-
오전 시험시간 스트레스가 딴세상 이야기인 것처럼 녀석들의 밝은 미소가
차라리 흥에 겹다.
샛바람도 하늬바람도 아닌 짬뽕바람이 밤공기를 가르지만 일기예보상의
중부권 날씨는 5~10mm 정도의 간들거리는 비 소식으로 다시 애를 태운다.
시원스레 한바탕 쏟아내면 그것으로 메주콩 모종과의 찰떡궁합인데..,
이웃 시설하우스조차도 찔끔거리는 지하수인데 또 동냥을 해야하나 보다.
참으로 야속한 하늘일세.
비온 뒤 굳혀지는 땅의 성질처럼-
기준선 바깥에서 제 마음대로 허우적거리는 모든 것들이 정반합의 이치대로
하루빨리 평정을 되찾아야 할 터인데..,
긴 세월, 굴곡진 시간들 속에서 가장 무거운 반(反)의 기운들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