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인터넷 한겨레에서 퍼왔습니다.
지난번 357번글 진중권님의 '안보의 첨병 김용갑 의원께'에 대한 원숙자님의 답글입니다. <춘추공>
진중권 <아웃사이더> 편집주간께
마침내, 마침내 말입니다. 저희 아이가 `입영통지서'를 받았습니다. 나이 스물여덟에. 그동안 입영통지서가 몇 번인가 저희 집 앞까지 왔다가 쫓기듯 돌아가곤 했는데, 이번엔 문을 열고 집안 깊숙이 들어오더니 이 엄마의 가슴속 심장까지 도달했습니다.
아이가 대학교 재학시절, 우매한 엄마는 그가 카투사나 학사장교로 군대에 가기를 바랐습니다. 묵묵부답 일관으로 엄마의 바람을 저버리더니, 대학원에 진학하면서까지 입영을 연기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입영통지서가 날아 든 것이지요. 하늘이 무너지는 듯 아득해졌습니다.
이젠 가야지요. 나이 먹어 군대 가면 수모나 고통을 더 많이 받는다는데 그런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이가 입대를 연기한 것은, 짐작컨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중간에서 끊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수 유승준처럼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아버지가 국회의원이거나 재벌도 아닌 주제에 제가 별 수 있겠습니까? 아암 가야 하고 말고요.
이젠 진중권님의 어머님처럼, 이 엄마도 `아들 몸뚱이는 그 위험한 군대에 보내놓고 껍데기만 달랑 받았을 때' 하루종일 울 것입니다. 통곡할 것입니다. `뚱뚱해서 병역면제를 받은 조선일보 사장님'이나 `너무 말라서 군대에 가지 못한 한나라당 총재의 자제분들', 이유야 어떻든 국적을 바꿔가면서까지 입대를 회피한 가수 유승준이 밉고 또 밉지만, 진중권님처럼 `제가 명색이 사회주의자입니다. 사회주의자에게는 말이죠. 조국 같은 거 없어요. 조국이 나한테 뭘 해줬는데요. 세금만 받아갔지…' 말은 표나게 하면서 내심 조국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용기를 얻습니다. 위안을 받기도 하고요.
우리 아이는 왜 그리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설날 차례 때문에 그믐밤에 들어왔다가 그 이튿날 차례 지내고 바로 집을 나가더니, 이틀째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속은 타지만 `믿는 만큼 자란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아이의 더욱 큰 성숙을 위해 아이를 믿으렵니다. 마침 설 기간이니, 아이가 군대에 무사히 다녀오기를 조상님께 빌어야 하겠습니다. 진중권님의 글, ``안보의 첨병' 김용갑 의원께'(7일치 12면)를 읽고 백퍼센트 동감하는 아주 평범한 한 아이의 엄마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