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주륵주륵 온다.
아니, 전날보다 더 많이 오는 것 같다.
젠장..... 전날도 그러더니 왜 아침마다 비가 오는 거여?!!!
AM 10:30 둔산동의 한 PC방
자전거방이 하나 있는데, 문을 안 열었다.
11시쯤에 연다고 그러는데....
할 수 없이 근처 PC방에서 인터넷을 기웃거리며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zzang5 : 아, 아버지.... 어쩐 일이세요?
아버지 : 니 부산 언제 내려오노? (으아~~~ 이 걸죽한 갱상도 사투리!!)
zzang5 : 내일 모레나 그 담날쯤에요... 한 이삼일 뒤에 내려갈꺼 같은데요... 왜요?
아버지 : 니 자전거 타고 내려오나? -_-;
zzang5 : (허걱!!) 아, 아니요!!!!!! 기차타고 가야지요! ㅡㅡ; (땀삐질)
아버지 : 함부래 자전거 타고 올 생각하지 마라! 끊는다... 뚝! 삐삐삐...
전화를 끊고 던힐 한개비를 입으로 빼물어 불붙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버지, 사나이 굳은 결심!! 어쩔 수 없었습니다!!)
누가 나의 길을 막으랴!!! 으라라라라라차차차...
PM 12:20 서대전역 근처 까르푸정문
드디어 멤버 네명 다 모였다.
병욱이형도 하얀색 벙거지 모자를 샀다.
귀엽게 생긴 것이 여자가 쓰는 것처첨 이쁘장하다.
병구, 병욱이형, 종민형은 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셨댄다.
종영이형이랑 종영형네 어머님과 함께...
좋았겠구만~~ 크!!
하긴 나도 어제 1000cc 가량 마셨으니 아쉬운건 아니지만...
비는 어느새 약간 그쳐 있다.
하늘은 여전히 찌부두둥하지만...
일단 대전을 재빨리 벗어나기로 하고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PM 1:30 대전의 변두리 슈퍼마켓
zzang5 : 우리 머 먹고 가면 안될까?
[10]이종민 : 우리 아침 늦게 먹었어... 한 11시쯤.... 배 안고파!!
[11]문병구 : 가다가 라면 끓여먹자.
[10]이병욱 : 비가 많이 오는데, 김천까지 갈수 있어? 추풍령도 넘어야 한대매?
zzang5 : 난 아침 7시에 먹었단 마랴... 배고파!! 지금 먹자~~~
[11]문병구 : 가다 먹자. 일단 아트라스 네개 사서 가다가 먹고, 슈퍼마켓나오면 라면 끓여먹자.
젠장....
까르푸에서는 비가 잠시 그치더니,
또다시 세수대야로 들이붓기 시작한다.
마치 잠시 쉬었다가 상대방이 방심한 순간 몰아쳐버리는 챔피언의 어퍼컷마냥...
팬티까지 홀딱 다 젖어버린듯!!
핸드폰까지 물에 젖을까싶어서 비닐에 싸서 가방에 넣어둔다.
난 아침을 너무 일찍 먹고 나와서 배가 고픈데
이 인간들은 자기들이 밥을 늦게 먹었다고 배짱이다.
이런 그지같은 경우가....
[10]이종민 : 오늘은 너무 늦게 출발한데다가 비가 너무 많이 와...
[10]이병욱 : 어디까지 갈꺼야? 김천까지?
[11]문병구 : 일단 영동까지 가보자... 도착 시간봐서 나중에....
zzang5 : 영동하고 김천사이에 추풍령있어... 차동고개보다 더 힘들꺼 같은데...
[10]이종민 : 차동고개보다 더 빡시다고?
zzang5 : 응.... 추풍령 들어봤잖아...
[11]문병구 : 일단 가보자!!
촤르르르륵....
팍팍팍팍...
촤르르르륵....
팍팍팍팍...
체인이 돌아가면서 빗물에 감기는 소리가 아득하다.
빗속을 뚫고 돌진하는 차들의 기세에 더욱 주눅이 든다.
빗줄기와 바람은 더욱 거세어진다.
모자가 벗겨질려는 것을 오른손으로 부여잡고, 왼손으로만 핸들을 잡는다.
워커속으로 빗물이 스며들어서 발가락들은 어느새 퉁퉁 불었다.
신발 새로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는 앞바퀴에서 튀어오르는 흙탕물과
정면에서 맞받아쳐 내리는 빗물에 눈을 제대로 뜰수 없다.
차가운 빗속에 흠뻑 젖은 몸을 바람결에 장시간 노출시키자 한여름인데도, 추위가 몰려 온다.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하며, 빗물때문에 호흡도 고르지 못하다.
그렇게 신경이 이리저리 분산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참을 달려야 했다.
내 머리속을 채우는 한가지 소원은....
제발, 제발 이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는 그 한가지였다.
그러나 여전히,,,,
촤르르르륵....
팍팍팍팍...
촤르르르륵....
팍팍팍팍...
PM 3:20 옥천군 옥천읍
시골의 한적한 버스 정류장...
비를 피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비와 바람을 함께 피할 수 있는....
거기에 앉아서 우리는 아트라스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고,
종영형네에서 가져온 빵도 맛있게 먹었다.
머리를 털고 옷의 물기를 짜내고, 그리고 신발에 고여 있는 물도 뺐다.
하지만 비는 여전히 미친듯이 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서 쉬자는 우리의 바램이 들어 맞았는지,
버스 정류장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슈퍼마켓이 있었다.
다행스럽게 슈퍼에는 비가 떨어지지 않는 평상도 있었고,
아줌마가 거기서 라면을 끓여 먹어도 된다고 하셨다.
재빨리 부르스타와 냄비를 얹고, 라면을 끓일 준비를 했다.
아줌마가 냄비가 작아보인다며 고맙게도 냄비까지 빌려주셨다.
4명이서 조그만 부르스타에 둘러 앉아서 불을 쬐고 있다.
갑자기 병구가 양말을 벗더니 물기를 쫙 짜낸다.
그리고는.... 눈치를 보는데....
[10]이종민 : 야!! 냄비 위에 올리지마!!
[11]문병구 : (뜨끔) 헤....헤헷... 봐...봤어??
이자식이 젖은 제 양말을 냄비뚜껑 위에 올리려고 했다.
종민형이 눈치빠르게 병구의 사악한 의도를 파악하고 제지를 했기에 망정이지....
라면끓여 먹을려고 올려놓은 냄비뚜껑이 양말을 말려줄 수야 있지만.
남겨질 그의 체취는 어떡하란 말인가?
드런 쉑끼~~~!!
우리 모두 상상을 해보자.
후줄근한 면티셔츠 쪼가리와 며칠은 입은 듯이 보이는 반바지를 입고,
비에 쫄딱 젖은 생쥐같은 꾀죄죄한 몰골을 한 4명의 남자가
양말까지 벗어던지고 부르스타에 쪼그려 앉아서 불을 쬐고 있는 모습을....
4인조 거지가 따로 없다!!
그래도 우리는 행복했다.
라면국물을 배가 대땅 부를 때까지 마신 후,
담배 한개비 피워물고 쉼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세상이 다 내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므흣!!
[11]문병구 : 으아...... 이제 살것 같다.
[10]이종민 : 아... 잘 먹었다. 흠흠... 흠... 야, 설거지 좀 해라...
zzang5 : 나? ............ ㅡㅡ; 시른데.... 그냥 갈러!!
[10]이병욱 : 머? 갈르자고? 그냥 니네가 좀 해라... 우리가 선배잖아...
[11]문병구 : 선배는 무슨 얼어죽을... 동갑이자나!! 가위바위보로 정해!!
zzang5 : 그래, 갈러 빨리!! 죽어도 그냥 안해!!
[10]이종민 : 흠... (독한 것들... ㅡㅡ+) 하자!
[11]문병구 : 꼴지가 설거지, 3등이 뒷정리!
가위!바위!보!
아싸~~~ 병구가 혼자 살아서 나간다. 셋이서 남은 상태... 미묘한 긴장감!! 서로의 눈치만 살피다가...
가위!바위!보!
으라차차.... 종민형이 살아서 나가고 내가 삼등이었다. 병욱이형의 순간 일그러진 저 표정...
내가 쓰레기들을 처리하고 병욱이형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데, 너무 빨리 돌아오는 형!
고맙게도 아줌마가 설거지를 대신 한다고 그냥 가도 된다고 하셨댄다.
쳇.... 나만.... 쳇!!
갈길은 먼데 시간이 너무 늦었고, 날씨가 좋지 않았다.
일단 영동으로 가기로 하고 다시 빗속을 달린다.
가도 가도 변함이 없는 것은 흰색의 간선과 노란색의 중앙선이
보기좋게 그려져 있는 국도와 끊임없이 내리는 비뿐이었다.
지긋지긋한 비.....
언제쯤 우리는 비바람을 피하고 편히 쉴수 있을까?
PM 4:50 국도변의 어느 포도밭에서 100여m 떨어진 곳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나를 제외한 세명은 한참 앞을 달리고 있다.
먼저 병구가 무서운 속도로 앞으로 쭉 뻗어 나간다.
그러면 병욱형과 종민형은 눈앞에 병구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서 힘들어도 쫓아간다.
좀 천천히 달리고 싶어도 잠시만 쉬어도 병구에게서 너무 뒤처지니까 어쩔 수 없이
속으로 병구욕을 해대며 달린다.
그러나 난 절대 쫓아 가지 않는다. 언제나 내 페이스대로....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다는 절대적 확신을 가지고 내 선택을 믿고 간다.
내 앞에 일행이 없다는 불안함은 특히나 갈림길에서 양자택일의 어려움을 증폭시킨다.
여하튼 그렇게 혼자서 절대 무리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천천히 쉬었다 가는 것도 아니고,
나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촤르르르륵....
물길을 열면서 앞을 보고 달리는데,
세명이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비는 추적추적 오는데, 큰 나무들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가까이 가보니, 세명다 손에는 포도송이를 들고 있는 것이다.
지나오는 길에 포도밭이 있더니.... 배가 고파서 포도서리를????
zzang5 : 전설의 고향 찍어? 아무리 지나가는 나그네이어도 이런 몰골이면 재워주지는 않겠지...
이런 명장면을 사진을 찍어 두지 못한게 아쉬울 뿐이다.
봉고차나 포터가 지나갈 때마다 혹시나 포도밭 주인일까 싶어서 먹던 포도를 등뒤로 숨기면서
허겁지겁 포도알을 몇개씩 한꺼번에 입속에 밀어 넣으며 먹어 치웠다.
비가 와서 춥고 배고프고 현재 오갈데는 물론 잘곳도 없고...
거지의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었다.
이제는 쉬고 싶었다. 비에 젖은 몸이 천근만근 힘들었고,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추워서
입이 덜덜 떨리며 이빨에서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눈이 자꾸 감기며, 무릎의 관절이 지속적인 통증으로 시큰거려 왔다.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모두들 이구동성이다.
첨엔 허벅지가 땡기더니, 담에는 뻐근한 발목과 무릎, 그리고 쓰라린 사타구니.....
근육통에 이은 각종 관절염................ 그 담에는 성기능장애???
에이~~~~ 설마!!
지난 7월에 프랑스에서 `투르 드 프랑스’대회라는 전통의 사이클 대회가 열렸었다.
프랑스 전역 총구간 3427.5km를 사이클로 달리는 경주에서 5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랜스 암스트롱이라는 미국 사람이 있었다.
그는 생존율이 50%에 불과한 고환암이라는 지독한 병마와 싸우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여 5관왕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워서
프랑스 현지 언론으로부터 투병의 용사라는 극찬을 받은 사이클선수!!
암스트롱은 지난 96년 고환암을 진단받아 한쪽 고환과 뇌조직 일부를 도려내고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몸무게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재활훈련을 시작해서
충돌사고와 35도를 웃도는 피레네 산맥의 타는듯한 불볕더위, 경쟁자들의 강력한 도전을
모두 이겨내고 이번 대회에 우승함으로써 사이클 황제로 우뚝 선 것이다.
첫댓글 하아...정말 옛날 생각난다....흐음...어뜨게 다 기억하고 있지??이눔 쉐리~~ㅋㅋ^^혹시나 모르는건 물어봐랑~~ㅋㅋ
병구형 양말..ㅡㅡ;;
'설겆이'가 아니라'설거지'가 표준말인데... 암튼 이번에도 잼나게 읽었다 ㅋㅋ
설거지... 음..... 지금 고쳤다..... 충고는 감사!! 앞으로도 틀린 부분이 있음 지적을 해줘~~
병구 발냄새에 대한 정보가 없으므로 무효.. 아는 사람만 이해할수 있는 듯.. 문학의 존재론적 관점에서 글안에는 모든 정보가 있어야 함..
향후 동아리의 행사일정과 병구의 행동성향을 분석하면 모든 동아리인들이 병구의 발냄새를 체험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이글은 잠재적인 유효!!
재밌네재밌어~ㅋㅋ
야!!!이것들이....낭중에 보복이 안 두려운가 보군...조심해라...양말 바꿔치기 해가는 수가 있다...^^
주난이 차안에 가득찼던 뺑의 발냄새~ㅋㅋㅋㅋㅋ 그래두 그때가 좋았네......므흣~^^
뽀리 취향 독특.. 그게 모가 조아 >.< 대기오염, 산소부족, 호흡곤란, 의식불명, 환각상태..
그르게~하지만...지금이랑..그때랑 선택하라면 그때~할꼬야.....^^ 니네들도 만나고...얼마나 좋아~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