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
금년 새해는 이제까지의 새해와 달리 나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것 같네, 왜냐하면 나이70이 꺽어지기
시작하는 71이 되는해 이니까. 이제까지 오르막길이었다면 이제 내리막 길로 접어 들었으니 바쁘게
오르느라 보지 못했던 것 들을 여유를 가지고 관조하며, 사색하고,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동안
에 전혀 생각 안해본건 아니지만 좀더 깊이있게 성찰하는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나 싶네, 너무 깊이
들어갔나 ? 며칠전 집근처 '탄천"을 거닐다 잠시 의자에 앉아 있으며 생각한게 떠올라 옮겨 보았네.
세밑에 36년전에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께서 오랫만에, 역시 오래전 작고하신 나의 고모님과 함께 꿈에
나타나시길레 꿈속에서도 내가, 아니 어머니가 어떻게 다시 오셨나 ? 하고 생각하는데 아무 말씀이 없으
시고 그져 잠시 나를 바라만 보시다 사라지시더군. 꿈께고 나서 한참을 어머니 생각을 했었네, 그래
지금 생각하니 재오야 ! 네나이 70이 넘었으니 앞으로는 급하게 달리지말고 천천히 살아라하는 무언의
당부를 하시기위해 현몽하신거 아닌가 생각되어지네, 친구들도 이와 비슷한 꿈을 더러 꾸는지 궁금하군.
이왕 어머니 이야기 나왔으니 나의 어머니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할까 ?
1914년생이신데 1919년(기미년- 어머니 나이 6세))에 시작된 삼일독립만세운동 당시 서울 종로 어느동네에 살고 계셨는데, 어느날엔가 친구들과 대문밖에서 놀고있는데 "대한독립만세" ! 라고 외치며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며 집앞을 지나갔는데, 얼마후 왜놈 기마경찰에 쫓기며 돌아서 뛰어오는 사람들중 일부는 경찰이 휘두른 일본도에 코가 떨어지거나 어께가 베어진 여러 사람을 보고 어린 마음에 너무놀라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억을 더듬으며, 내가 초등학교 시절 해주셨다네, 그후 나의 외조부 ( 어머니의 부친)께서 전북 신태인 읍사무소 로 발령받아 (당시 호적계장) 신태인과 이웃동네인 김제로 내려와 살게 되었고, 어머니로 부터 직접들은 이야기는 아니나, 후에 같은 읍사무소 회계를 보시던 나의 아버지를 외조부가 사위로 삼지 않았나 추측되어지네. 삼일절 즈음에 이 이야기를 소개했다면 더 의미가 있을텐데... 싶구먼
끝으로,
최근 읽은 시인 "신달자" 님의 산문집 "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에 실린 "윤동주" 님 의 시 "자화상" 의미가 너무 좋아 여기에 옮기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 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신달자" 님의 시 해설도 같이 옮기네 :
- 전략
모통이를 돌아 산모통이도 끝인데 거기에 더 나가 논가 옛 우물가에 가, 우물 안을 들여다보니
한 사나이가 있고, 갑자기 그 사나이가 미워진 겁니다. 그래서 "나 너 싫어" 하며서 돌아가다
보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진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니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돌
아가 보니 다시 미워집니다. 또 돌아갑니다. 돌아가면서 생각해보니 그 사나이가 가엾습니다.
여러분 이게 핵심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당당하신가요 ? 그렇지 않을 겁니다. 언제나 거울 앞
에서 우리는 무력해지고,그리고 이것이 과연 나인가 하면서 실망 할때가 있을 겁니다 "
윤동주" 님 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심리적인 것, 나약하고 못나고 허약하고 아무 쓸모없는 것같이 느껴질때
결국 우리는 자기를 다독거리며 "그래도 살아가야 하지" 하면서 애증, 따뜻한 곳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많은 불만거리를 가지고 있고, 자기 자신을
미워 하고 실망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가장 애호자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존재하지 않나 싶습니다.
- 하략
이외에도 우리 삶을 한번쯤 되돌아 보게하는 여러글이 있어 친구들도 한번 읽어보라 강추하고 싶네만...
오랫만에 독한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이 아침에, 친구들 건강 조심하라 당부드리며, 안녕 !
죽전골에서
素 雲 이가
첫댓글 신림동에 살 땐가 모친을 뵌 적이 있었지... 학처럼 고우셨던 모습이
어렴풋이 생각나기도 하고... 불쑥불쑥 '불효자는 웁니다,' 노래제목처럼
어머니 살아계실 때 제대로 모시지 못한 것 생각나서 후회되는 나이인가봐...
이제부터라도 우물 속에 비친 날 바라보고 베풀며 살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1977년에 1년여 신림동에 살았었는데...그때 "이신"이 나의 어머니를...
거의 40여년전이 되었네 그려, 참 세월의 덧 없음이란....
'칠십노인이 엄마를 사모하는 사모곡을 노래하다' 소운다운 효심이 꿈속에 어머님를 만나게 하지 않았나 싶네 그려,
세월이 흘러도 나이가 들어도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은 변함이 없고 더욱더 새로어 지는 건 왜일까!
정신대에 잡혀가지 않으려고 열여섯 나이에 아버님께 시집왔다는 우리 어머님 생각이 나네...
70 아니라 생을 마치는날 까지도... 어머니에대한 추억, 그리움은 없어지지 않겠지 ?
정신대 때문에 원치않은 조혼을 할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허허" 의 모친이 바로 그 당사자의 한분이셨구먼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