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바친 사람만이 부처님의 혜명을 이어받을 수가 있다. / 송담 큰스님
깨닫지 못한 사람은,
지금 깨닫기 위해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의 분상으로서는
다못 꽉 맥혀서 알 수 없는 대의단을 일으킬 따름인 것이고,
오직 자기의 본참화두에 대한 의단을 일으킬 따름인 것입니다.
맨 마지막에 '서식묘아반(鼠食猫兒飯)이다.
쥐가 괴밥을,
고양이 밥을 먹었다'고 한 공안에 대해서
일부러 의리로 따져서 설파를 해 주셨습니다.
따질 수 있는 것이고, 또 따져서 이해가 안 가는 데까지만 말씀을 하셨고,
설사 의리로 따져서 그 부분에 대해서 설파를 해 주셨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우리가 해(害)를 입을 만한 것이 못 되기 때문에
전강 조실 스님께서는 말씀을 해 주신 걸로 생각합니다.
이 가운데 혹,
쥐는 바로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고 사니까
쥐는 바로 고양이 밥이다.
그런데 '쥐가 고양이 밥을 먹었다' 하는 것은
'쥐가 쥐를 먹었다'는 말이다.
중생이 번뇌 망상 분별심을 가지고 사는 것이 중생인데,
그 중생인 '나'가 번뇌와 망상이 다 없어졌으니까,
바로 번뇌가 번뇌를 다 잡아먹고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이 바로 사람과 경계가 다 몰록 공(空)한 것이고
산이 다하고 물이 다했다는 그런 경계다
이렇게 그런 식으로, 혹 다른 공안을 접했을 때에도
그러한 식으로 공안을 분석해서 알아 맞추려는
그러한 생각을 낸다면, 이것은 조실 스님의 참뜻을
바로 안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마삼근(麻三斤)이다'
'불법적적지대의(佛法的的之大意)가 무엇이냐?'
'마삼근(麻三斤)이다' 이렇게 대답했으니,
'불법은
이 우주법계의 삼라만상이 다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에
진신체가 아닌 것이 없다.
그러니 돌맹이도 비로자나불이요, 산도 비로자나불이요,
흘러가는 물도 비로자나불이요, 거지도 비로자나불이요,
산천초목 두두물물이 다 부처님 아닌 것이 없다.
그러니 삼[麻]도, 삼 뭉탱이도 그것도 비로자나불이다.
그러니 그 마삼근(麻三斤)이라는 게 그것이 아니냐'
이러한 식으로 공안을 따져 가지고 자기도 '한 소식했다’
이러한 생각을 갖는다면,
그러한 사람은
정법을 비방한 죄로 무간지옥(無間地獄)에 쏜살같이
떨어져 들어갈 사람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공안은
절대로 그러한 의리 · 분별심 이론으로 따져서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공안은 그렇게 따져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쥐가 고양이 밥을 먹었다' 그렇게 대답하니까,
'미지(未知)하니 갱도(更道)하라. 틀렸으니 다시 일러라'
다시 대답하기를, '반기이파(飯器已破)입니다
밥그릇은 이미 깨졌습니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옳다, 옳다' 쾌히 인가를 하셨던 것입니다.
'쥐가 고양이 밥을 먹었다' 한 데에 대해서 인가를 아니하고,
'밥그릇은 이미 깨졌다'고 대답한 데에 인가를 했습니다.
우리의 분별심으로
쥐가 고양이 밥을 먹었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의리로 따져볼 수가 있다고 할지라도,
'쥐가 고양이 밥을 먹었는데 무슨 밥그릇이 깨졌나?'
'밥그릇이 깨졌다'고 하는 대목에 가서는
우리는 아무리 분별심으로 따져 보려고 해도
거기는 이빨이 들어가지를 아니할 것입니다.
그래서
인가 받지도 못할 것을 따져 보면 무슨 소용이 있어?
따져서 공안을 알아보려고 하는 사람은
이미 바른 공부에 노선을 버리고
그릇된 데에 빠져서 허매고 있는 것이 틀림이 없는 것입니다.
공부를 차라리 아니 헐지언정
염불이나 하고, 주력이나 하고, 무슨 경(經)이나 읽고
그럴지언정,
참선을 한다고 할 진대에는
결단코 분별심으로, 의리로 따져 들어가는
그러한 삿된 그릇된 참선을 해서는 아니 되는 것입니다.
그 말씀을 해 주시기 위해서 조실 스님께서는
'반기이파(飯器已破)'의 공안에 대해서
잠깐 말씀을 해주신 것입니다.
법회 때마다 거듭거듭 강조를 하고 부탁을 했습니다마는,
이 공부는 내가 해야 하고,
오직 내 공부는 내 자신이 함으로써 자신의 생사해탈을 하고
부처님의 혜명을 잇게 되는 것이니 만큼,
남 봄에 공부를 잘한다고 하는 것을 자랑할 것도 없고,
자기도 무슨 공부를 해서 한 소식 했다고 하는 것을
남이 알아주기를 바랠 것도 없는 것입니다.
이 공부는
전연(全然) 자기 일신상의 문제일 따름인 것입니다.
철저하게 자기의 생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 사람만이 부처님의 혜명을 이어받을 수가
있고, 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교화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철두철미 참되게 닦아서 참되게 깨닫지 않는 한은
아무리 인물이 잘나고, 아무리 학식이 높고, 아무리 언변이 좋고,
아무리 많은 사람에 존경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또는 남을 위해서,
불법을 위해서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
출처 : 염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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