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추석 연휴 가볼 만한 전시회
긴 추석 연휴를 맞아 너도나도 해외여행길에 올랐다. 시간 등이 부족해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근처 미술관으로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굳이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해외여행이 아니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문을 여는 미술관들이 해외여행 못지않은 현지의 정취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센스 넘치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 영국의 정체성을 보다
추석 연휴 내내 문을 여는 곳(매주 월요일 휴관)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이다. 이곳에선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해 영국 현대작가 16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영국에서 일어난 사회, 정치, 문화적 주요 사건을 배경으로 삼는다.
박가희 큐레이터는 “민족, 계급, 인종에 따른 다양한 목소리와 이질적 가치가 뒤섞여 공존하는 것은 영국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미술을 통해 영국을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2017년 한국적 현실에서도 공유할 수 있는 바가 많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영국 전통과 정체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제레미 델러와 알란 케인의 ‘포크 아카이브’, 그레이슨 페리의 태피스트리 ‘포근한 담요’, 마틴 파와 폴 그라함의 사진작품, 루바이나 히미드의 초상화 연작 등이 특히 눈에 띈다. 존 아캄프라가 이주민의 삶을 추적한 영상작품 ‘끝나지 않은 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11월12일까지. (02)2124-8800
■ 독일의 오늘을 만나다
경기도 미술관은 한국·독일 현대미술 교류전 ‘아이러니&아이디얼리즘’을 연다. 한국과 독일 작가 8명이 현대 미술의 동향을 선보이는 전시회다.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아이러니와 충돌을 시각화한 작품들과 만날 수 있다. 4명의 한국 작가는 김홍석, 남화연, 배영환, 안지산이며 독일을 대표해서는 마이클 반 오펜, 만프레드 퍼니스, 비욘 달렘, 그리고 뒤셀도르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윤종숙 작가가 참여한다. 독일 현대조각에서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김한 만프레드 퍼니스는 합판, 벽돌 등 익숙한 재료를 조합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새로 생겨나는 관계성에 주목하는 장소특정적 작업을 주로 선보여왔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회화작품에서 익숙한 이미지 요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마이클 반 오펜의 작업도 재미있다. 12월3일까지. 4일은 휴무다. (031)481-7000
■ 지구 반대편 남미 여행
경기 광주 영은박물관에서는 라틴아메리카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와 한국의 공통점은 군부독재를 겪었다는 점이다. 반디트라소 라틴 커뮤니케이션 안진옥 대표는 “한국의 미술작품들은 아픔을 곰삭히듯 내재시키는 경향이 짙은 반면 라틴의 작품들은 아픔을 폭발하듯 열정적으로 표출시킨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에 와서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기하학 추상미술이 발달했다. 국제적 추상미술운동 마디(MADI)가 시작된 아르헨티나는 특히 그 중심 지역으로, 구체미술과 공간미술도 발달했다. 올해 말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아트바젤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국내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노라 이니에스타, 클라우디오 가지나, 헤라르도 휄스테인, 볼리비아 출신의 루이스 질베티, 마리아 레네 베커, 콜롬비아 태생의 사이르 가르시아 등이다. 전시는 10월7~8일. (031)761-0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