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윤정희 알츠하이머 점점 악화… 가족 말고는 아무도 기억 못해”
피아니스트 백건우 ‘방치 논란’ 이후 첫 심경 고백
김성현 기자
입력 2021.08.04 03:00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1/08/04/UUQPZLWNAZBM3OCG3626FZWH4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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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가 2021년 8월 3일 경기도 양평 서종면 인근에서 본지와 만나 프랑스에서 치매로 투병 중인 아내 원로 배우 윤정희 가족 관련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요즘 세상은 상식이 사라진 것 같다. 설명이 필요 없는 일에 설명을 요구하고, 생각하면 해결될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피아니스트 백건우(75)가 아내 윤정희(77) ‘방치 논란’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를 구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온 지 꼭 반년 만이다. 그는 3일 본지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릴 일이 아니었고 잘못된 일”이라며 “법적 해결에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지만, 잘 판단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논란 이후 말을 아끼던 그가 인터뷰를 통해서 심경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2021년 8월 3일 경기도 양평 서종면 인근에서 본지와 만나 프랑스에서 치매로 투병 중인 아내 원로배우 윤정희 가족 관련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인터뷰에서 그는 현재 프랑스에서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인 아내 윤씨 상황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딸 진희(44)씨와 현지 간병인 너덧 명이 돌아가면서 윤씨를 보살피고 있다고 했다. 백건우는 “함께 잠자며 간병하는 일, 음식 챙기기, 청소까지 도무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나무와 호수가 보이는 파리 근교 뱅센에 집을 구했는데, 아내가 무릎이 좋지 않아 거동이 쉽잖은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정희의 성년 후견인 자격을 놓고 백씨 측과 윤씨의 친정 동생들은 프랑스에서 법적 다툼을 벌였다. 1년여간 진행된 소송은 지난해 프랑스 파리고등법원에서 백씨 측 승소로 끝났다. 백씨의 딸 진희씨는 한국 법원에도 어머니에 대한 성년 후견인 자격을 신청했다. 지난 6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영상으로 윤씨에 대한 면접 조사를 실시했다. 백건우는 “아내가 머물고 있는 집 안부터 간병인까지 모두 보여주고 병원 기록도 제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백건우는 “아내가 예전 추억으로 살아가던 시절에는 다음 날 촬영 걱정 때문에 언제나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기억력이 희미해지면서도 의상 준비와 스케줄 관리까지 모두 챙겼던 습관은 강하게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요즘은 그 기억마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생일이나 시간, 상황과 장소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백건우와 윤정희는 1976년 결혼 이후 40여 년간 국내외 연주 여행에 빠짐없이 동행해서 ‘원앙 부부’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2년여 전부터 백건우는 홀로 연주 여행을 다닌다. 그는 “삶이 변하면서 음악에도 작지 않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오케스트라 협연과 독주(獨奏)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실내악이나 젊은 연주자들과 협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처음으로 참가한다. 오는 6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4), 첼리스트 김두민(42) 등 30~40대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드뷔시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3중주를 연주한다. 백건우는 “한국에서 실내악을 연주할 기회가 드물었다. 오랫동안 미뤄놓았던 것들에 다시 도전하면서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