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
신 보 성
오월의 싱그러운 잔치에 사철 푸르게 사는
소나무라고 어찌 무심히 지낼 수가 있으랴
손가락 마디마디 노오란 촛불 켜들고
하늘 향하여 신의 영광을 찬미하는도다
뙤약볕이 할퀴고 부슬비 하염없이 내려도
꺼지지 않는 불꽃은
감사의 기도 탄생의 환희
오늘만은 슬픈 소멸을 생각지 마라
그 촛불 타오르고 타올라 회오리바람 불면
희생의 제단을 예비하는 최후의 만찬이 된다 해도
꽃가루 들로 산으로 강물로 흘러
평화의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이냐
신록의 잔치가 끝난다 해도
조롱조롱 솔방울 잿더미 속 사리처럼
가지마마 영롱히 빛난다는 것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이냐
송화여 온몸 불살라
오월의 거룩한 성찬의식에 불을 밝혀라
문학의 因과 緣
신 보 성
붓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일체개고(一切皆苦)를 설하지 않았을 것이고
예수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천국은 한국의 서운산 같은 곳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키에르케고르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굳이 죽음에 이르는 병을 저술하지 않고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화를 그렸으리라
종교 사상 문학이라는 것도
환경이란 조건에서 생겨나는 인연의 소산
이처럼 싱그럽고 아름다운 대한민국 오월의 신록에서
무엇이 생겨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그렇다 문학이다
한국인의 유전자가 문학의 因이라면
금수강산 조국의 강토는 문학의 緣이다
이제 인연의 꽃 피어날 때 되었으니
노벨 문학상은 한국인의 것이다
인간 사육장
신 보 성
산 아래 잔디밭 애견 훈련장
생김새 색깔 다른 것들이 당근 채찍으로
일사불란 길들여져 공중 곡예 서커스 단원이 된다
사람도 개처럼 길들이는 세상이 있다
생각마저도 독재자가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고
말도 독재자가 하라는 말만 하라는 나라가 있다
하여,
사상 양심 언론의 자유과 같은 정신적 자유권은
사람이 개처럼 길들여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의 나라에서도
월급의 당근 해고의 채찍으로
사람을 개로 길들이려는 곳이 있다
길들여지지 않으려면 싸워야 한다
자본에 길들여지지 않기 위해
이 산중 처사는 고픈 배 움켜쥐고라도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노라
김노인의 편지
신 보 성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건강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굶어보지 않은 사람은 가난의 서러움을 잘 모르며
헤어져 보지 않는 자는 이별의 쓰라림을 잘 모르고
외로워보지 않은 자는 고독의 슬픔을 잘 알지 못한다
病苦 貧苦 孤苦에 시달리는 김노인은
5년 전 상처하고 자식 연대보증 섰다 집까지 날리고
단간 셋방에서 홀로 살아가면서 노인 3苦에 시달린다
그가 길거리에 떴다는 것은
외로움에 지친 가난한 종합병원 하나가
쓸쓸히 걸어가는 것이다
그는 아파트 집집마다 전등불 켜지는 밤이면
뒷동산 올라가 밤하늘 바라보며
눈 속으로 파고드는 님을 닮은 별 하나
마주치는 눈빛에 눈물 흘린다
사랑이 없었다면 그리움도 없고
그리움이 없다면 외로움도 없으련만
아파트 불빛 하나 둘 모두 꺼질 때까지
신록의 잎새 위에 님 그리워 우는 사연
빼곡히 적은 서러운 편지
띄울 수도 없는 사연들 적고 또 적는다
소나무의 가르침
신 보 성
사는 것이 지루하고 시시하게 느껴질 때는
소나무에게 인생의 길을 물어본다
더우면 덥다 추우면 춥다 불평 한마디 없이
직립부동 살아가는 소나무는 하늘의 뜻을 안다
산과 들 지키며 무덤 앞에 우두커니 선 채로
한 세상 살면서 바람이 찾아오면 바람과 놀고
산새가 울면 덩달아 울어주고
햇살이 웃으면 따라 웃는 소나무에게서
지계바라밀을 배운다
청설모가 가지에서 서커스를 하고
까치들이 둥지 틀어 새살림을 차려도
어깨가 되어주고 말벗이 되어주는 소나무에게
보시바라밀을 배운다
이따금 심술궂은 사람들이 쿡쿡 쥐어박고
낫질까지 하여 송진 눈물 쏟아내면서도 화내지 아니하고
노랗게 익은 송화 난분분 흩날려
천년의 지혜를 가르쳐 주는 소나무에게서
인욕바라밀과 지혜바라밀을 배운다
사는 것이 괴롭고 쓸쓸해 질 때는
소나무 그늘에 앉아
묵언으로 정진하여 무쟁삼매에 든 소나무에게서
정진바라밀과 선정바라밀을 배운다
첫댓글 세상사는 것이 무엇일까?
다시 삶에 의문이 든다.
우리는 이 세상에 왜 왔다가 가는 걸까?
지금 나는 어디만큼 가고 있는가.
이렇게 나를 성찰해보고 반추해 보는 시간
보시바라밀, 지계바라밀, 인욕바라밀,
정진바라밀, 선정바라밀, 반야바라밀
가슴 저 밑바닥에 묻어둔 경전을 꺼내어봅니다.
" 문학의 因과 緣" 거푸 읽어 봤습니다.
노벨 문학상 희망을 가져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