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의 나들이 해프닝
임병식 rbs1144@daum.net
지독한 감기에 걸려 운신을 못하다가 우선해지자 용기를 냈다. 바깥 날씨를 보니 의외로 따뜻하여 야외로 나가볼 생각을 한 것이다. 감기로 한 일주일 남짓을 앓았는데 몸이 좀 가벼웠다. 그래서 그간 중단을 한 아침 걷기운동을 나가보았다. 걸을 만 했다.
‘날씨도 좋은데 이런 날은 집에만 있기 아깝지’
생각이 들어 평소 절친한 지인에게 전화를 넣었다.
“순천 웃장 돼지국밥집이 생각나는데 거기 어때요. 인근에 있는 수석박물관도 구경하고?”
“좋지요. 차량은 내가 수배를 하겠습니다. 황 선생님에게”
조금 있다가 전화가 걸려왔다.
“황 선생님이 그렇잖아도 순천갈 일이 있다고 하네요. 잠깐 얼굴만 보면 될 일이라고”
이렇게 되어 나와 김 선생, 황 선생 삼인이 순천을 행했다. 내가 두 곳을 다 아는 처지라 안내를 한답시고 앞좌석에 탔다. 미리서 내가 그곳은 쉽게 찾을 수 있다며 큰 소리를 치는 바람에 두 사람은 내가 지독한 길치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것은 무엇으로 증명이 되느냐하면 아예 황 선생은 레비를 켤 생각도 않고 있었다.
나의 형편없는 길안내는 얼마 안가서 바로 들통이 나고 말았다. 순천 시내를 들어섰는데 웃장 위치가 도무지 오리무중이었다.
“큰길을 따라 조금 더 가봅니다”
그래도 야속하게 국밥거리는 쉬 나타나지 않았다. 로타리를 두 어 개 지나고 순천대학교 입구에 이르렀는데도 보일 기미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차를 잠시 세우고 통행인에게 물었다.
“웃장을 찾아왔는데 못 찾겠네요. 어디지요?”
“지나쳤어요. 다시 내려가세요”
고맙기는 한데 그래도 감이 잡히지 않아 또 한 차례 물었다.
“저리 쭉 가면 있어요”
이쯤 되면 길안내는 해고감이다. 어찌어찌 찾아는 갔는데 이번에는 주차할 곳이 난감했다. 하는 수 없이 커브지점에다 차를 세우고 첫 들머리 집을 찾아들어갔다.
집은 허술한데 손님이 많이 앉아 있는 걸 보니 괜찮은 것 같다. 먼저 돼지고지 수육이 나오는데 별미다. 기름기가 거의 없고 살이 연한 게먹을 만하다. 뒤이어 주 메뉴인 국밥이 나오는데 이건 환상적이다. 시원하고 푸짐하고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웃장 돼지국밥, 국밥 하는가 보았다. 맛있게 성찬을 즐겼다. 음식 값 대비 맛으로는 최상이지 싶다. 잘 먹었다는 말에 주인도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런데 이후의 상황. 차를 타려 나오니 차가 없었다.
“차가 없네요. 안보이네요”
“넥카가 나타나 끌어가버린 것이 아닐까요?”
“황당하네. 황당해”
그런데 차주인인 황선생의 외침이 들려왔다.
“저쪽에 차가 있네요”
황 선생은 차 주인인 만큼 우리는 ‘어찌지 어쩌지’하는 순간에, 비용을 생각했다고 한다. 벌금에 네카비, 택시비를 종합하니 아무래도 15-6만원이 나가게 생겼더란다. 우리는 이동수단을 걱정했지만 차 임자는 현실적인 경비를 걱정한 것이었다.
해프닝은 지점을 착각한데서 발생했다. 뒤에 보니 비슷한 지점이 두 곳이 있는데 정작 세워둔 것을 착각한 것이었다.지내 놓고 보니 왜 그리도 장소가 비슷한가. 모퉁이 지점도 그렇고 옆의 건물도 비슷하였다. 차이점이라면 식당에서 볼 때 조금 가깝고 먼 차이뿐이었다.
차를 찾고 나서 세 사람은 포복절도를 하였다. 그 과정에서 나의 형편없는 길치의 약점은 여지없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렇다면 다음 실수는 말아야 한다. 예정된 수석박물관을 찾아가면서 나는 우선 큰 소리부터 쳤다.
“외곽 청암 대학을 지나 갈림길에서 위쪽을 가면 금방 나옵니다”
조금 전에 길 찾기를 하면서 크게 당황했으면서도 황 선생은 내비를 켜지 않았다. 하도 찾아가는데 자신이 있다고 하니 믿어보기로 한 모양이었다. 외곽도로를 타고 4키로 미터 남짓을 신나게 달렸다. 이때도 나는 앞 자석에 앉아서 앞을 주시했다.
다른 것은 모르겠고, 도로변에 세워진 거대한 ‘세계수석박물관’ 안내판만 찾으면 된다. 이거야 말로 식은 밥먹기 아닌가. 그런데 어라, 간판이 나타나지 않았다. 느낌상 한참을 지난 것 같은데 자꾸만 생소한 풍경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순천 상사 땜 입구까지 이르렀다.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네요”
실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말에 황 선생은 내비를 작동하지 시작했다. 아마도 심중에는 진즉 그리 하고 싶었던 모양이나, 내가 지리를 자신하니 차마 그럴 수는 없고 마지막 믿어보기로 하다가 내린 최후의 조치를 한 모양이었다.
차머리를 돌리니, 내비가 2.7키로 미터를 내려가라고 한다. 그만큼 헛걸음을 한 것이다.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여기서도 방향을 잘못 짚은 것이었다. 청암대학에서 한 구간을 더 가서 위로 올라가야하는데 미리서 다른 길로 접어든 것이다.
마침내 박물관이 나타나고 반갑기는 하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얼굴을 들 낯이 없었다. 두 분이 가보지 않는 곳을 안내한 보람으로 마지막은 헤피엔딩으로 마치기는 했지만, 이날의 안내를 맡은 길치의 실력은 형편이 없음이 만천하에 탄로가 되고 말았다.
운전한 분, 따라나선 분, 몸 고생도 고생이지만 기름 값도 상당히 추가가 되었을 것이다. 그거다가 나는 안내를 했다는 명분으로 차도 공짜로 타고, 밥도 공짜로 먹고, 박물관관람비도 공짜로 했으니 이런 염치가 없을 수도 없다.
다만 위안을 삼기는 모두가 국밥이 맛있다고 하고, 수석구경이 최고였다고 하니 거기에서 위안을 삼았다. 나는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수석박물관에서 입장료를 받은 건 좀 못마땅했다. 그만큼 투자를 했으니 돈을 받는 건 나무랄 일은 아니나 노약자나 어린이에는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곳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감탄은 하면서도 ‘이것이야 말로 김선달 대강물 팔아먹은 격이 아닌가’생각되었다. 하늘이 내려준 천품의 물건이고, 수고를 한 것은 매입비와 운반비가 전부인데, 그것을 돈을 받다니. 수석을 좋하하는 나의 정서에서 부합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날은 나의 청맹과니 같은 길치가 만천하에 드러난 날이면서 실수연발의 허당의 내면이 속절없이 탄로가 나버린 우스우면서도 쪽팔린 날이 아니었던가 한다. (2025)
첫댓글 임선생님 덕분에 순천 윗장 찾아 수육, 국밥 잘 먹었습니다.
임선생님이 말씀을 해 주셔서 《순천 세계수석 박물관》을 관람했으니 아주 유익한 나들이었습니다.
임선생님 덕분에 황선생님의 호탕한 웃음은 아주 포복절도였습니다.
황선생님의 선한 모습은 지금도 포근하고 안온하게 생각됩니다.
운전까지 해 주셔서 그렇치 않해도 미안하여 밥 값이라도 내려고 했는데,
제가 안 자리를 앉은 바람에 내지 못해 여간 미안했습니다.
임선생님, 황선생님 덕분에 즐거운 나들이 고맙습니다. ^^♡
근래에 하하호호, 목젖이 다 보이도록 유쾌하게 웃어본 때도 없었던듯 합니다.
어떻게나 격하게 웃었던지 가슴뼈가 다 절리고 아프더군요.
웃장터의 수육국밥도 맛었었고 세계수석박물관도 아주 뜻이 깊었습니다.
한사람의 열정이 이런 대업도 이루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후손은
자자손손 이 박물관때문에 먹고사는데는 지장이 없겠다싶어서 무척 부럽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인 소감은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고, 대동강물 팔아먹은 것 보다도 한수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드랬습니다.
용감한 길치 님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요즘엔 길 안내를 전적으로 내비에게 맡기다 보니 한번 다녀온 길도 헷갈리더군요.
아무튼 선생님 덕분에 모두 오랜만에 통쾌한 웃음을 만끽할 수 있었으니 전화위복입니다.
음식 중에서 돼지국밥은 이름난 집에서 먹어야겠더군요. 돼지국밥집에선 수육과 순대를 곁들여야 제격인가 싶어요.
사진으로 구경해본 수석박물관의 수석이 대단합니다. 더욱 발전하여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황 선생님의 무탈하신 모습을 대하니 반갑기도 한데, 그동안 모시지 못해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길치의 길 안내가 재미있는 작품의 식재료가 되었군요.
길눈이 맹인수준인 주제에 용감하게 안내를 맡았다가 두번이나 연거푸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순천 웃장터는 위쪽으로만 가면 바로 나올줄 알았는데 찾지를 못하여 두번이나 나그네의 안내를
받은 다음에 겨우 찾았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수석박물관을 자신있다고 안내했는데 그만 글을 잘못 들어 버렸어요.
하는수 없는 길치의 폭로가 나고서야 내비의 도움으로 겨우 찾아갔지요.
차를 잃어버렸다는 한순간의 착각은 세사람이 포복절도를 할 지경이었습니다.
어찌나 격하게 웃었던지 배와 갈비뼈가 다 아팠습니다.
주차한 곳을 잘못 알고서 황당해했지요. 어찌도 지형이 비슷한지 그만 깜빡 속고 말았어요.
그렇지만 모처럼의 야외나들이는 즐거웠고, 좋은 추억을 쌓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