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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인생에 세 번 읽어야 한다. 아득바득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의 인생관이 너무도 메말라 잊지 않은가. 그림책은 삭막해진 나의 마음에 물기를 되찾아 준다. 곁에 그림책을 두고 그 멋진 상상력과 즐거운 판타지를 날마다 10분씩이라도 맛본다면 마음 어딘가에서 변화가 생길 것이다. 반드시 뭔가가 변할 것이다. - <마음이 흐린 날엔 그림책을 펴세요>(수희재 출판, 야나기다 구니오 지음)
애들이 유치원에 가고 나면 어질러진 방을 치운다. 장난감을 정리하고 책을 제자리에 꽂다가 문득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을 꺼낸다. 언제든 집안일이라는 일상에 지칠 때 이 책을 펼치면 실실 웃음이 나면서 속이 개운해진다. 그림에서 게으른 남편과 아들이 돼지로 변하는 과정에서 그림의 벽지나 그릇들도 돼지로 조금씩 변해가는 게 너무 재밌다. 두 세 번을 본 후 다시 책꽂이에 꽂는다.
어제 아들내미가 유치원에서 같은 반 여자애 얼굴에 상처를 내고 왔다. 젊은 엄마는 화를 냈고, 우리 아들은 기가 팍 죽어서 왔다. 우리집 쌍둥이 남매는 평소에도 하도 싸워대서 그 전투력이 동급 최강일 것이다. 그 전투력으로 귀한 무남독녀 외동딸 얼굴에 상처를 냈으니 이를 어쩐다. 유치원에 보내놓고도 걱정투성이다. 그런 걱정 속에 있다가 바로 옆에 있는 <나와 너>를 꺼내본다. 행복하고 부유해 보이는 가족의 칼라풀한 수채화 그림과 작은 사각형 안에 갇힌 흑백톤의 가난한 홀엄마와 딸의 그림이 교차하면서 보여진다. 그리고 부잣집에 몰래 들어가 침대에서 잠들었다가 쫓겨난 아이가 잃어버린 엄마를 향해 달려가면서 회색모자가 벗겨지고 금발머리가 바람에 나부낀다. 아, 나는 정말 이 장면이 좋다. 함께 사는 세상이 가장 멋지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우리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울 수 있기를 속으로 기도한다.
띠리링. 문자가 한 통 날아들었다. 키르키스탄에서 선교사역을 하다가 쉬러 한국에 들어와 있는 친구다. 일이 있어서 다시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잊지 말고 가기 전에 전화를 해야겠다. 시각장애가 있는 친구는 눈이 점점 더 안 보여서 한국에서는 먼 길 잘 나서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서 답답해했다. 그런데 키르키즈만 가면 더 자유롭고 편하고 실컷 돌아다니고 좋다고 한다. 눈이 잘 안 보이는 대신 언어를 잘 하는 친구는 그 곳이 더 편하단다. 친구를 생각하면서 <나무를 만져 보세요> 그림책을 꺼냈다. 이 책은 왼쪽은 점자와 입체 그림이 있고, 오른쪽은 같은 내용의 글과 그림이 있는 책이다. 애들은 올록볼록한 점자와 그림을 만지면서 눈으로 그림을 보고 귀로 이야기를 듣는다. “눈 내리는 겨울이 지나면 나는 더 많이 자랄 거예요. 나무만큼 훌쩍 커질거에요.”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마다, 나는 내 마음 속의 거칠게 일어난 부분들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아픔이 있고, 겨울이 있고, 불편함이 있어서 우리는 더 많이 자랄거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혼자 밥을 먹으려고 상을 차린다. 귀찮아서 김치통째로 꺼내놓고 밥주걱도 귀찮아서 숟가락으로 밥을 퍼담고 먹는다. 어제는 저녁에 친정에 가서 밥을 얻어먹는데, 애들한테 갈치를 살을 발라서 밥에 얹어주면서 먹이느라 나는 한 숟갈도 못 먹고 있었다. 그랬더니 친정엄마는 ‘너는 네 딸 밥 먹이느라 정신없으니, 나는 내 딸 밥 먹여야겠다’라면서 쌈을 싸서 연신 내 입에 넣어줬다. 혼자 밥 먹는데 문득 엄마 대사가 생각이 나서 피식 웃는다. 엄마 생신 때 드리려고 사 놓은 그림책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를 꺼내 읽었다. “자식이 괴로우면 어버이 더 괴롭고 / 자식이 고생하면 어버이 더 슬프니 / 아들딸 잠깐 겪는 고생에 / 어버이 마음은 오래도록 아프시네 / 멀리 있는 자식 소식을 들으시면 / 밤늦도록 서성이다 찬 바닥에 누우시고 / 배고플까 추울까 험한 길도 마다 않고 / 먹이고 입힐 것 이고 지어 나르시네” 그림에는 산과 산이 막막하니 있는데, 어머니는 짐을 지고 집을 나서신다. 내 마음이 먹먹해진다.
신문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분쟁에 관한 글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컴퓨터를 켜고 트위터를 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스케치북>이라는 그림책을 추천하는 글을 써서 보냈다.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 거대한 장벽을 세웠고 친구와 축구를 할 수 없게 된 하루가 붓과 물감으로 장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내용의 책이다. 장벽이 세상에서 가장 큰 스케치북이 된 것이다. 리트윗 되면서 좋은 책을 추천해 줘서 고맙다는 글이 올라온다. 므흣.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에게는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을, 애 엄마들에게는 조 신타의 <나의 크레용>을, 책벌레들에게는 사라 스튜어트가 쓴 <도서관>을 추천하는 답글을 보냈다. 그리고 나니, 책이 주는 즐거움과 위로와 편안함이 갑자기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반납할 책을 싸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미 그림책 코너에는 엄마들이 여럿 앉아서 그림책을 보고 있다. 애들 읽어 줄 <구룬파유치원>,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과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를 대출받아 놓고는 자리를 잡고 앉아 어른을 위한 그림책들을 꺼내 읽는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아툭>과 <꼬마 인형>을 꺼내 한번 읽고, 그 다음엔 그림만 감상하면서 다시 본다. 그림만 보면서 그림책을 볼 때면,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것 같아서 새로운 게 늘 보인다. 이럴 때면 어린아이와 같아져야 한다는 주님의 음성이 내 옆 자리에서 들리는 듯 하다.
그림책을 ‘어린이에게 이로운 것’ 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틀린 생각입니다. 그림책은 그냥 ‘즐거운 것’ 일 뿐입니다. 다만 텍스트 위주의 책과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입니다. 만약 아이와 그림책의 관계를 이해하고 싶다면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딱히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커다란 즐거움의 세계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버지니아 리 버튼의 《작은 집 이야기》(시공주니어)를 읽어보셨나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들과 관련지어 읽어보면, 이 그림책이 얼마나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다양하고 훌륭한 표현력을 가졌는지 깨닫고 깜짝 놀랄 것입니다.
루드비히 베멀먼즈의 《씩씩한 마들린느》(시공주니어)는 어떻습니까. 미국에 사는 프랑스인인 작가이기에 가능한 프랑스적인 감각에 홀짝 반해버릴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프레드릭》(시공주니어)에서는 주인공인 시인 쥐를 통해서 우리들의 사는 방법을 새삼 돌이켜보게도 되고요. 마리 홀 엣츠의 《나랑 같이 놀자》(시공주니어)도 빼놓을 수 없는 책입니다.
좋은 그림책에선 어른도 즐거움을 얻습니다. 어떤 이는 ‘어른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그림책은 어린이에게도 좋다.’ 고 말합니다만, 어린이가 정말 좋아하는 그림책은 어른도 아주 즐거워질 수 있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그림책이 왜 즐거운지 모르겠다면, 어린이의 세계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어린이와 그림책>(샘터 출판, 마쓰이 다다시 지음)
박스1> 그림책 전문 편집자가 추천하는 “어른들의 마음까지 흔드는 그림책”(한겨레신문)
<할머니가 남긴 선물> 론 브룩스 그림·마거릿 와일드 글 (시공주니어)
죽음을 앞둔 할머니 돼지와 손녀 돼지의 이별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낸 그림책.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가르쳐주고 떠나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가슴을 파고들며 생을 마감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빛과 빛이 만나서 이뤄지는 색채의 감각을 인상주의적으로 남긴 그림과 함께 문학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췄다.
<눈 오는 날> 애즈라 잭 키츠 그림·글 (비룡소)
아이가 내리는 눈을 보는 즐거움과 신비로운 감정을 포착한 그림책.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표현해 생활에 밀착된 아이의 감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콜라주를 이용한 개성 있는 미학적 표현도 아름답고 무엇보다 잊고 살아온 유년의 감정들을 다시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선물한다.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곽영권 그림·이상희 글(사계절)
서울시립대 곽영권 교수가 어머니의 팔순을 기념해 선물한 아티스트북을 그림책으로 제작했다. 불교 경전 ‘부모은중경’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효사상이 아니라 애틋한 사랑으로 부모 자식의 관계를 바라본다. 볼수록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그림도 아름답다.
<세 개의 황금 열쇠> 피터 시스 그림·글(사계절)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의 체코 프라하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이민자 예술가인 저자가, 뉴욕에서 태어난 딸에게 자신의 조국과 자신이 성장한 도시를 보여주기 위한 그린 책이다. 환상적이면서도 정밀한 그림체를 따라 도시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데, 유태인 묘지를 지나는 장면에서는 카프카가 떠오르기도 한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출판 편집장 시절 기획했던 책이다.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 요르크 슈타이너 글·요르크 뮐러 그림(비룡소)
직장 생활을 오래 하면서 나의 본질은 사라지고 직급이나 업무로 내가 분류되어지는 ‘회사인간’이 돼가는 듯한 기분이 들 때, 퍼뜩 지금의 나, 진짜 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 환경 문제 등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이 가능하면서도 획일화되고 소외되는 현실을 날카롭게 짚어내는 안목이 놀랍다.
<새벽> 유리 슐레비츠 그림·글 (시공주니어)
새벽의 그 고요하고 순식간인 세계를 한시처럼 그림으로 표현했다. 실제 작가는 중국 한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여백과 수채화가 주는 색채의 맑음과 손자와 할아버지의 고요한 움직임이 두고두고 여운을 남긴다. 마음이 각박해질 때마다 들추게 되는 쉼표 같은 그림책이다.
<내가 함께 있을게>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글(웅진주니어)
죽음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도 슬프기보다는 읽으면 이상하게 큰 위로를 얻게 되는 그림책. 늘 군더더기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이 정갈하고 성찰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작가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돼 있다. 독자에게도 자기 성찰과 깊이 있는 사유를 요구하면서도 아주 따뜻하다.
<창 너머> 할스 키핑 그림·글(시공주니어)
그림책이라는 게 참으로 매혹적이면서도 진지한 장르라는 걸 깨닫게 해준 책. 책 전체가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그리고 있는데 그 풍경을 보는 사람은 어쩐지 방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내아이다. 작가가 쓴 풍부한 상징과 은유를 온전히 이해하게 될 날이 올까 싶지만 그래도 늘 좋은 그림책.
<햄릿> 프리드리히 카를 베히터 그림·글(보림)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대담하고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그림책. 곰돌이와 어릿광대 캐릭터를 활용해 원전의 다양한 인물들을 간결하게 축약하면서도 그림책이 가진 연극성과 원전 희곡이 가진 연극성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페이지마다 그림 위에 단 한 줄의 지문을 쓰면서도 신랄한 풍자성과 고전의 품위가 빛을 발한다.
<개들도 하늘나라에 가요> 신시아 라일런트 그림·글 (보물창고)
개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특히 개를 키우다가 하늘 나라에 보내본 사람이라면 어른 아이할 것 없이 절절하게 공감하며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그림책. 기능적으로 잘 된 그림은 아니지만 진심이 담긴 꼬마들의 학예회가 감동적이듯 아마추어적 그림체의 진지함과 진심이 마음을 움직인다.
<책읽기가 싫어> 에티엔 들레세르 그림·리타 마샬 글 (미래아이)
세계적인 명성의 화가 에티엔 들레세르의 환상적인 파스텔 톤의 그림과 그의 아내인 북아티스트 리타 마샬의 섬세하고 놀라운 상상력이 찰떡궁합으로 만났다. 어린이와 어른이 좋아할 스타일을 적당하게 조화돼 있어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큰 책.
<할아버지의 긴 여행> 앨런 세이 그림·글 (도서출판 마루벌)
젊은 시절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갔다가 노년에 돌아온 할아버지가 평생 느꼈던 향수를 손자가 나이 들면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린 책으로 3세대의 인생 여정을 통해 변함없는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고향에 대한 애틋함과 성장하면서 얻게 되는 이해와 연민의 감정이 따뜻하고 뭉클하게 그려졌다.
박스2><그림책, 음악을 만나다>의 저자 김영욱 추천 그림책
Q. 여러모로 마음이 퍽퍽해지는 요즘입니다. 어른들이 읽으면 좋은 그림책 몇 권을 이유와 함께 추천해주세요.
A.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혹은 하늘이 시커멓고 다시는 밝은 태양이 떠오르지 않을 것만 같을 때, 마이클 로젠이 글을 쓰고, 퀜틴 블레이크가 그림을 그린 <내가 가장 슬플 때>를 보고 용기를 내세요.
어느 비 오는 날 저녁, 주머니에는 동전뿐이고, 날 알아주는 이 없어 세상이 원망스러워 무작정 버스를 탔지만, 성에 낀 차창에 자꾸 낙서를 하고 싶어질 때, 올리비에 두주가 글을 쓰고, 이자벨 시몽이 그림을 그린 <창밖의 사람들>을 쳐다보세요.
언제였더라, 문득 오래전 젊은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했던 가족여행이 그리워질 때, 혹은 그 시절 당신들의 푸른 꿈이 궁금해 잠 못들 때, 피터 시스가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 <티베트>를 펼치고, 여행을 떠나세요.
봄 나무에 새싹 돋고, 여름 나무에 새가 들고, 가을 나무에 열매 맺히더니, 겨울나무 그 앙상한 가지 위로 봄이 왔다니…. 그만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땅속 깊이 뿌리 내린 채, 복잡한 도시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때, 정하섭 글을 쓰고 한성옥이 그림을 그린 <나무는 알고 있지>를 통해 나무로 살아가는 한 생도 그리 녹록하지 않음을 배워보세요.
박스3>어른이 읽으면 더 좋을, 어른을 위한 그림책들
<어린이와 그림책>이라는 저서로 한국에 널리 알려진 마쓰이 다다시와 융 심리학 전문가이자 임상치료가인 가와이 하야오, 논픽션 전문작가 야나기다 구니오, 세사람이 함께 쓴 <그림책의 힘>에서 추천하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
1.<백년동안의 고독>의 저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그림책 <빛은 물과 같단다>
라틴어린이환상동화 | 원제 La luz es como el agua (1992)
빛은 물과 같단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은이)
카르메 솔-벤드렐(그림)
송병선 (옮긴이) | 좋은엄마 | 2003-08-05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Jose Garcia Marquez)는 콜롬비아에서 태어났고, <백년동안의 고독>으로 198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작가다.
이 책은 물에서 보트를 타고 싶은 아이들에게 부모는 물가로 데려가 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부모가 없는 동안에 거실에 켜진 등에서 빛을 물처럼 끌어낸다. 방안 가득 넘치는 빛. 아이들은 방안을 가득채우는 빛 속을 항해하기 시작하는데,한꺼번에 너무 많은 빛이 넘쳐서 아이들은 결국 빛의 바다에 빠져 다시는 돌아 올 수 없게 된다.
환상적인 이 그림책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보아야 할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어른들,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마르케스다운 느낌을 준다.
2.<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의 저자 <미셀 투르니에>의 그림책 <피에로와 밤의 비밀>
원제 Pierrot ou les Secrets de la nuit
피에로와 밤의 비밀
미셸 투르니에 (지은이)
다니엘 부르(그림)
이주희 (옮긴이) | 문학동네어린이 | 2007-10-22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 미셸 투르니에의 단편을 담은 그림책.
어릴때부터 함께 자란 피에로와 콜롱빈은 성장해서 각각 빵집과 세탁소를 차린다. 콜롱빈은 밝은 낮의 햇빛을 사랑하고, 피에로는 달처럼 올빼미처럼 수줍음을 타고 말로 하는 것보다 글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 거기에 어느날 화학물감으로 염색한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아를르캥이 들어오고...
모두를 포용하는 밤의 비밀, 미셀 투르니에 답게 따뜻하고 맛있는 결말이다.
“나의 밤은 검은색이 아니야. 푸른빛이야. 그 푸른빛은 숨쉴 수 있어. 나의 아궁이는 검은색이 아니라 황금빛이야! 그 황금빛은 먹을 수 있어. 널 사랑해. 기다릴게.” - 피에로
3.<빨간모자>의 17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샤를 페로>의 그림책 <푸른 수염>
원제 La Barbe Bleue
푸른 수염
샤를 페로 (글) | 자위(그림)
김주열 (옮긴이) | 샘터사 | 2008-04-30
샤를 페로 Charles Perrault(1628~1703)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빨간 모자> <푸른 수염> <신데렐라> 등이 포함된 《거위 아줌마가 들려 주는 이야기》의 작가다. 그는 17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비평가이면서 프랑스 어린이문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이 책은 믿음과 배신, 돈과 사랑, 욕망과 후회가 한데 섞여 있는 공포스러운 이야기다. 출입이 금지된 방과 방문을 열 수 있는 열쇠, 방에 들어가고 싶은 호기심과 그 호기심이 불러일으킨 또 다른 비극. 열쇠는 상징적 요소 가운데 하나로, 푸른 수염이 아내에게 전적으로 맡긴 권력을 나타낸다. 그것은 마음의 열쇠인 동시에 정절의 상징이다. 아이들보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4.<장 지오노>와 <프레데릭 백>의 만남 <나무를 심은 사람>
원제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은이) | 프레데릭 백(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긴이) | 두레아이들 | 2002-07-23
장 지오노의 단편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에 프레데릭 백의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이 결합된 그림책.
어린이와 소설과 애니메이션을 감명깊게 본 독자를 위한 책으로, 나무를 심었던 '기적의 사람' 엘제아르 부피에처럼, 5년 동안 2만 장의 그림을 혼자 그린 프레데릭 백. 이 책의 삽화는 모두 프레데릭 백이 직접 이야기에 맞춰 애니메이션에서 골라 손을 본 것이다.
5.<몽실언니>의 작가, 동화나라의 종지기 <권정생>의 <강아지똥>
강아지똥
권정생 (글) | 정승각(그림) | 길벗어린이 | 1996-04-01
1937년 일제 강점기 일본 도쿄 빈민가에서 가난한 노무자의 아들로 태어난 권정생은 1982년까지 마을 교회 종지기로 살았고, 동화 작가로서 많은 인세를 받아 왔지만, 5평짜리 오두막집에서 강아지와 둘이서 살았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고 쓸모없는 강아지똥, 그 똥이 민들레 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감동스럽고 신비스러운 이치를 희생과 사랑의 아름다움으로 나타내었다.
이 책은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의 아름다움을 영혼의 깊은 울림으로 감격스럽게 그린 그림책이다.
6.<은하철도 '999'>의 원작 동화인 <은하철도의 밤>을 쓴 <미야자와 겐지>의 <첼로 켜는 고슈>
첼로 켜는 고슈
미야자와 겐지 (지은이)
박경희 (옮긴이)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6-03-16
일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자 동화작가이며,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인 《은하철도의 밤》을 쓴 미야자와 겐지(1896년-1933년)는 일본의 문인이자 교육자로 37세의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그는 생전에는 무명이었지만 사후에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
이 책은 자연과 교감하며 음악을 완성해 가는 첼로 연주자 이야기다. 음악회를 며칠 앞둔 고슈는 지휘자에게 심한 꾸중을 듣고 집에 돌아와 밤늦도록 연습을 하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능청스레 연주를 부탁한다. 다음 날은 뻐꾸기가, 그 다음 날에는 아기 너구리가, 또 다음 날에는 들쥐 모자가 나타나 고슈에게 연주를 부탁한다. 동물들과 함께 기나긴 밤들이 지나고 드디어 음악회 날, 고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사람과 동물, 식물과 바람, 구름과 빛, 별과 태양 등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이야기. 참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7.<100만 번 산 고양이>로 삶에 대한 깨달음을 준 <사노 요코>의 그림책 <아저씨 우산>
아저씨 우산
사노 요코 (지은이) | 박상희 (옮긴이) | 비룡소 | 1996-06-07
1938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사노 요코는 1975년 《아저씨 우산》으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추천을 받았고, 《100만 번 산 고양이》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의 그림은 물감으로 쓱쓱 그린 듯하지만 이야기와 그림이 주는 분위기는 긴 여운으로 남는다.
아저씨는 아주 멋진 우산을 가지고 있지만 비오는 날 우산이 젖을까봐 펴지를 않고, 다른 사람의 우산을 빌려 쓴다. 비바람이 세찬 날엔 집안에서 꼼짝도 안한다. 그리고 창밖으로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진 사람을 구경하며 안도의 한숨만 내쉰다. 이런 아저씨에게 비오는 날 어떤 조그만 아이가 우산을 씌워 달라고 부탁하지만 아저씨는 모른 척한다.
내 것이 있지만 아까워서 깊이 보관만 하고 쓰지 않는 것은 혹시 없을까?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는 그림책.
8.<떠돌이 개>로 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 <가브리엘 뱅상>의 그림책 <꼬마 인형 >
원제 La Petite marionette
꼬마 인형
가브리엘 뱅상 (지은이) | 열린책들 | 2003-04-20
본명은 모니크 마르탱.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 강한 힘과 따뜻함, 부드러움, 그리고 간결함을 골고루 갖춘 작가로 평가받는다. '세레스틴느 이야기' 시리즈는 세계 12개국에서 번역 출판되었으며, 1988년 볼로냐 어린이 도서전 그래픽 상을 받기도 했다.
탁월한 데생과 따스한 이야기로 독자를 매혹시켜 온 가브리엘 뱅상은 연필과 목탄을 이용한 모노톤 데생을 통해, 일상에서 발견하는 삶의 진실, 작은 행복, 단순하게 사는 삶 등을 이야기한다.
9. 몽골의 악기 <마두금>의 전설을 그린 그림책 <수호의 하얀말>
수호의 하얀말
오츠카 유우조 (글)
아카바 수에키치(그림)
이영준 (옮긴이) | 한림출판사 | 2001-03-10
몽골의 악기 '마두금'이 생기게 된 이야기.
몽골의 가난한 양치기 소년 수호는 들판에서 버려진 하얀 망아지를 발견하고, 정성껏 보살핀다. 망아지는 자라 늠름한 말이 되고, 원님이 주최하는 말달리기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을 한다.
하얀 말에 욕심이 난 원님은 수호에게서 강제로 하얀 말을 빼앗지만 하얀 말은 원님을 물리치고 온 몸에 화살을 맞으면서 수호를 찾아와서 숨을 거둔다. 권력에 희생당하는 소외계층을 그린 가슴 아픈 이야기다. 이 그림으로 아카바는 1980년 어린이 노벨상이라 부르는 한스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10. 미국 그림책의 황금기를 연 <완다 가그>의 <백만마리 고양이>
백만마리 고양이
완다 가그 (지은이) | 강무환 (옮긴이) | 시공주니어 | 1994년 7월
1893년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태어난 완다 가그는 미국 그림책의 황금기를 연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유럽의 옛이야기를 독특하게 재구성해내는데 탁월했다.
이 그림책은 검정색 하나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그림책이다.
고양이 한 마리를 얻으러 먼 길을 떠난 할아버지가 수억 마리의 고양이들을 데리고 돌아오는데 그 중에서 단 한마리만 골라야 한다. 고양이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어떻게 되었을까?
11. 재미있는 <안노 미쓰마사>의 <이상한 그림책>
이상한 그림책
안노 미쓰마사 (지은이) | 비룡소 | 2006-11-10
안노 미쓰마사는 미네마현 쓰와노에서 태어났다. 교사로 재직하다가, <이상한 그림책>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수학 그림동화>시리즈 <여행 그림책>시리즈 등이 있다.
위아래가 뒤바뀐 집, 올라가도 내려가기만 하는 계단, 상류와 하류를 구분할 수 없는 물.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그림처럼,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기묘한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낸 '눈속임' 그림책이다.
안데르센 상, 케이트 그린어웨이 특별상,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그래픽 대상 등을 수상한 안노 미쓰마사의 그림책으로, <거꾸로 임금님>과 함께 출간되었다.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리저리 몇 번이고 돌려보게 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세간이며 장식품 하나하나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구석구석 살피는 재미가 있다.
12. <모모>,<끝없는 이야기>의 <미하엘 엔데>의 그림책 <오필리아의 그림자극장>
원제 Ophelias Schattentheater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미하엘 엔데 (지은이)
프리드리히 헤헬만(그림)
문성원 (옮긴이) | 베틀북 | 2001-07-01
독일에서 태어난 <미하엘 엔데>는 초현실주의 화가인 아버지와 역시 화가인 어머니로부터 풍요로운 예술적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그는 영혼이 피폐한 세상 사람들에게 환상과 꿈의 세계를 되찾아 준 작가다. 독일 청소년문학상ㆍ유럽 아동문학상ㆍ안데르센 문학상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1995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계의 언론들은 그를 ‘동화라는 수단을 통해 기술과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을 고발한 철학가’로 재평가하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극장이 문을 닫게 되자 세상에 남아도는 그림자들, 슬프고 외로운 그림자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할머니 오필리아가 어느 날. '죽음'이라고 부르는 커다랗고 차가운 그림자까지 받아들이는 순간,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은 '오필리아의 빛 극장'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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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땡유~ *.^
울 구역장님 요즘 살 맛 나는 것 같아요...아이들이 없는 오전에 맘껏 책도 읽고 도서관도 가고.. .. 역시 글쟁이라 글이 잼있어요. 좋은 동화책들 넘 많아서 참 좋네요... 어른을 위한 동화...제 수준에 딱 맞는 것 같아요...어른들도 동화를 읽으면 맘이 아이같아지잖아요?
아...제가 좋아하는 책들이여유
구역장님, 활약을 기대합니다 ^^**
애천어지구역 화이팅!!! 그림책 읽는 구역되겠군요. 부럽!!!
글쟁이셨어요? 어쩐지 그동안 글이 남다르다 생각했어요. 예일이 주하는 복이 많은 아이들이네요.
흐린 하늘에 편지를 쓰라는 노래가 생각 납니다...그림책이 그렇게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몰랐습니다...여진씨가 건의한 새맘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야 겠어요.
새맘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공간이 문제인 듯 해요...우리공간을 좀 갖고 싶네요..도서관도 꾸미고 까페도 꾸미고 진료실(이민호 집사님)도 꾸미고...이민호 집사님이 봉사를 하시고 싶어 하는데...
저도 공감 합니다..민호씨 열심히 돈 벌어 큰 병원 하나 지으세요..예배실이 있는 병원.
ㅎㅎ 저도 아이들 태어나기 전에 사놓은 저 만의 그림책이 있는데... 책장 높은 곳에 올려놓고 저 혼자 몰래 봅니다...ㅋㅋ
어른을 위한 동화책... 좋아요... ^^ 이런 목록 좋습니당~ ^^
그림책은 시각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책이기도하죠
다른장르 못지않게 상당히 위상이 높아지는 책이군요 ~
집사님 교육아래 예일이 주하는 정말 복이 많은 아이들이네요 ~부러워요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찾고 기뻐하는 중입니다.
고마우이^^*
이 글은 ivf 학사 격월간지 '소리'지에 연재될 내용입니다. 며칠전 쓴다고 고생했네! 부인~~~
공식석상에서는 구역장님이라고 부르세요.
와~~ 우리 구역장님 작가셨군요...ㅠ.ㅠ 멋져부려요!!! (홍선화)
책을 다 본 것처럼 배 부르네요. 꺼억~ 동화책은 읽는 맛이 유별나죠! 팍팍 넘어가는 맛, 아기자기한 맛...혹시 지안이도 그 맛을 아는 걸까요? 13개월 무렵부터 제 무릎에 앉아 책 읽기를 참 좋아합니다. 지안이에겐 장난감이다 싶어 곧 호기심 사라질 것 같으면서도, 책을 좋아하니 기분이 참 좋더라구요. 앞으로도 자주 일러주셔요. 도서관 부지런히 다니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