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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내고향 풍기 원문보기 글쓴이: 배규택
60여 년 전 풍기 장날에
펼쳐지던 재미있는 사투리 1
60여년 전 우리 고향 풍기
3일, 8일이 장날이었지...
순흥, 안정, 부석, 단산,
이산, 장수, 문수와
인근 예천 봉화에서 까지 많은
경북 북부지방 사람들이
가축이나 농산물 등을 사고팔기 위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소전거리, 닭전거리, 어물전거리,
고추전거리, 싸전거리, 나무전거리 등
소재나 품목별로 자리가 정해저 있었어
장날이면 어김없이
찾아 오시던 뻥튀기 아저씨
"뻥이요" 하시며 강냉이를 터트리면 귀
를 막고 기다렸다가 주변에 흩어진
낱알 튀밥 주워 먹으려
허둥지둥 거렸던
추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너도 해 봤나?
소전거리에서는 거간꾼이
돈 다발을 흔들며 흥정을 붙이는
재미있는 모습이 펼처지고
손에 움켜진 많은 돈 나도 한번
만져라도 봤으면 하고
마음의 침을 꿀떡 삼키도 했는데....
팔려서 엄마 곁을 떠나는
송아지 눈에 글썽이는 눈물에
여린 감성 울컥 솟아 오르는
울음보 참느라 혼나기도 했지.
장마당에 울려 퍼지는 호객소리
한푼이라도 절약하려는 흥정소리가
섞어 왁짜지껄 요란스럽다.
홍정골 아지매가 맥기실 아제 만나
반가움에 주고받는 인사말
정겹고 구수하다
"아이고 장에 오신니껴?"
"마카다 평안 하시지요?"
"요기는 하신니껴? "
"그래요 홍장골 아지매 오랜 마이씨더"
"난 영주기독병원에서
우리 기수 씨가 자궁을 드러내 가지고
거 들따보고 오는 길이씨더"
"아이고 그래 우에니껴?
들따 보느라고 엉가이도 수고 핸니더"
"아이래요 나만 들따본 게 아이고
들다 보러 오는 사람 천지베까리래요"
하시며 너스레를 떤다
희여골 아지매는
주추골 사는 시누이 만나
"오래비가 문지방에 걸리
남사스럽그러 나자빠져
무릎꼬배이 다칬다더만
우에 다 아물어 붙었니껴?"
"아이고 말도 마래요"
"영감탱이 좀 가마이 진뜩하지 모하고
고새를 못 참고 술독에 빠져
홍알거리이께네
고마 골마 터져 가지고 메란다이래요"
속계 사는 안정댁이 어물전에서
구름밭으로 시집온 동생 만나
고등어 한 손하고 문어 한마리 사셔
"실랑 좀 챙기먹이라" 카며 건낸다
"네사마 얼마 전에 제부 보이까네
얼굴이 반쪽이고 다 썩었더라 "
"성질머리 더럽더니
시집가셔도 맹 그러나?"
"어그빠리 시기도
내가 니한테 시껍했는데
실랑한테는 지발 그카지 말고
좀 알랑방구도 끼고 궁딩이도
살랑살랑 흔들고 좀 그래라"
"내가 니 땜에 걱정이 태산이다"
"알았제 뭐니 뭐니 해도 실랑이 질이다"
뒤 창락 아래윗집 사는 아지매와 아제가
왕자표 고무신가계에 신발사로
왔다가 만나 나누는
썸타는 대화가 웃긴다.
"아지매 오늘 적에는
욱금 지안동 사는 친구한테
쪼막만한 송이 한송이 얻은 거 하고
애호박 쑥쑥 썰어 너코
된장국이나 끼리묵으면서
풍기 인삼 막걸리 한사발 해야 될씨더"
"아지매요 이따가 출출하거등
우리 집으로 건너오소
달도 발고 날도 조코 인생 머 인니껴
한잔하민서
그렇게 재미지게 사는기지...
안그러이껴"
"오늘 우리집 나 혼자씨더.."
꼭 오세이 게이 밍기적 거리지 말고.. "
"이따 보시더"
왕자고무신 가계
유선방송 스피커에서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
나훈아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고추전거리 고추 파는 아저씨와
고추값 알아보로 나온
언고개 김씨 아저씨
고추사러 온 아지매들 보고
썰레발 까는 소리 기가 맥힌다.
"올해는 고추도 잘 영글고 사과도
아주 때깔이 기가맥히니더"
"봉당에 토실토실하고
길쭉한 고추를 말라서
서울 땔래미 한테 보낼라꼬
오늘 한 방티이
까뜩 담아 말라 난니더..."
"풍기 고추요
소백산 바람이
살랑살랑 속까정 파고들어
바람을 집어 너코 생기기도
억수로 잘생기고
힘도 끝내주고 맛도 히얀해요
아지매요 맥지 다른 고추 탐내지 말고
풍기 고추만 잡사요"
"다린 꼬추 빌거 아이래요
마카다 풍기 고추만 모해요"
십자거리 만물상 영남사에는
늘상 줄담배 입에 물고 있는 아저씨와
전구동 사시는 친구분이 나누시는
담소에 귀가 쫑긋해진다
"사람이 살민서 우에든동
얌통머리 업다는 소리는
듣지 말고 살아야 하잔나
지가 필요할 때는 알랑방구를 끼고
여시가치 꼬랑지를 살살치고 하디이만
빼먹을꺼 다 빼먹고 쪼매 델꼬
놀다가 헌신짝 맹키로
휙 던저버리는 야마리 까진 X이 있어"
"네 사마 기가 맥힌다"
"나도 담배 한 까치 주라
부에가 나서 한모금 빨아야 겠다"
하시며 배신당한 서걸픔을 입에
거품 물고 주절주절 늘어놓는다
호미 사로 충주상회 들린
토성 사는 정의에 불타는 아지매가
물건 사로온 손님이 사지는 않고
지 잘났다고 야지랑거리다
그냥 가는 걸 보고
주인 한테 컬컬한 목소리로
한마디 하신다.
"꼴갑 떨거나 얌통머리 없는 인간
잘난체 하는 놈들 나데는 꼬라지
빠이 처다 보지만 말고,
주디이를 예비당 종 치드시 갈기뿌래요"
"턱수가리가 만발이 빠지도록"
"마카 지잘났다고 정신 모차리고
지꼴리는 대로 지뀌는 x들"
가마이 보고 있을라이께네
속에 천불이 나니더... 우이 XX"
역전앞 무궁화호 기차에서
제천 다녀오신 철혀이
아저씨께서 나오신다
지나가는 학생들 모자를 웅켜 잡는다
본 아름 "채철현" 아저씨 배움에 대한
부러움과 갈망을 나타내시는 듯
학생만 보면 "학생 모자 벗고 페이"
하시며 씩 웃으시는 모습 순박하시다.
시꺼먼 껌 가방을 들고 나오시며
"껌 안 씹을라니껴? 껌 한통사소"
약간의 장애가 있으시지만
삭월세방에 홀로 사시며 거짓을 모르고
심성 착하신 아저씨,
교회생활도 열심이셨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 도와주라고
헌금도 하고 십일조도 하신다는
말씀 작은 거짓도 욕심도 보이지 않는
진정 따뜻하고 맑은 마음이 아니던가?
자신도 어려우면서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시는 천사 같은 마음 이셨다.
저쪽에선 순흥통로 개울가 움막에 사는
강할매가 젓가슴을 반쯤 드러내고
돈통인지 밥통인지 들고
가계마다 인사하며 적선을 바란다
철혀이 아제도 강할매도 그리고
나만 다리밑에 살던 거지대장도 모두
우리 어린 시절 고향 추억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으로 흐릿한 필름 되어 돌아간다
싸전거리에서는 고무다라이 이고
장 보러 나온 용천동 아지매와
몸빼이 입고 엉덩이 실룩거리는
산의실 뚱보아지매
무슨 견원지간이라도 된 듯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거린다
오늘도 한바탕 싸움이 벌어진다
소백산 칼바람의 여인들
뱉어내는 입담 듣기 민망스럽다
"야이 쎄가 만발이빠진 X아"
"아이고 망할 X 지랄염병 떨고 있네"
"베름빢에 통칠 할때까정 살거라 이X아"
"베라 처먹을 X 어그빠리는 씨가지고
나데는 꼬라지 서방 잡아 먹겠따 망할X"
머리끄댕이를 잡고 발걸어치기도 하고
힘 자랑하는 아지매들
장날 시끌벅적하게
펼치는 한 편의 단막극이 상영된다
커피 마시는 정다방 앞에
성내동 사는 친구가 기웃거린다
"야야 거서 뭐 하노 카이께네"
"어 울 엄마가 울 아버지 다방에
가시나들 하고 노닥거리는지
주막집에서 한 사발 하고 있는지
버뜩 찾아오라고 해서
아버지 찾는 중이야"
장날 바쁜데 엄마한테 가계 맡기고
커피도 마시고 막걸리도 한잔 하고
너네 아부지 디게 웃긴다 ㅋㅋㅋ
까마득한 조상적부터 특유의
고장 맛을 물씬하게 풍기는
지방마다 고유한 사투리,
여러 지방의 사투리 중에서도
은은하고 소박하며 구수하고 멋이
넘치는 우리 고향 사투리
어릴적
서울 한번 갔다 오면 말꼬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경사를 쓰며
으시대기도 했고
철없는 마음 웃기지도 않았지
너도 그랬다고,
응 나도 쬐금 그런 것 같에 ㅋㅋㅋ
근데 이젠 나이 들고
고향 향수를 그리다 보니
고향 사투리가 더 편하고
나도 모르게 옛 날 쓰던
말이 툭툭 튀어나온다 .
그래 우린 촌놈이잖아
뺀지르한 경사 보다
투박한 우리 고향 말이 어울려 그치?
사투리를 잃는다는 것은
고장의 가장 중요한 전통과
풍정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어
비록 고향가도 잘 들을 수 없는
우리 어릭적 쓰던 고향 사투리
우리끼리라도 만나면
자주 쓰고 사랑하자
그래 약속해.... 고마워
고만 쓸려니 섭섭해서
한마디 더 할란다
"요새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 보이께네
양다리 걸치고 간신처럼
헤헤거리기도 하고
배신 때리는 인간이 눈에 마이 보인다"
"사람이 지조가 있어야지
요짜 부텃다 조짜 부텃다
그래면 쓰니껴 안그러이껴?"
"빈덕 떨지 말고 좀 지긋해야 되잔니껴?"
"모사꾼도 만코
말도 지맘대로 지어내고
거짓뿔이 판을 치고, 하이튼
별 히얀얄라꿍한 인간 다 보이디더"
"그카고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니껴?"
"낫말은 새가 듣고 밤말을 쥐가 든는다는
말로 모리니껴?.ㅋㅋ "
"요샌 통화 녹음이 다 되 잔니껴
꼼짝마라씨더.....ㅋㅋㅋ"
"아이고 등신들 하는 꼬자라지가
우에그래 맹꽁인지...몰씨더"
마카다 사투리 읽느라 수고 핸니더
이해가 잘 안 되글랑
한번더 일거 보래요
그라고 오늘 한가지씩 써먹어 보래요...
꽃샘추위인동 먼동
아직 소백산 바람이 차니더
고뿔 조심하고
아직은 속 고재이 벗지 말고
단디이 입고 댕기소"
담에 또 보시데이.......
2025.3.21
시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