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 그리스도는 부활 후 제자들에게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19-20)고 명령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 명령은 다른 성경(막 16:15; 눅 24:46-49; 행 1:8)에서도 사도들이 수행해야 할 책임으로써 반복된다. 뿐만 아니라 이 명령은 로잔운동의 핵심 사명과 밀접히 연결된다.
대위임령과 기후 위기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후 우리에게 “다스리고 지키라”(till it and keep it, 창 2:15, NRSV)라고 하셨다. 원문으로 보면 “보살피고 보호하라”는 의미에 가깝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민 6:24)에서 ‘지키시기’로 번역된 단어(keep)도 ‘보호하다’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니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땅을 정복하거나 해쳐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필요만큼이라면 마음껏 취해도 무방하나 그것이 하나님이 좋다고 하시는 범위를 넘어서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지키지 못했다. 그로 인해 기후위기가 초래됐다. 지구상 농지, 숲, 초원, 사바나, 그리고 산들이 수많은 생명체를 지탱하면서 인류 문명에 필요한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더구나 곳곳에 펼쳐진 다양한 풍경은 바다, 강, 호수와 같은 수생태계에 의해 의존한 것인데, 물 순환 또한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위태하다. 지구 육지의 5분의 1 이상이 이미 황폐화됐다. 매년 5500만 명의 사람들이 가뭄의 직접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가축과 농작물에 대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 2040년까지 식량 생산은 12% 감소하고, 식량 가격은 최대 30%까지 급등할 수 있다. 지구 기온 상승은 지구 회복력을 잃는 1.5°C 임계점에 근접해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주님의 대위임령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져야 할까. 기후 위기 시대에 있어 대위임령은 창조 세계 돌봄을 복음의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시작은 제3차 로잔대회 때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우리는 그리스도와의 관계와 이 땅에 대한 우리의 행동 방식을 분리할 수 없다”고 하며, 복음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성취된 구원의 좋은 소식이라고 하면 “총체적 선교는 그 구원이 개인과 사회와 창조 세계를 위한 것이라는 성경적 진리를 분별하고 선포하고 살아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창조 세계’를 위해서도 분별하고 선포하고 살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창조 세계 돌봄 역시 분명한 성경적 명령이며, 예수님을 주님으로 따르는 것의 필수 부분이라는 것이다.
“예수님이 온 땅의 주님이시라면 우리는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땅과 관련해 우리가 행하는 방식에서 분리할 수 없다. ‘예수님은 주님이시다’라고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땅을 포함한 복음을 선포하는 일이다. 그리스도의 주권은 모든 창조물 위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조물 보호는 그리스도의 주권 내에서 복음의 문제다.” 〈케이프타운 서약: I-7-A항〉1 또한 이후 2012년 자메이카 행동 선언(Jamaica Call to Action)을 통해 세계 교회가 하나님의 창조물을 급진적이고 충실하게 돌볼 것을 촉구하기에 이른다. 이 호소는 단순한 생활 방식에 대한 헌신, 비서구권 교회의 지도자 양성, 미전도 종족 집단을 대상으로 한 환경 선교, 식량 생산의 지속 가능한 원칙, 예언적 옹호와 같은 행동을 제기한다.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에서는 교회와 선교 단체가 다뤄야 할 10가지 주요 과제 중에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범주 안에 창조 세계 돌봄이 주요 주제로 포함되는데,2 기후 위기 및 환경 보호 등에 대한 논의가 제4차 로잔대회 기간 동안 진행될 것이다.
기후 위기와 신앙, 그리고 창조 세계 돌봄
지구는 모든 생명이 살 수 있는 생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의 신성이 깃들어 있고 경이로운 존재들이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지 자연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자연과 분리돼서는 누구에게도 미래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피조물이 우리 하나님의 자녀들을 간절히 기다린다(롬 8:21). 무엇보다 지구는 우리의 기본 필요를 채워 주는 곳이어서 그곳이 제대로 살아 있어야 우리도 살 수 있다. 살기 위해서는 지구 기후 시스템을 위협하는 지구 기온 상승 온도 1.5°C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
특히 기독교 신앙은 사람들이 새롭고 다른 삶을 살며 사회를 변화할 힘을 지닌다. 상황은 심각하고 회복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소리가 들리지만 우리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당장 행동하면, 아직은 피해를 되돌리고 지구 생태계 복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할 수 있는 능력과 지식, 기술이 우리 안에 있다는 말이다.
유엔(UN)은 2021년에 생태계 복원 10년을 선포했고, 각 국가들은 탄소배출 감축과 더불어 숲, 초원, 습지 등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800만㎢의 땅이 복원 대상으로 지정됐고, 네팔은 초원과 숲을 복원해 호랑이 개체 수를 3배로 늘렸다. 2022년 자연 보호를 위한 혁신적인 협정인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는 2030년까지 황폐화된 육지, 내륙 수역, 해양 및 연안 생태계의 최소 30%를 효과적으로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전 세계적 토지 보호를 대표하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정부, 기업, 시민 사회가 모여 현재의 문제를 논의하고 지속 가능한 토지 관리의 미래를 계획하게 돕고 있다. 우리가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나님의 세계에도 복음을 선포함으로 참 좋은 지구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
생태 발자국과 이웃 사랑, 창조 세계 돌봄
머지않아 지구에서는 ‘생육하고 번성하는’ 일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생물 종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약 200만 종에 달하는 지구 생물 중 이미 15-26만 종이 사라지는 등 대멸종이 시작됐다. 멸종동물보호 프로그램 등 여러 행동을 통해 노력하지만, 모든 종을 구할 수 없고, 멸종의 흐름을 바꾼다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이 위기 속에서 우리가 우선해야 할 두 계명(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먼저,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는 창조 세계를 우선 돌봐야 한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고, 그 창조물을 사랑하신다고 명확히 말씀한다. 따라서 우리가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려면, 그분의 창조물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이 필수다. 이는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서, 하나님께서 주신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그 가치를 인정함을 의미한다.
이웃 사랑 실천에 있어서도 우리의 관점을 확장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이웃’이라는 개념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지역사회 사람을 의미했지만, 기후 위기 시대에는 이 범위를 넓혀야 한다. 가난한 자, 후손, 그리고 다른 피조물까지 이웃으로 인식하고 그들의 고통과 필요에 응답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이 우리의 이웃임을 인정하고, 그들의 고통을 우리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며,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실천을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와 협력해 탄소흡수원을 조성하고, 기후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기후 정의를 실현하고 창조 세계를 돌보는 공동체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1.5℃를 향한 기후 행진
조금만 둘러봐도, 하나님의 자녀를 애타게 기다리는 피조물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이 지으시고 좋다고 하셨던 생명이다. 독생자를 보내셨던 것도 바로 이곳 세상을 사랑하셨기 때문이었다(요 3:16). 우리도 그 생명 하나하나에 마음을 사랑으로 연결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은 물론 소속된 신앙 공동체가 얼마나 짐을 지웠는지 생태 발자국을 계산해 보고,3 개인으로나 신앙 공동체와 함께 먹고 입고 쓰고 버리고 이동하는 중에 얼마나 지구를 힘들게 했는지, 쓰는 것은 친환경적인지, 버리는 것은 더 쓸 수 있거나 공유할 수 있는 건 아닌지, 내 곁에서 사라지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봐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만물의 화해자가 되신 주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고,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함께 아파하시며 병들고 아픈 이들을 치유하고 계신 성령님과 함께 창조 세계를 돌보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가 약속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 억제치는 1.5℃다. 1.5℃를 넘으면 지구는 회복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니 1.5℃는 이웃 사랑 온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지키려면 신음하는 이웃을 자세히 오래 바라봐야 한다. “지금 기후 위기 앞에 놓여 있는 우리의 선교지가 네 이웃이다. 음식을 절제하고 육식을 덜 먹어라. 물건을 사는 것과 쓰레기 버리는 데 신중해라. 자주 걷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즐겨라. 도로를 줄여 도시 숲정원을 만들고, 강과 바다를 살리는 일에 열심을 내어 하나님의 창조 안에 모든 만물이 온전히 깃들어 살 수 있게 하여라. 이것이 지구 온도 1.5℃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고, 곧 네 이웃을 사랑하는 길이니라” 하시는 주의 음성을 듣고 그의 증인돼 기꺼이 기후 행동하게 될 것이다.
교회의 창조 세계 돌봄
주님의 사역은 지역 사회 안에서 행해졌다. 먼저는 교회가 앞서 탄소중립을 이뤄 가며,4 그 일을 지역사회 안으로 확산시킬 때 도시도 계획하고 있는 탄소중립과 제로웨이스트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매주 교회 예배 후, 주변을 걸으며 인근 땅과 식물, 바람과 생명을 살펴보자. 걷다가 일정한 곳에 머물러 우리의 생물학적 이웃을 생각하자. 주택과 상점, 건물이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도 세심히 살피자. 그러면서 교회와 마을의 관계를 이해해 보자. 그러다가 교회를 중심으로 마을환경지도를 그려 보자. 교회 조감도를 그리고, 교회 인근 생태환경 자원과 역사문화 자원을 표시하자. 건물과 시설, 도로 등을 연결하거나 단절된 부분을 살피자. 그 바탕 위에 교회 구성원과 기후 이야기를 나누자. 기후 위기로 고통받는 생명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선한 사마리아인이 될 수 있을지 이야기하자. 지역사회 내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이들과도 교류하며 지역의 기후 문제를 이해하고, 교회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자. 그들을 만나 그들 안에 있는 지구 사랑의 마음도 깨워 함께하면5, 그것이 우리를 지역사회 내 창조물과 온전하게 연결되게 하고, 기후 복원력도 지켜 낼 수 있게 도울 것이다. 기후 위기로 고통받는 생명을 사랑하면 결국 그들로 인해 우리도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생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살기 위한 선택, 생명 살림 공동체
우리는 곧 1.5도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절망의 소리를 듣는다.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아직 포기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지금의 기후 위기는 단순히 생태계의 위기가 아닌 우리 인간의 마음과 태도의 위기임이 분명하다. 믿는 이로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12년 11월 9일, 자메이카 행동 선언을 했던 이들은 제4차 로잔대회가 열리는 지금도 여전히 말한다. 단순한 생활 방식, 신학적 작업, 남반구 교회의 리더십, 교회와 사회의 동원, 환경 선교, 기후변화 대응,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경제적 접근, 생물다양성 보존, 예언적 옹호와 치유적 화해가 절실하다며, 전 세계 복음주의 공동체가 창조물 보호와 회복에 적극 참여할 것을 여전히 촉구하고 있다.
믿는 이들이 함께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귀 기울여 보자. 위기의 시기마다 역사하시는 하나님은 지금도 행하고 계신다. 이미 우리 안에도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그 미래를 현실화해 가는 이들이 있다. 화석연료를 대신할 풍력과 태양 에너지, 새로운 방식의 운송수단, 녹색 일자리,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 등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우리 모두가 모든 피조물을 향한 하나님의 비전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오늘도 어느 곳에선가 새롭게 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사역에 우리도 함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