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혼(이혼하지 않은 부부가 독립해 사는 일)이나 이혼을 고려하는 ‘위기의 황혼부부’가 최근 20년새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이면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 국가로 접어드는 전망 속에서 고령 가정·부부의 관계 회복이 시급해졌다. 기독교 가정 사역 전문가들은 실질적 관계 회복을 돕는 교회교육 프로그램과 노령가정 사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최근 발표한 ‘2023년도 상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5만5684건의 상담을 진행했는데 이 가운데 면접 상담(2만1220건)을 통한 이혼 상담은 5013건이었다. 여성 내담자가 4011명으로 남성 1002명에 비해 4배가량 많았다. 60대 이상 여성은 2003년 6.2%에서 2023년 23.1%로, 60대 이상 남성은 같은 기간 10.7%에서 51.5%로 증가했다(그래프 참조). 여성은 남편의 폭력 등 부당행위(56.5%), 남성은 아내의 가출과 장기별거(47.4%) 등을 이혼 상담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2부장은 10일 “노년층의 이혼 상담률 증가 배경에는 고령화사회가 있다. 노년 부부의 관계 회복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일부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부부 갈등은 상호 작용에 따른 것이기에 서로 소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교회 등에서의 부부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권장했다.
이희범 지구촌가정훈련원장은 “부부가 서로를 가정 내 최우선 순위로 두는 게 우선”이라고 봤다. 그는 “부부가 수십 년간 서로를 중심으로 살지 못하다 보니 자녀의 독립 후 부부만 남았을 때 갈등이 증폭되는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바람직한 대화법을 배우고 배우자가 원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 등에 대해 공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까운 부부 사이일수록 ‘일상적 공격성’을 조심해야 한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서 “가족이라면 관계가 틀어져도 회복 가능성이 있다는 심리적 안전감이 공격성을 강화할 수 있다”며 “배우자가 싫어하는 말만 줄여도 부부관계는 놀랍도록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부간 갈등이 증폭됐을 땐 반드시 전문가가 개입해 해결 방법을 함께 찾는 게 필요하다고 조현섭 총신대 교수는 제안했다.
교회 차원에서는 성경적 가정을 세우는 다양한 부부교육의 장도 마련해볼 만하다.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는 “교회에 청년을 위한 결혼예비학교가 있듯 성경적 가정을 세우는 ‘리(Re)혼’ 세미나가 일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부 갈등의 원인으로 성적 불만족도 꼽히고 있는데 교회에서 이에 대해 말하길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돼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아영 기자 최하은 김수연 인턴기자 singforyou@kmib.co.kr
https://www.themiss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