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완성된 문장인 듯 목련이 피었을 때 비가 내렸다 이날 목련은 가장 위험한 서술어였다 그러므로 떨어지는 꽃잎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침묵은 스스로 초대한 종말 이후에 쓰이는 은유 화답을 요구하는 죽음이라는 진공 봄나무를 따라 한 줄 바람이 필적을 남기면 지상엔 꽃무덤의 비명이 새겨졌다 누군가 우산을 펼치자 때 늦은 눈이 내렸고 그것은 적절하게 고른 낱말이라고 할 수 없었다 계절은 이어졌다 대답을 들으려면 대답을 끝내야 했던 것처럼 봄의 종족들은 짧은 말줄임표를 남긴 채 사라졌지만 당신은 아직도 말이 없다 노을이 묻힌 자리에 몇 번의 밤이 젖어 들도록 말이 없으므로 나는 영원의 말을 늘어놓는다 공원엔 이국의 언어 같은 꽃들이 새로 피어 났다 달빛이 쓰인 뒤에 태양이 열매가 맺힌 뒤에 겨울이 사람이 죽은 뒤에 천국이 모든 회답은 끝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이 증거를 당신은 전면 폐기 중이며 끝내 나는 다가올 날들에 대한 긴 후일담일 것이다 제 꼬리를 삼키며 간신히 연명하는 쓸쓸한 문장 그 무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