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
살다보면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바라는 바가 이루어져 행복할 때도 있었고 그와는 반대로 노력에 비해 결과가
보잘것없이 실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또 때로는 별로 수고를 하지 않았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서 놀랄 때도 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답답해할 때도 있습니다. 하기 싫지만 무엇인가를 억지로라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좋은 일만 있다면 늘 감사하면서 지낼 수 있겠지만 힘든 일이 생기면 원망하거나 애가 타기도 합니다. 다양한 일들
이 매일의 시간 속에서 벌어집니다.
성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봅니다. 처녀의 몸으로 예수
님을 잉태하리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숱한 어려움을 겪으셔야 했던 성모님은 헤로데의 박해가 닥쳐와 이집트
로 떠나야 했고(마태 2,13-14), 아기를 봉헌하러 성전에 들어가서 시메온이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루카 2,35)릴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고, 어린 예수님을 잃어버리셨고(루카 2,43-45), 예수님께서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 다니
시는 것과 십자가에 매달린 채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요한 19.25) 이럴 때 성모님께서는 이 모든 일들
을 어떻게 받아들이셨을까요? 그때마다 성모님께서는 "모든 일을 마음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루카 2,19-:2,51참조)
기 셨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주목해 봅시다.
성모님께서는 당신의 삶 앞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에 즉각적으로 판단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벌어진 일이 엄청난 것일 때에도 당장에 호들갑을 떨거나 원망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마음속에 간직하고서
곰곰이 되새기셨습니다. 벌어진 일에 무슨 의미가 혹 무슨 뜻이 담겨 있을까를 생각하신 것입니다. 모든 시간과 모든
일은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생활에서도 수없이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좋은 결과가 있다면
수고하고 노력한 결과이기 때문에 당연히 여겨야 할까요? 반대로 원하지 않았는데도 일어난 일이라면 거부하거나
원망해야 할까요? 아니면 절망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야 할까요? 이때 그 어떤 일도 하느님의 허락 없이 일
어나지 않는다(시편 104: 묵시 21,6: 22,13)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당장에는 이해할 수 없고 못마땅하게
여겨지더라도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하느님의 뜻은 무엇인가를, 성모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곰곰이 되새겨
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성모님을 닮은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그 어떤 일도 하느님 허락 없이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을 마음속에 새기며 모든 일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는 지혜를 청해봅시다.
박상용 사도요한 신부
본지 주간
2023년 4월 30일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