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미스터리
실버벨(가제) 13 1부끝
-- BE 93 --
아침 무렵, 서넛의 사내들이 병원 철책을 넘으려는데
[쾅] 어디서 총성이 터지고 놀라 혼비백산하는데
[이곳은 무단출입하다 죽어도 보상 못받으니 물러나세요! 두번 경고는 없습니다!!]
스피커의 소리에 투덜거리다 돌맹이를 던지고 물러가는 사내들이었다. 2층 창가에서 핸드 스피커를 내려놓는 알렉스였는데 망원경이 달린 엽총도 창가에 놓여있었다.
"한밤중에도 새벽에도 난리법석이더니 이젠 라면도 제대로 못먹겠잖아"
주변에 둘러앉은 여럿이 다시 음식을 먹는데 술병도 많이 널려있었다.
"도대체 반살인 왜 여태 안 돌아오는거야?"
"온다고만 했지 언제 온다는 말은 없었잖아"
머리를 붕대로 잔득 감싸고 모자까지 쓴 존나의 말이었다. 진국이 물었다.
"너 정말 머리 괜찮아진 것 맞아?"
"노프로브럼 나랑 박치기 한번 해볼까?"
"어찌보면 네가 가장 오래 반살이랑 있었는데 반살이 진짜 이름 맞냐?"
"나도 개뿔 몰라. 이름이 없다기에 6개월 때 기억이 난다기에 아무 생각없이"
모두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반살이 뭐냐 반살이, 그런 터무니 없는 작명이라니"
"날국이나 멀대라고 다를 것은 또 뭔데?"
"세눈깔도 마찬가지지. 내 실명이 뭐든 무신 영양가. 하지만 광교산에 왜 간건지 도무지 파악이 안되는 막막함이라니 이거야원"
이때 준서가 나타나 다가왔다.
"정보부장 마침 잘 왔네. 아침 먹으라고. 겨우 라면이지만 "
"나쁜 소식이 있는데요"
"이 살벌한 시국에 누가 좋은 소식을 기대하겠어"
"어제까진 단편적으로 무선파가 잡혔는데 지금은 전혀 안잡혀요. 전력 상실때문이겠지만 생존이 우선이니 방송이나 무전기 만질 시간도 없겠지요. 중계기도 많이 망가졌을거고, 개인이 가진 무전기도 마찬가지. 아무리 전대미문의 참극이지만 어떤 희망의 기미도 없네요"
"우리가 떠난 이후 서울도 핵지옥이 왔을지도 모르지. 그럼 정부도 소멸일 건데 무슨 복구가 가능하겠어"
세눈깔의 말에 모두 얼어붙는 충격의 표정.
"근거 없는 추측이지만 벌써 전인류의 반이 사라진 느낌이거든요"
준서의 말을 진국이 즉각 받았다.
"나도 마찬가진데 한달내로 열에 한명만 남을 것 같다고"
모두의 표정이 암담해지는데 세눈깔이 정리했다.
"다 먹었음 각자 위치로. 모두 자신이 할 일은 확실히 해놓고 봐야돼. 내일 지옥이 올지라도!"
-- BE 92 --
# 정원에서 엽총을 들고 멀리 하늘을 올려다보는 세눈깔
-- 어쩌면...그것인지도...--
# 수술실에서 링겔과 여러 의료기구들을 챙기는 최은주
-- 어떤 시놉도 시나리오도 없는 막막함이라니 --
# 여러약을 한무더기 책상에 쌓아두고 체크하는 정진국
-- 돌이켜보면 이세상엔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 병원앞의 상가건물을 탐사하는 윤준서
-- 분명 방사능도 세균도 아니건만 왜이리 갑갑해지고 막막하기만 한건지 --
# 병원 옥상에서 망원경으로 사방을 감시하는 알렉스
-- 부랑자가 점점 없어지더니, 개나 고양이 새한마리도 안보일 줄은 --
# 휠체어에 각종식품과 잡동사니를 채우고 나르는 길상이
# 여러 그릇을 늘어놓고 음식준비에 분주한 존나와 리나
# 구름이 두텁게 내려앉아 날씨가 좋지 않다.
병원 1층 로비 바닥에서 은주가 부스터에 물을 끓이고 진국이 봉지커피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모두 모여 앉아 휴식중이다. 세눈과 존나도 다가들었다.
"어쩌면...여러날..몇달후에 돌아올지도 몰라"
"재수없는 소리마! 나, 나..나..."
"그래 존나야 예감이나 확신이 오냐? 꿈이라도 꿨냐?"
".....아마 사흘안으로는..."
"너 혼자만의 희망사항이겠지"
존나가 발작하려다가 간신히 참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준서인데 엽총을 들고 지친 기색이다.
"혹시 해서 광교산 꼭대기까지 올라가봤는데 어떤 흔적도 없었어요...산 꼭대기에서 사방을 보니 암담하더군요. 돌아다니는 차는 물론 사람하나 안보이더라니까요"
알렉스가 덧붙였다.
"이근방 민가들도 마찬가지야...시체는 더러보여도 도무지 불량배도 안보이고..이제 누가 여기를 습격해올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방사능은 없는 것 같은데 생화학이 결합된 전자파인지..혹은 미지의 신무기인지도..."
준서의 말에 진국이 시니컬하게 받았다.
"설마 영화처럼 미래든 이차원으로 우리가 날려온...그런 것은 아니겠지? 시간의 틈새라든지"
"나도 여러번 그런 추리를 했지만...꿈이 아니라는 것만"
세눈이 술병을 무식하게 땄다.
"술이라도 있었기 망정이지"
-- BE 91--
# 한낮 음울한 날씨인데 비가 흩뿌렸다.
모두 맥빠지고 지친 표정이다.
세눈깔이 소주를 나발부는 것을 보고 진국이 반쯤 빈 술병을 들며 말했다.
"처음부터 운명이었어. 그러지 않고선 강원도 그 산골에 갈일이라곤 없었다고"
"나나 준서도 마찬가지지, 하필 그산...하지만 절대 우연이 아니었어. 글치만 운명이라고 하는 것도 맞지가, 나중에 만났을 때 미안하다고 사과하니까 반살이 그랬었어. 우리탓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그건...그도 잘 모른다는 것인데?...알지도 못하는 우리를 반살이 염력으로..끌어들일리도 없잖아?"
"그만! 진도나가자!"
세눈깔이 다른 소주병을 땄다.
"하나마나한 말은 집어치우고, 반살이 정체에 대해 기탄없이 말해보란 말여"
"초능력자"
거침없는 진국의 말에 모두가 집중했다.
"그런 수술...손놀림이란 신기를 초월한 초능력이었다고요"
"난 벌써 머리 아프기 전보다 완전 쌩쌩하게.."
세눈깔 "그건 벌써 눈치챘고!"
"그 이상이야. 반살인 오늘날의 대참사를 미리 알고 있었어. 분명히!"
진국이 즉각 반박했다.
"시, 신이라면 모를까 어떻게 미래의 일을?"
"신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하겠나? 신의 아들일 수도 있고 어쩌면 신도 초월하는 존재일지 몰라"
모두가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예수도 살아생전 대부분 믿지 못했지, 모세도 심지어 야훼도 같은 민족으로부터도 전적인 인정은 못받았단 말이야"
준서가 차분히 끼어들었다.
"지, 지금 종교논쟁까지 하기는 좀 엉뚱하고 용량초과 같은..."
"난 사실 처음부터 딱 알아봤어. 반살인...주인이야. 내주인. 모든 것의 주인! 우주의 주인!"
"무슨 기분인지는 알겠는데...신이 아니라 악마의 화신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역사상 초능력으로 별별 이적을 보인 사탄도 많았다구요"
존나가 끼어들었다.
"아니...나는 그, 그오라버니 절대로 믿어.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이란..절대로 나쁜 사람일 수가"
"어차피 믿음이란 각자 양심의 문제니까..반살인 우릴 제자로 인정한 적도 없고 뭘 요구한 적도 없어. 운명이 시키는대로"
"그런데 도대체 왜 엉뚱한 산위에는 올라간 것이죠?"
"......"
모두 막연해지는 표정이 되는데 알렉스가 툭 뱉았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을 누가 알까요? 예수가 광야에 나가 헤멘 이유를 누가 알랑가요 히힛"
"타아불 인수알라 렛잇비 케세라세라!"
<사흘이 꼬박 가도록 반살인 어떤 연락도 조짐도 꿈에서도 안 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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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끝
대강만 잡아서 추후 연재 약속은 할 수가 없네요.
다만 좀비나 질병 외계인등이 얽힌 서바이벌류가 아니라는 것만...
종말이후의 새로운 인류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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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입니다만...
한때 출판만화계 일각의 코드랄지 화두가 '골때린다' 혹은 '뒷다마(통수)깐다'라는 수사일지 화두가 있었지요.
뜻은 짐작하겠지만 독자의 의표를 찌른달지 상상뜻밖의 전개겠는데...독자의 눈치를 무위로 만드는 반전내지 신선함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대강 이런 류겠지 짐작하다가 전혀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전개 발상의 스토리로 이끌어 와 이럴 수가, 이런 것이 있나, 이런 것도 있었나, 이럴 수도 있구나 감탄시키며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들며 애독자도 생기고...
물론 독자란 게 희한해서 자기 짐작이나 추측에서 벗어나면 감탄커녕 실망하거나 화내는 경우도 많지요.
하여간 저는 그런 정서에 물들어서인지 독자의 귀한 시간을 뺏으려면 반드시 그만한 공력을 들여야된다는 신조일지 타성에 젖어 수많은 시행착오...ㅠ
하여간 이 실버벨도 그렇습니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종교 성경쪽인가 싶다가 산속 귀신이 나오는 공포물인가 싶다가 이제 와서는 유튜브에 나오는 믓 흔한 좀비물인가, 혹은 인류멸망의 바이러스인가,..유인이 되었겠지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몇명이 읽어주든 제 소신껏 기약없이 흘러가는대로 가보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