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지는 지난 21일이었습니다. 조금 빠른 날자인 듯 합니다. 하지는 태양의 낮길이가 점차로 짧아지기 시작하는 첫 날입니다. 반대로 동지는 태양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첫 날입니다. 동지와 하지는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라고 말씀하신 요한 세례자와 예수님과의 관계를 묵상하기 좋은 주제입니다. 실제로 예수님의 성탄대축일이 동지 다음날에 있었던 태양신 축제와 관련이 있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요한 세례자는 아인칼렘이라고 하는 유대 산골 지역, 즉 예루살렘 남쪽의 산악 마을에서 지역 사제인 아버지 즈카르야와 성모님의 사촌으로 알려진 엘리사벳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미 나이가 많아 출산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두 부부 사이에 요한이 잉태된 것은 하느님의 섭리에 의한 것으로, 중간에 가브리엘 천사가 전달자 역할을 한 것으로 루카복음사가가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적적인 탄생 이후 요한의 행적이 드러난 것은 세례를 베푸는 고행하는 은수자의 모습 혹은 징벌과 회개를 알리는 광야에서 외치는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그분께서 무엇을 하셨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추정하기를 꿈란이라고 알려진 광야의 수도공동체에서 살지 않았을까하는 정도입니다. 회개와 보속을 위한 정화례를 하던 금욕적인 공동체입니다.
요한은 자신이 알고 있던 구약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이스라엘에게 회개를 요구하고, 그 회개의 표시로 새로운 삶으로 가는 세례를 받도록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런 물의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 후로 요한은 제자 공동체까지 둘 정도로 영향력을 가지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왕에게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그분의 순교 기념일은 8월 29일입니다. 그분은 자신의 제자들 가운데 예수님께로 가는 이들을 막지 않았고, 오히려 예수님을 구세주로 알아보고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고 부른 첫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에 비해 자신은 미천한 존재로 예수님의 신발끈도 풀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신 분입니다. 오로지 구약의 가르침에 따라 예수님의 자리를 준비하던 그분은 말씀대로 최대한 작아졌고 마침내 소멸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분을 이렇게 칭찬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11)
우리 역시 예수님의 선구자입니다. 그분께서 이 땅에 당신의 왕국을 세우시기 위해 보내신 이들입니다. 그럴 때 우리도 요한과 같이 말하도록 합시다. "주님, 저는 작아지고 당신은 커지셔야 합니다."
거룩한 하루를 지내시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