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예술은 하나의 양식으로 정의할 수 없는 다원화 포스트모더니즘시대이다. 북촌 주변인 3 군데의 예술 공간에서 3가지 양식의 전시를 관람했다. 첫 번째는 학고재갤러리에서 역사와 예술을 접목한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두 번째는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상업과 예술을 접목한 <Final Cut 파이널 컷>, 세 번째는 뮤지엄헤드에서 현대 추상 작품들인 <Injury Time 인저리 타임>이다. 북촌이라는 공간자체가 오늘날 '역사'와 '예술'과 '동시대'가 혼재된 경계 공간이다.
학고재갤러리에서 화가 윤석남(1939~)의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2021.217~4.3) 전시로 시작한다. 20세기 구한말 혼돈의 시대의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과 작가 김이경의 글이 합쳐 전시와 동시에 책으로도 출판되었다.
상기 책표지를 장식한 위인은 '정정화(1900~1991)'이다. 그녀는 서울 대갓집 셋째 딸로 태어나 10살에 동갑내기 김의한과 결혼하여, 20세 때 독립운동가 시아버지를 찾아 홀로 상해로 망명해 임시정부에 합류하여 1945년때까지 독립운동을 했다.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남편이 납북되면서 고초를 겪다가 1991년 아흔한 살에 세상을 떠났다. 198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큰 손이 눈에 확 들어온다.
화가 윤석남과 작가 김이경이 몇달 동안 공조하여 책도 만들고, 거기에 맞게 그림도 그린 역사적 인물 전시이다. 그들은 총 14명의 한국 여성을 선정하여 기록과 문헌에 입각해 스토리를 만들었다.
독립운동가 '박자혜(1895~1943)'이다. 그녀는 5살에 아기나인으로 궁궐에 들어갔으나 1910년 경술국치로 궁에서 나와 간호사가 되었다. 3.1운동 당시 간호사들을 모아 간우회를조직해시위와동맹파업을 주도하여 체포되었다 풀려나면서 북경으로 망명해 의학공부를 시작했다. 1920년 단재 신채호와 결혼했다. 결혼 상대를 보니 이미 고난이 느껴진다.
아래 사진의 왼쪽부터 일본 유학중 2.8독립선언문을 기모노에 숨겨 국내로 들여와 3.1운동에 가담한 '김마리아(1892~1944)', 가운데는 3.1운동 이후 사회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독립을 주장하고 항일운동을 주도한 사회운동가 '정칠성(1897~)', 오른쪽은 학창시절 내내 전교1등을 한 수재로 사회주의자로 항일투쟁에 앞선 '박진홍(1914~)'이다.
아래 사진의 왼쪽은 평안도 출신으로 중국에서 남편과 독립운동을 했으나, 결국 평양 빈민굴에서 생을 마감한 강주룡(1901~1932)', 오른쪽은 제주도 출신으로 야학을 통해 계몽과 항일운동을 펼친 '김옥련(1909~2005)'이다.
아래 사진은 김명시(1907~1949)이다. 마산 태생으로 3.1운동에 앞장 선 어머니와 항일투사였던 오빠의 영향을 받았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공부한 그녀는 최전방에서 항일 무력투쟁을 펼친 독립운동가로 '조선의 잔다르크', '백마 탄 여장군'으로 불렸다.
아래는 러시아 연해주 태생 '김알렉산드라(1885~1918)'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사법학교에서 수학하면서 민족차별과 계급차별에 눈을 떴으며 노예계약으로 고통받는 조선인, 중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싸웠다. 2009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였다.
아래 사진이 구한말 제일 신여성 답다^^ '권기옥(1901~1988)'이다. 숭의여학교 시절부터 임시정부 자금 모금 운동에 참여했다. 1920년 상해로 망명하여 영어와 중국어를 익히고 운남육군항공학교를 졸업해 비행사가 되어, 중국군 비행대에 복무하며 1932년 상해전투에서 일본군과 싸워 무공훈장을 받았다. 해방 이후 국회국방위원회 전문위원으로 대한민국 공군 창설에 기여했다. 1975년 전 재산을 장학사업에 기탁하고, 1977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아래 사진은 평양 출신 '이화림(105~1999)'이다. 비밀리에 항일운동을 하던 오빠들을 도와 일찌기 반일투쟁에 참여했다. 1930년 상해로 망명하여 한인애국단에들어가 김구의 비서 역할을 하며 이봉창, 윤봉길 거사에 가담했다. 해방 후 중국에서 의학을 공부하고연변 등에서 의사로 헌신했다.
아래는 부산 출신 '박차정(1910~1944)'이다. 1931년 김원봉과 결혼하고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개설해 교관으로서 의식교육과 비밀공작법 등의 훈련을 담당했다.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추서했다.
아래는 영화 <암살>에서 전지현 역할이었던 '남자현(1872~1933)'이다. 경북 영양 출신으로 남편이 의병으로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하자 1919년 아들과 중국으로 망명하여 독립군 단체 서로군정서에 합류하여 무력투쟁과 교육운동에 힘썼다. 1962년 건국훈장대통령장이 추서되었다.
아래는 평안남도 출신 '안경신(1888~)'이다. 3.1운동에 참여하고 임시 정부에 자금 모금책으로 활동했다. 1920년 중국으로 망명하여 광복군 총영에 합류해 무력투쟁에 나섰다. 이후 여성 독립투사로 최초 사형선고를 받았으나10년형으로 감형돼어 출소했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14명의 여성들의 글과 그림을 관람한 이후 더 안쪽의 방으로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설치작품인 <붉은 방>이 나온다. 화가 윤석남은 동아시아 문화 속에서 반기를 든 여성주의 움직임을 잘 드러내는 작가로 손꼽힌다고 한다.
두 번째 전시 행보는 아라리오갤러리의 '파이널 컷' 전시이다. 2021년 5월 16일까지이다. 동 전시는 Post Archive Faction(PAF) 라는 패션 브랜드와 예술과 패션의 경계선을 실험하는 시도이다. '파이널 컷'이라는 전시명 자체에서 '마지막'이지만, 어차피 다시 '시작점'이 돌아온다는 무한궤도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지하 1층의 전시이다. '파프(PAF)' 브랜드의 예술적 패턴을 보여주면서 디자인이 확정되는 단계를 표현했다.
재미있게도, 한쪽 벽면에 '들키지 않게 훔쳐가시오'라는 글귀와 함께 라이터가 쌓여 있었다^^
2층으로 올라오면 이곳은 옷가게로 보인다. 실제로 판매도 하고 있었다. 오늘날은 경계가 무색하다. 광고인지, 디자인인지, 예술인지 말이다.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을 나누는 것도 별 의미가 없어보이기도 하다.
모니터에 비디오 아트로 하얀옷을 입은 자가 흰 티 위에 줄을 긋는 퍼포먼스를 행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산출된 결과물인 얼룩진 흰 티를 전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세 번째 전시는 뮤지엄헤드에서 열리는 '인저리 타임(Injury Time)'이다. 주변의 한옥 건물 가운데 아래 건물은 유독 모던하고 심플하다
이충현 작 <Trinit>(2021)
1층에서 전시가 이루어진다. 'Injury Time'은 주로 축구 경기에서 선수의 부상 등으로 지연된 시간이 정규 시간 이후 더해지는 추가시간이라고 한다. 본 전시의 작품들이 일종의 추가시간에 위치한다고 가정하여 그것이 어떤 부상을 극복하는지 또 어떻게 현재를 생성하는지 질문한다고 한다. 설명과 작품을 연계시켜 관람하는 것이 쉽지 않다^^
좌로부터 오은 작 <라스트미닛골>(2021), 강재원 작 <Exo2_crop>(2021), 앞쪽의 작품은 최태훈 작 <라크 인간 Human LARK>(2021), 오른쪽 끝은 오은 작 <10#4>(2019)이다.
아래 3개의 작품을 나란히 놓아보았다. 순전히 관람자(나) 기준으로 배열했다. 처음엔 인간 형상이 있었으나, 점점 단순해져서, 맨 나중엔 인간이 직사각형 박스 안에 파묻혀 버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곽인탄 작 <동세 21-1 Movement 21-1>(2021)
최태훈 작 <자소상 1 Self-Portrit 1>(2020)
곽인탄 작 <강박의 통제 불가능성>(2020)
곽인탄 작 <Gate - 1>(2019)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모던해 보였던 동 건물이 과거의 건물을 부수지 않고 리모델링했음을 알 수 있다. 2층은 카페로 운영된다.
현대식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옛 건물들이 나타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북촌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