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에게 / 이상희
어깨너머 배운
친정 엄마 손맛을
흉내내어 빚었더니
새콤한 식초가 됐네 그려
술이 익으면
감차부침개 채반에 담아
부르려 했더니
술 익는 냄새에
속절없이 냄새만 취하네
식초가 익거든 부름세
골뱅이 무쳐 소주 한 잔 하세나
우리동네사람들 문학선 012
<시를 짓는 농부> / 이상희 시집 P127
친정 가는 길 / 이상희
오랜만에 친정에 간다
부모님 떠나고 점점 멀어져
어릴 적 추억 쫓아 마음만 오가다가
남편 성화에 못 이기는 척 길을 나선다
동생 온다는 기별에
벌써 분주하다는 오라버니
"있잖여
요새 길이 아주 잘 나서 금방 올겨
거시기 빠져나오믄
빤뜨시 오다가 옆으로 새는 질이 새로 났어
거길루다 오믄 금방 당도혀"
들뜬 오라비 전화를 끊고 서해대교를 건너 달려간 길
서산IC를 빠져나가 좌회전을 하니 지름길이 나 있다
휘어진 길 잡아당겨 일자로 쭉 펴놓은 것처럼
미적미적 달렸는데 벌써 오라비네 앞마당이다
나팔꽃 울리는 풍각소리에
슬리퍼 한 짝 흘린 줄도 모르고 뛰어나오는 오라버니
무심한 동생 살갑게 맞아주는 오라비 얼굴에 백일홍 꽃물이 든다
어제 본 듯 인사하는 동생 마음이 새로 난 도로처럼 지척이 된다
북랜드
<엄마 꽃놀이 가자> / 이상희 시집 P98
첫댓글 상희샘 본지도 오래 됐는데
잘 지내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