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칩(3월5일)
우수와 춘분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 양력 3월 5일 경에 든다.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이때 보리싹의 성장을 보고 그해 농사의 풍흉을 가늠했으며, 개구리나 도롱뇽 알을 먹으면 건강에 좋다 하여 먹는 풍습이 있다. 또한 1년 동안의 빈대를 모두 잡기 위해 흙담을 쌓거나, 물에 재를 타서 그릇에 담아 두기도 했다. 우수로부터 15일 후가 되는 날로, 이 무렵 기온이 비교적 빠르게 오르고 가끔 봄 천둥이 친다. 경칩은 땅의 얼음이 녹으며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벌레들이 천둥소리에 놀라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는 날이다.
중국의 전통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기원전 475~221)에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에 대해 언급된 이래,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945),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1281) 등 여러 문헌에 경칩 기간을 5일 단위로 3후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 기록에 따르면 초후(初候)에는 복숭아 꽃이 피기 시작하고, 중후(中候)에는 꾀꼬리가 짝을 찾아 울며, 말후(末候)에는 매가 보이지 않고 비둘기가 활발하게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경칩 기간에 대한 이런 묘사가 조선 초 이순지(李純之) 등이 펴낸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1444) 등 한국의 여러 문헌에도 인용되고 있는데, 중국 문헌의 절기는 주(周)나라 때 화북(華北, 지금의 화베이 지방으로 베이징과 텐진이 있는 지역) 지방의 기후가 바탕이 된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각 지역 기후와는 차이가 있다.
중국에서는 경칩에 백호가 먹이를 찾아 나온다는 전설이 있으며, 이 날 호랑이에게 물리면 그 해 모든 일이 순조롭지 못하다고 여겨서, 호환을 피하기 위해 경칩 날에 종이로 만든 호랑이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종이호랑이는 노란 색에 검은 무늬를 그리고, 송곳니를 드러낸다. 제사 때에 돼지 피와 돼지 고기를 상에 올리고 돼지 기름을 종이호랑이 입에 발라서 인간을 탐하지 않도록 했다. 한편 명나라 때 마와 배를 팔아 거부가 된 보부상 거(渠)씨의 후손이 경칩에 배를 먹으며 선조의 창업 이야기를 전했다는 이야기에 따라 이날 배를 먹는 풍습이 있다.
한편, 경칩 무렵의 봄 천둥소리에 따라 북의 가죽을 고치기도 했고, 북을 치거나 연기를 집 안팎에 내어 잠에서 깨어난 벌레와 뱀들을 집 밖으로 몰아내었는데, 이는 점차 경칩에 불운을 쫓아내는 풍습으로 발전했다. 이 날 흔히 개구리나 도롱뇽의 알이 건강에 좋다고 하여 찾아 먹는 풍습이 있다. 경칩 날 보리싹이 자란 상태를 보고 한해 농사가 어떨지를 예측했으며, 흙과 관련된 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흙으로 담을 쌓기도 했다. 특히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했고,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재를 탄 물그릇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기도 했다.
이 날 전남 구례 지방의 고로쇠나무에 구멍을 뚫어 받은 수액(水液)을 마시는데, 경칩 무렵에 받은 고로쇠나무 수액은 위장병이나 속병에 특효가 있다고 전한다. 보통 춘분(春分)이 지나야 물이 오르는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남쪽의 고로쇠나무는 일찍 물이 오르기 때문에 첫 수액을 먹어 한 해의 새 기운을 받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중 '이월령(음력이므로 대체로 양력 3월 무렵에 해당)'에 경칩, 춘분 절기에 대한 당시 농촌 풍습이 전한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이월령
이월은 중춘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초육일 좀생이는 풍흉을 안다하며
스무날 음청으로 대강은 짐작나니
반갑다 봄바람에 의구히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속잎이 맹동한다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멧비둘기 소리나니 버들 빛 새로와라
보쟁기 차려 놓고 춘경을 하오리라
살진밭 가리어서 춘모를 많이 갈고
목화밭 되어두고 제 때를 기다리소
담뱃모와 잇 심기 이를수록 좋으니라
원림을 장점하니 생리를 겸하도다
일분은 과목이요 이분은 뽕나무라
뿌리를 상치 말고 비오는 날 심으리라
솔가지 꺾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장원도 수축하고 개천도 쳐 올리소
안팎에 쌓인 검불 정쇄히 쓸어 내어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을 보태리니
육축은 못다하나 우마계견 기르리라
씨암탉 두세 마리 알 안겨 깨어 보자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요 조롱장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비위를 깨치나니
본초를 상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창백출 당귀 천궁 시호 방풍 산약 택사
낱낱이 기록하여 때 맞게 캐어 두소
촌가에 기구 없어 값진 약 쓰올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