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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계획에 따라 '묵호고 → 초록봉 입구 계단 → 초록봉 → 돌탑봉 → 옥녀봉 → 동회육교 → 북삼초교'의 10.5km 코스를 5시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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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봉(草錄峰)은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에 위치한 높이 531m의 산이다. 동해 8경중 8경으로 선정되었으며, 정상에선 동해시와 동해바다를 전망할 수 있다. 오늘날 시민들의 휴식공간 및 소원을 빌기위한 장소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또한 방송 송신 시설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 위키백과
2025년 1월 14일 화요일에는 대기업 안내산악회가 진행하는 동해 초록봉을 다녀오기로 했다. 동해 초록봉은 까만 소 100+중 하나로, 전체 코스가 10km가 약간 넘어, 태백 연화산관 연계해 1+1로 진행하거나,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추암해변과 연동하는 산행을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이왕 가야 할 산이라면 두 산을 묶은 연화산+초록봉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유는 모르나, 매번 성원 미달로 취소돼, 어쩔 수 없이 초록봉과 추암해변을 연동한 산행을 신청했고, 성원을 채워 정상 출발할 예정이다. 물론, 16일 목요일 목요 오지팀 산행이 2021년 9월 18일 다녀온[산행기] 정선 상원산, 옥갑산 연계 산행이 아니라, 미지의 산이었다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산행이다. 하지만, 이미 다녀온 산행이고, 오지가 오지로 남은 이유가 있는 만큼 다시 갈 생각은 없어, 그 대안을 찾다가 눈에 띈 게 초록봉이다. 까만 소의 행태가 마음에 안 들기는 하나, 정히 갈만한 산이 없을 때는 그나마 미지의 까만 소 100+이 낫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다녀온 까만 소 100+이 좀 되는 게 본의 아니게 100+도 조만간 완주할 듯하다.
산행 당일 초록봉과 가까운 동해 두타산의 기상청 산악날씨에 의하면, 오전에는 구름이 약간 끼다, 오후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겠고, 기온은 4℃~5℃ 사이로 영하 10℃ 이하의 남덕유산이나, 지리산, 태기산에 비하면 아주 높다. 다만, 5㎧의 약간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 온도는 0℃~2℃ 사이가 될 거라는 예보다. 물론 해발 1,000m가 넘는 두타산 정상을 기준으로 한 예보라, 해발 531m에 불과한 초록봉은 더 따뜻할 거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산행 준비를 가볍게 하지는 않고, 겨울 산에 맞게 준비한다. 물론 사당역표 김밥도. 산행 후 한 시간의 추암해변 관광이라는 자유시간이 주어지니, 다 똑같은 한국의 해변이라 특별할 게 없어 바로 식당으로 직진해 이슬이를 반주로 늦은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그런데, 지도 앱으로 확인한 주변의 식당이 횟집 아니면 대게집이라, 상황에 따라서는 하산주를 못 마시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듯하다. 초록봉 산행 코스가 짧아, 시간 보내기용으로 1시간의 자유를 준 건데, 어째 풀어놓아도 그런 곳에 풀어 놓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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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알람에 놀라 깬 후, 바로 아지트로 나와 아침 의식을 치르며 밤새 동해 초록산에 어떤 변동 사항이 있는지 확인했다. 산행 계획은 변함이 없고, 초기 성원을 채우기도 어려워 보였던 신청자가 이후 지속해 하나둘 늘어, 마지노선 직전 간신히 성원을 채우더니, 산행 하루 전에는 만석을 채웠다. 그리고 새벽에 확인한 당일 기상청 초록봉 날씨 정보에 따르면, 건조 특보 발효 중이고, 초미세먼지, 미세먼지는 둘라 '보통'이라, 조망은 괜찮을 듯하다. 그리고 초록봉 일별 예보는 어제 두타산 예보를 보고 예측한 대로, 영상 6℃~9℃ 사이 기온에, 바람은 5㎧로 약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상 5℃~6℃ 사이라 추위를 느끼지는 않을 날씨다. 레이더 예보에 의하면 비나 눈이 내리는 일 또한 없을 듯하다. 이후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미리 싸둔 배낭을 둘러메고, 늘 그렇듯이 5시 45분경 집을 나서, 구산역에서 5시 58분 열차로, 사당으로 향해, 6시 43분경 도착해, 즉석 빵집의 틈새 상품인 김밥을 사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른 후 1번 출구로 나가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그런데, 간밤에 내린 비가 얼어붙어 공영주차장까지 가는 길이 미끄러워 약간 위험하다. 사실 집에서 나와 구산역까지 가는 구간 또한 같은 상황이라, 마누라에게 조심하라고 문자를 보냈을 정도다. 그런데, 공영주차장으로 들어가자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서 그런지, 상황이 더 안 좋아, 아예 미끄럼을 타고 버스를 향해 갔다. 그리고 버스에 탄 후, (요즘 심각하게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친숙한 등산객과 인사를 나누며 자리로 가, 배낭에서 등산에 불필요한 것들은 꺼낸 후 선반에 올리려고 보니, 스피커가 버티고 있어, 별수 없이, 의자 밑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한증막같이 더워 바람막이와 패딩을 벗어, 옆에 걸어두고 책을 보기 시작했다. 이후 7시 정각 공영주차장을 떠난 버스는 간간이 내리는 비와 밤새 얼어붙은 도로의 영향인지,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가, 양재와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웠으나, 그 전에 잠이 들어 누가 탔는지는 확인을 못 했다. 그리고 8시 30분경 깨, 창밖을 보니, 진눈깨비가 내리는데, 버스는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지 제 속도로 달려, 8시 55분 최근에 자주 방문하는 횡성휴게소로 들어섰다.
20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얘기를 시작했다. 이 동네는 진눈깨비가 내리는 상황이라, 이 동네와 가까운 동해 역시, 그럴 거라는 전제하에, 아이젠 등을 준비하라고 했으나, 그건 비구름, 아닌 눈구름을 막아서는 백두대간을 무시하는 언사다. 2024년 11월 영월 '배거리산'에 가려다, 폭설에 문경 '봉명산'에 갔을 때[산행기], 가까운 두 지역의 엄청난 날씨 차이에 놀랐던 경험을 공유하지 못한 결과다. 어쨌든 애초 코스 계획에는 ‘옥녀봉’이 있으나,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봉이니, 그 전에 하산하라고 권했다. 꼭 가겠다면, 첫 번째 갈림길까지 돌아오지 말고, 두 번째 갈림길까지만 돌아온 후 하산하라고 알려줬다. 끝으로, 초록봉 산행을 일찍 마감하고 추암해변으로 이동하면, 그만큼 자유시간을 더 주겠다고. 애초 해변 구경은 안 하고, 바로 식당으로 직행할 생각이었던 내게는 큰 미끼다. 다만, 일행 모두가 같은 생각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믿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열심히 달린 버스는 10시 31분 초록봉 산행의 들머리인 묵호고 앞에 도착했다. 고로, 산행 마감은 3시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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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터널을 지난 후 산행 준비를 하기 위해 창밖을 유심히 살폈다. 말인즉 내 예상이 맞으면, 바람막이 안에 패딩도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스패츠도 또한 마찬가지고, 대장이 언급한 상황이라면, 그 모두를 이동하는 버스에서 착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터널 전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터널을 통과하자 '해'다! 그리고 주변 산 어디에도 눈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다. 해서 이미 벗어 걸어둔 패딩은 만약에 대비해 배낭에 넣고, 스패츠 없이 등산화 끈만 조이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버스가 묵호고 앞에 정차한 후 배낭을 둘러메고 차에서 내려, 먼저 ‘기상청 날씨알리미’로 현 위치의 날씨를 확인했다. 집을 나서기 전 새벽에 확인한 거와 같다. 다만, 초미세먼지만, '보통'에서 '나쁨'으로 바뀌어 조망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후 주변의 이정표가 될 만한 걸 기록으로 남기고, 이미 기동한 두 등산 앱의 지도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19.5m~48m로 생각보다 크게 낮다. 초록봉의 공식 높이가 531m니, 고도차는 500m 가까이 된다. 고로 한국의 평균적인 산보다 올려야 할 높이가 높다. 해서 까만 소가 100+로 선정했을 수도?!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한 후 벌써 산행을 시작한 선두의 뒤를 따라, 묵호고 오른쪽으로 회전하자, 개활지로 그 한편에 '초록봉 등산로 안내도'가 서 있다. 당연히 그 안내도로 가, 우리의 코스를 검토한 후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몇 번의 산불로 양옆이 휑한 임도 수준의 등산로로 전진해, 10시 53분 다시 포장 임도와 만났다. 임도가 산불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갑론을박 중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산불이 많아서 온 산에 임도를 뚫은 건지, 그 임도 때문에 산불이 많은지는 연구할 가치가 있을 듯했다. 어쨌든 그 포장임도 합류 지점에서 우회전한 후, 앱의 지도로 현 위치를 확인했다. 그런데, 산길샘의 네이버 지도에 의하면 지금 가고 있는 임도는 등산로가 아니고, 등산로는 그 위의 능선이다. 하지만, 산경표는 임도가 등산로다. 어쨌든 임도를 따라, 5분가량 가니 갈림길로, 임도는 좌회전, 등사로는 나무 계단으로, 능선으로 올라간다. 해서 다시 앱의 지도를 확인하니, 산길샘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이다. 그런데, 등산 앱의 지도에는 표기되지 않았으나, 동네 뒷산답게 곳곳이 갈림길이다. 물론 이정표 따위는 없다. 하지만 등산로 상태는 좋아, 다들 빠르게 정상으로 향했다.
고도차는 500m에 육박하나, 등산로 상태가 좋고, 가끔 급경사도 있으나, 완만한 경사의 능선 위의 등산로라 속도가 빨라, 평소 입고 다니던 패딩을 벗었음에도 흐르는 땀 덕분에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해서 오랜만에 수건을 꺼내 땀을 닦기까지 했다. 그렇게 위로 올라, 고도가 높아진 만큼 동해도 보여야 하나, 날씨가 좋지 않아 어렴풋이 보일 뿐이다. 와중에 이정표도 없어, 수시로 앱의 지도로 현 위치의 고도와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추측하며 가, 11시 22분경 급경사를 올라 완만한 능선에 도착해 보니, 울창한 숲 사이로 봉우리의 실루엣이 보이는 게 초록봉인 듯하다.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5분가량 더 가니, 다시 나무 계단이다. 그리고 그 급경사 계단을 오르자,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갈림길 이정표로, 그 이정표에 따르면,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4km에 불과하다. 그럼, 당연히 앞에 보이는 게 초록봉이라, 뒤로 처지는 일행을 추월하며 정상으로 향하는데, 여성 산꾼이, 천천히 가라며 앞을 막는다. 거의 매주 목요 오지팀 산행에서 보는 산꾼이라, 친숙함의 표시라, 웃으며 그 뒤에서 조용히 따라가, 11시 37분 '草綠峰 531m'라 음각된 정상석과 갑판 전망대, 쉼터가 있는 초록봉 정상에 도착했다.
늘 그렇듯이 먼저 정상석만 기록으로 남긴 후 그 여성 산꾼에게 부탁해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그 여성 산꾼과 그가 언니라 부르는 초면인 산꾼의 인증을 찍어줬다. 이후 갑판 전망대로 가, 비록 날이 좋지 않아 조망이 좋은 건 아니나, 그래도 오른쪽 동해와 왼쪽 조망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쉼터로 가, 배낭에서 김밥을 꺼내 요기하고 있는데, 두 여성 산꾼이 빨리 옥녀봉으로 가자고 난리다. 응? 내가 언제부터 저들의 가이드가 됐지? 하지만 어차피 옥녀봉에 갈 예정이었으나, 가이드가 되기로 하고, 김밥을 먹으며 그 뒤를 따라가는데, 다시 어디로 가야 하는 물어 고개를 들어보니, 등산로 갈림길이다. 그런데, 그 갈림길에 있는 이정표에는 왼쪽의 임도 방향으로는 정보가 있으나, 직진하는 등산로에는 어떠한 정보도 없다. 분위기로 봐서는 등산로는 앞을 가로막은 봉우리는 넘는 거고, 왼쪽의 임도는 그걸 우회하는 거다. 말인즉 둘은 봉우리를 넘은 후 만날 확률이 높아, 입에 김밥인 든 상태라 말은 못 하고 손짓으로 직진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들의 뒤를 따라 다시 깔딱을 오르며 무언가 이상해 핸드폰을 꺼내, 앱의 지도를 보니, 두 지도 모두 지금 올라가고 있는 게 초록봉이다. 말인즉 조금 전 지나온 정상석이 있는 곳이 초록봉이 아니라, 지금 올라가고 있는 정상이 초록봉이다. 와중에 도착한 정상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석이 있는 곳은 '전망대'다. 고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가 초록봉이었다. 추측건대 까만 소와 지자체가 100+ 선정 관련 협의 과정에서 여기 진짜 초록봉은 깃대, 산불감시초소, TV 송신탑 등이 있어, 정상석을 세우고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기에는 그림이 좋지 않아, 전망대가 있는 곳을 초록봉으로 변경한 후 정상석을 세운 듯하다. 덕분에 이번 산행에 참여한 27명 중 진정한 정상에 오른 사람은 우리 셋이 유일하지 않을지 생각하며 산불 감시 초소와 깃대를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시끄럽게 인증을 남기고 있는데,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요원이다. 즉 감시 초소에 요원이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해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초소에 '초록봉, 해발 528.7m'라 쓴 명패가 있는 걸 발견했다. 막 도착했을 때는 역광이라 눈이 부셔 발견하지 못한 명패로 내 추측을 뒷받침하는 증거라,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정상을 넘어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로 내려가며 보니, 오른쪽으로, 철책으로 둘러싸인 건물이 있고, 그 앞에는 주차해 있는 차량도 보인다. 그리고 도착해서 보니, 건물 정문 바로 옆 표지석에는 '초록봉 송신소, 삼척 MBC, 해발 531m'라 음각되어 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주위를 둘러보니, 사거리다. 왼쪽과 오른쪽은 임도, 직진은 숲으로 들어간다. 해서 핸드폰을 꺼내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애매하기는 하나, 숲으로 들어가는 직진 방향이 맞는 듯하다. 그리고 남은 산행이 임도를 따라 진행될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어, 자신 있게 직진해 숲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 100여 미터 가다가 무언가 이상해 다시 지도를 확인하니 등산로는 왼쪽으로 보이는 능선이다. 해서 다시 송신소 건물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좌측 임도를 따라 조금 내려가자, 임도 갈림길이다. 좌회전이 정상석이 있는 초록봉 방향으로, 거기서 내려올 때 만난 임도다. 당연히 오른쪽이 옥녀봉 방향이나, 임도로 갈 생각을 하니 암담하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어 일단 임도 갈림길로 내려가서 보니, 우회전하는 임도 왼쪽 능선으로 올라가는 희미한 인적이 있다.
당연히 임도를 버리고, 능선으로 올라가, 작은 언덕을 넘어 아래로 내려가는데, 얼마나 사람이 안 다녔으면 오지와 다를 바 없이, 쌓인 낙엽이 미끄러워 엉덩방아를 찧기 좋다. 와중에 잡목도 길을 막는다. 그런데, 오른쪽 아래를 보니, 임도가 우리와 함께 간다. 그리고 언덕을 넘어 아래로 가면 능선이 끝나고 다시 그 임도다. 이후 임도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다시 왼쪽에, 능선으로 올라가는 희미한 인적이 있고, 그곳으로 올라가 작은 봉을 넘어 내려가면 다시 임도, 이후 또 능선의 반복이다. 말인즉 임도가 계속 같이 간다. 고로 낙엽 쌓인 오지 능선이 아니라, 편한 임도로 가도 된다. 문제는 그러려면 이 산에 안 왔다는 거다. 와중에 두 여성 산꾼은 능선이 힘들었는지, 수시로 옥녀봉까지 남은 거리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묻는다. 초행인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래도 핸드폰을 꺼내 앱의 지도로 대략적인 거리와 제대로 가는 중이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그게 너무 자주 반복되니,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슬슬 짜증 나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목요 오지팀 산행에 회의가 들기 시작하는데, 거기에 기름을 붓는다.
이왕 시작한 거 꾹 참고, 안내했다. 와중에 고도가 높아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는 울창한 숲이 방해해도 뒤로 돌아, 나란히 보이는 정상석 초록봉과 초소 초록봉을 한 장의 사진에 담기로 했다. 가끔은 우리가 제대로 된 등산로로 가고 있음을 이정표가 아니라, 급경사 능선에 설치된 안전시설로 확인하며 가, 다시 작은 봉우리를 넘자, 앞에 우뚝 솟은 봉우리다. 해발 287m에 불과한 옥녀봉은 아니다. 그리고 앱의 지도로는 옥녀봉까지는 최소 3km 이상 더 가야 한다. 그런데, 이 봉우리 깔딱이 심상치 않다. 이번 산행의 최고봉인 초록봉보다 더 힘들다. 와중에 임도로 내려오던, 우리 일행으로 생각되는 한 등산객도 우리를 따라 등산로로 들어서 뒤를 따라온다. 어쨌든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다시 모두를 추월하려는 데, 또 앞을 막아서, 방해를 피해, 정상으로 향하며 막아서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마치 장난처럼 얘기하나, 그게 아닌 건 확실하고 아마, 그들을 버리고 가버리는 걸 두려워하는 듯했다. 그건 날 모르는 소치지만, 굳이 그런 인간이 아니라고 얘기를 꺼내지는 않고, 먼저 두 개의 돌탑이 문처럼 버티고 있는 정상에 도착한 후 주변을 둘러보며 그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산행 후 안 사실이지만, 돌탑봉으로 정상에는 체육시설이 있고, 현지 주민으로 보이는 두 등산객이 그걸 이용해 운동하고 있다. 그리고 뒤이어 도착한 두 여성 산꾼 중 한 명이 현지 여성에게 옥녀봉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묻자, 옥녀봉보다 여기가 더 좋다며, 거기는 왜 가려고 하는지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그러자 물었던 산꾼이 집에 가려면 옥녀봉에 가야 한다고 답한다.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대장이 옥녀봉은 볼 것도, 재미도 없으니, 될 수 있으면 가지 말라고 했는데, 못 들었나? 그게 아니라, 생각보다 멀고, 힘이 들어 옥녀봉에 가기로 한 걸 후회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지금 옥녀봉에 안 가겠다고 해봐야, 그럼 먼저 내려가라고 하고 난 옥녀봉으로 갈 게 뻔해 보여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듯했다. 한마디로 지금 상황에서는 혼자 길을 찾아갈 자신이 없다는 거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됐다. 해서 주변 이정표가 될 만한 걸 기록으로 남긴 후 이번에는 수시로 제대로 따라오는지 확인하며 내가 앞장서 돌탑봉을 내려가, 12시 47분경 앞에 나지막한 봉우리가 버티고 있는 걸 확인하고, 두 산꾼이 도착하기를 기다려 저게 옥녀봉이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둘 다 너무 멀다는 표정이다.
12시 48분경 임도에 도착해 그걸 따라 조금 가자, 갈림길이라, 거기서 직진은 하산, 우회전해 능선으로 올라가는 건 옥녀봉으로 가는 거니, 선택하라고 하자, 둘 다 옥녀봉 방향으로 간다. 해서 다시 앞장서 옥녀봉으로 향해, 12시 51분 북삼초 갈림길에 도착했다. 북삼초 옆 주차장이 이번 산행 날머리니, 여기서 좌회전해 내려가도 된다. 옥녀봉으로 향한다면 과거에는 여기로 돌아온 듯하고, 현재 지도에도 그렇게 나온다. 하지만 인솔 대장의 코스 설명에는 옥녀봉 직전 북삼초로 하산하는 등산로든 임도든 있다! 해서 직진해 옥녀봉으로 향해, 12시 57분 임도로 합류했다. 거기서 다시 확인한 지도에 의하면 옥녀봉 직전 북삼초로 하산하는 길은 없다. 전적으로 대장의 말을 믿고 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되돌아온다고 해도 오래 걸릴 거 같지도 않다. 어쨌든 임도를 따라 옥녀봉으로 가다, 왼쪽의 능선으로 올라가 지금까지와 같이 등산로가 있는지 확인했으나, 없다! 고로 옥녀봉까지는 죽으나 사나 임도로 가야 한다. 그래서 대장이 말린 듯하다. 사실 대장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옥녀봉을 선택한 거라, 별 기대도 없었다.
어쨌든 왼쪽에, 북삼초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지 주시하며 옥녀봉으로 향해, 1시 3분 앱의 지도에는 없는 임도 사거리에 도착했다. 그 사거리 이정표에 의하면 여기서 직진해 0.2km를 가면 옥녀봉, 우회전은 동막골, 좌회전은 북삼초 방향의 언당골이다. 힘들어하던 두 산꾼도 이정표로 거리를 확인하더니, 임도로 앞장서서 옥녀봉으로 향해, 그 뒤를 따라가다, 고도가 높아지면 수시로 뒤로 돌아 거미줄같이 얽힌 임도가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살펴봤다. 그리고 1시 6분 옥녀봉 바로 아래 주차장처럼 보이는 곳에 도착해 여기서 바로 하산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즉 길이 있는지 살펴봤다. 옥녀봉 반대편으로 의자가 설치된 쉼터가 있고, 그 뒤로 인적도 보인다. 해서 가까이 다가가 길을 확인하고, 임도로 동영상을 찍으며 옥녀봉을 향해 올라가, 1시 9분 도착했다. 정상에는 여기가 옥녀봉이라는 정상석이나, 정상 표지 등 어떠한 것도 없고, 그저 산불 감시 초소라기보다는 탑이 버티고 있다. 그렇다고 그 탑에 초록봉처럼 옥녀봉 명패가 있는 것도 아니라, 두 여성 산꾼은 크게 실망한 듯했다. 해서, 두 등산 앱의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가 옥녀봉이 맞다고 확인시켜 줬다.
이후 옥녀봉에서 내려와 주차장에서, 난 임도를 버리고 직진해 내려갈 거니, 두 분은 임도로 내려가라고 하며,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 파악한 거미줄 같은 임도를 자세히 설명해 줬다. 그러자, 본인들도 나와 같이 가겠다고 한다. 해서 다시 강하게 길이 있는 듯하나 중간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판단을 잘하라고 경고한 후 앞장서 능선으로 난 인적을 따라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초반에는 좋은 건 아니나, 오지 수준의 등산로가 이어져, 뒤에서 따라오던 두 산꾼이 길이 있는데, 왜 우리를 버리고 가냐는 투로 얘기한다. 하지만, 그 길은 송전탑에 도착하니 없어졌다. 즉 등산로가 아니라 송전탑 관리를 위한 길이다. 해서 셋이서 송전탑 주변을 샅샅이 뒤져 길을 찾았으나 안 보여, 오지 산행에서 잡목에 손을 다친 경험이 많아,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끼고, 가시덤불을 헤치고, 아래로 내려갔다. 당연히 두 산꾼도 따라오리라 생각했는데, 두 여성은 포기하고 되돌아갔다. 이런 때를 대비해 사전에 경고한 거다. 그런데, 송전탑이 여기만 있는 게 아니라, 아래에 또 있다. 그럼, 저 송전탑까지 가는 길이 있어야 한다.
역시 예상대로 가시덤불을 헤치고 5m가량 내려가니, 희미하나마 인적이 있어, 그걸 따라 두 번째 송전탑까지 갔다. 1시 24분 송전탑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왼쪽 아래에 임도가 달린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인적도 있다. 사실상 이 능선은 여기서 끝이라 어디로 가든 임도로 내려가야 하는 지세라, 가장 짧은 왼쪽으로 내려가, 1시 27분 도착했다. 이후, 먼저 도로 턱에 주저앉아, 쌓인 낙엽과 가시덤불 잡목을 뚫고 오는 동안, 등산화에 들어간 이물질을 빼냈다. 그리고 보온병에서 뜨거운 보리차를 따라, 갈증을 해소한 후 다시 복장은 갖추고 임도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네, 왼쪽 위도 임도다. 북삼초로 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왼쪽 위의 임도 갈림길에서 이 임도로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위의 임도에서 인기척이 들리기는 하나, 갈림길을 훨씬 지난 지점이라, 무언가 이상해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했다. 내가 착각했다. 북삼초로 가려면 이 임도에서 아래가 아니라 위로 올라가 저 위에 보이는 임도로 가야 한다. 지금이라도 걸음을 돌리면 되나, 성격이 더러운 인간이라, 북삼초로 갈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며 계속 내려가며 보니, 머리 위로 도로가 지나간다.
차량 소음으로 봐서는 고속도로다. 그럼, 도로 위로는 못 건너니, 아래로 도로를 통과해 다시 가시덤불을 뚫고, 능선으로 올라가자, 철책으로 둘러싸인 건물이 있고, 철책 옆으로 등산로도 보인다. 와중에 현지 주민으로 보이는 노년의 두 여성 등산객 아니, 산책객도 있다. 그들과 인사 후 몇 마디 얘기를 나고, 동네 주민의 산책로를 따라 계속 가자, 대나무숲이라, 거기서 얇고 곧게 뻗은 대나무 하나를 주워, 배낭에서 멀티툴을 꺼내, 지팡이를 만들었다. 그걸 들고, 유유자적 대나무 숲을 통과하자, 갈림길이다. 볼 것도 없이 북삼초로 가려면 왼쪽이라, 좌회전 100여 미터를 내려가니, 다시 임도 아니, 마을 도로와 만난다. 거기서 우회전해 도로를 따라 내려가며 좌우를 둘러보니 왼쪽으로 또 능선이다. 저 능선을 넘으면 북삼초다. 해서 왼쪽에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지 주시하며 내려갔다. 와중에 개울에서 놀고 있는 청둥오리 떼를 구경하기도 하며 가는데, 그 개울을 건너는 다리 바로 아래에 능선으로 향하는 길이 있는듯해, 기쁜 마음으로 가까이 가보니 예상대로다.
거기서 우회전해 포장임도로 능선을 향해 올라가, 1시 59분 갈림길에 도착했다. 왼쪽은 초록봉, 오른쪽은 주차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조금 전 우리 일행 세 명이 지나갔다. 해서 그 갈림길을 기록으로 남긴 후 우회전해 50여 미터를 가니, 산불 감시초소와 '초록봉 등산로 안내'도라,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가자, 수업 중인 북삼초교의 뒤다. 당연히, 그것도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지금 방학 아닌가? 어쨌든 ‘효행길’이라 이름 붙여진 산책로를 따라가며 보니, 앞이 갈림길로, 오른쪽 아래로 주차장과 그 쉼터에서 쉬고 있는 일행이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2시 5분 도착했다. 그런데, 주차장에 산악회 버스가 안 보여, 혹시 오류가 있었나, 주변을 둘러보니, 주차장이 아니라 도로에 주차한 버스다. 고로 산행은 끝났다. 그런데, 나보다 일찍 도착할 거로 생각했던 두 여성 산꾼이 아직이라 걱정하고 있는데, 2시 15분경 도착해 인솔 대장에게 혼자 오지로 내려갔다고 하소연한다. 그러자, 대장이 원래 그런 산꾼이라는 알고 있었지 않냐고 뭐라고 한다.
3
정상석이 있는 초록봉 이후 능선이 아니라, 능선 조금 아래에서 나란히 이어진 임도로 달리고, 옥녀봉도 오르지 않았다면, 전체 코스는 9km 내외에 2시간이면 충분한 산행이다. 임도가 아니라, 낙엽 쌓인 능선으로 달리고, 옥녀봉에 오른 후 막산을 타고 임도로 내려와, 능선 두 개를 넘은 나도 3시간 30분 정도 걸렸으니, 다른 일행은 그보다 일찍 도착했을 거라는 게 내 예상이다. 하지만, 예상보다는 조금 늦은 2시 20분경 모두 도착했다. 물론 다 도착할 때까지, 배낭을 정리해 짐칸에 넣고,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 등 산행 뒷정리를 마치고 기다렸다. 내 예상보다 조금 늦기는 했으나, 공식 마감보다는 1시간 10분 이상 이른 마감이라, 신이 난 인솔 대장의 독려로, 바로 추암해변으로 출발해, 2시 38분경 도착했다. 공식 계획인 3시 50분보다, 1시간 10분 정도 이르다. 해서, 서울 출발을 4시 반으로 30분 정도 당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대로 5시 출발로 발표했다. 그럼, ‘추암해변’에서 2시간 20분 넘게 노닥거려야 한다는 거다! 해서 원래 계획에 없던 촛대바위 등을 감상하기로 하고, 앞에 보이는 섬으로 향했다.
물론 섬으로 향하며, 오른쪽 바닷가 상가 건물의 여러 식당이 영업 중인지 확인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 도착한 작은 섬의 위를 보니, 정자다. 분위기로 봐서, 이 작은 섬에 ‘추암해변’이 자랑하는 모든 게 있다. 그럼, 여기서 한 시간 정도를 보내야, 지루하지 않게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바로 정자가 있는 정상으로 가지 않고, 그 조금 아래에 있는 전망대로 갔다. 거기서 보이는 여러 바위섬을 기록으로 남기며 어느 게 ‘촛대바위’인지 찾아봤다. 그런데, 그 어느 것도 ‘촛대’를 닮지 않았다. 그나마, 가운데 바위섬이 통통하기는 하나, 약간 길쭉한 게 억지로 붙이자면 '초'처럼 보여 그렇게 생각하며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해변을 따라 왼쪽을 보니, 있다! 촛대다. 자고로 대한민국에서 촛대 '봉'이든 '바위'든 '촛'의 'ㅊ' 대신 'ㅈ'을 넣은 게 원래 이름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정확하다. 그러면 가까이에서 봐야 해, '추락 위험'이라고 붉고 굵은 글씨로 강조한 경고문이 붙어 있는 목책 사이를 통과했다. 솔직하게 추락 위험의 이라는 글만 봤지,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절대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글은 못 봤다. 뭐, 보고 싶은 것만 봤을 수는 있지만!
목책 너머는 '추락 위험'이라고 경고할 만했다. 그렇다고 안 갈 한국인 아니,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바위틈 곳곳에 음식물 쓰레기다. 역시 한국인이다! 어쨌든 그냥 촛대바위를 향해 가는 건 심심해 동영상을 찍으며 갔다. 그리고 앞에 전망대로 제격이 바위가 있어 그 위로 올라가, 하산 중 대밭을 통과할 때 만들어 여기까지 들고 온, 대나무 지팡이를 내려놓고 촛대바위를 비롯한 주변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로 지팡이를 다시 줍기 위해 아래로 눈을 돌리니 삼각점으로, '지적삼각보조점'이라 음각되어 있다. 바닷가에서는 처음 보는 삼각점인 듯한데, 확실하지는 않다. 이후 전망바위에서 내려와 최대한 촛대바위 방향으로 접근해, 다시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본 촛대바위는 ‘촛대’라기 보다는 '심지에 불이 붙은 초' 그 자체에 가까웠다. 횃불?! 이후 바로 위가 정자라 기어 올라갈까 하다, 관광객들이 놀랄까 봐, 왔던 길로 되돌아 가, 역시 목책 사이를 통과했다. 그 순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행이 '들어가지 말라는데!'라고 한마디 한다. 해서 목책 통과 후 그 경고문을 자세히 확인했다. 맞다! 미처 보지 못한 '들어가지 말라!'는 글이 있다.
이미 상황은 종료된 후다. 물론 사전에 그걸 봤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지만! 어쨌든 정상 아래 전망대에서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의 정자를 향해 갔다. 그리고 정자가 곧 전망대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갑판 전망대는 촛대바위를 비롯한 주변 바다를 보다 잘 볼 수 있게 최대한 바닷가에 근접해 만들었다. 물론 그게 없었을 때, 좀 더 잘 보기 위해 위험한 바위 끝으로 가는 관광객을 막는 효과도 있다. 당연한 얘기로 갑판 전망대에서는 촛대바위를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려는 관광객이 몰려, 애초 인증이야 관심 없었으나, 바위 전경은 사진에 담아야 해 전망대가 아니라, 시야 방해물이 없는 안전 목책에 기대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오른쪽 아래 바위 전망대에서 봤을 때는 분명 촛불 또는 횃불로 보였던 게 정상 부근의 갑판 전망대에서 'ㅊ'을 'ㅈ'으로 바꾼 촛대다! 지금까지 많은 지역에서 촛대바위를 봤지만, 이게 최고다! 이후 정자가 있는 작은 언덕에서 내려와, 동해라고 빠질 수 없는 ‘흔들다리’를 향해 가며 보니, 바닷가 쪽으로 잘 보존된 한옥이 있어 안내문을 보니, '동해 해암정'이란다!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다리로 향했다.
3시 5분 흔들바위에 도착해 보니, 공식 명칭은 흔들다리가 아니라 출렁다리다. ‘흔들’과 ‘출렁’의 차이가 뭘까? 어쨌든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를 보고 지나칠 수 없어 역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출렁다리를 건넜다. 그리고 건너편 전망대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고, 여기까지 들고 온 대나무 지팡이를 동해에 던져 방생한 후 갑판 산책로로 계속 가다, 우연히 왼쪽을 보니, DMZ 수준의 철조망이다. 해서 자세히 보니, 예상대로 군부대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긴 북과 멀지 않고, 바다에서 접근도 쉬운 곳이라 군부대가 있는 게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그 갑판 산책로는 정자가 있는 정상과 군부대를 감싸고 있고, 직진은 역시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는데, 군부대는 아니고 세관인 듯했다. 세관에는 볼일이 없으니. 당연히 좌회전해 왔던 곳으로 돌아가며 보니 여기가 '추암조각공원'이다. 하지만 예술을 보는 안목이 없어서인지 감흥을 주는 작품이 없어, 좌우의 조각은 대충 훑어보며 앞에 보이는 상가로 향했다. 와중에 작품을 찍은 듯한 사진이 한 장 있기는 하나, 작품이 아니라, 산악회 버스가 대기 중인 주차장의 위치를 기록한 거다.
그렇지 않아도 배가 슬슬 고파오던 3시 25분경 상가에 도착해 해파랑길 도보여행으로 추암해변을 다녀간 마누라가 추천한 식당 위주로 광고판에 있는 메뉴를 확인하고, 식당 상태를 보기 위해 창 너머로 내부를 살펴봤다. 사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생선구이 전문점이었는데, 그 식당은 폐업했고, 남은 둘 중 하나는 문을 열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남은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등산화를 벗지 않아도 좋은 식탁에는 인솔 대장을 포함 대여섯의 한 팀과 다른 일행과 관광객 팀이 차지하고 있어, 별수 없이 등산화를 벗고, 역시 일행이 한 팀을 이뤄 하산주를 마시고 있는 마루로 올라갔다. 그런데, 나를 본 대장이 그 팀과 합류하고 권했으나, 내 발목을 잡는 친분은 더 이상 쌓고 싶지 않아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식탁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이슬이와 물회를 주문했으나, 물메기탕을 권해 그걸로 바꿨다. 이후 주문한 탕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밑반찬을 안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하산주를 마셨다. 이후 나온 물메기탕, 밥을 추가 안주로 이슬이를 다 마셨으나, 마감까지는 아직 한 시간 가까이 남아 이슬이를 한 병 더 주문해 마시고, 2/3 정도 마신 후 마감을 20분 정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거라면 시간에 쫓기지 않는 한 절대 남기지 않는 이슬이를 남기는 걸 보면, 나도 다 됐다. 어쨌든 계산대로 가 결제하려고 보니, 차림표에 없어 물회와 같은 가격일 거로 생각한 물메기탕이 그것보다 비싸다. 사전에 가격을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 크나, 사기당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비록 음식은 남기면 안 된다는 신념에 다 먹기는 했으나, 가래와 콧물을 먹는 듯한 식감도 마음에 들지 않아, 과거 어부들이 바다에 버린 건 다 이유가 있다는 걸 확인해, 더 기분이 안 좋았다. 막판에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주차장에서 대기 중인 버스로 가 자리를 잡고 앉은 후 바로 잠이 들어, 언제 추암해변을 떠났는지 모르나, 평소 인솔 대장의 성향으로 봐서, 공지보다 빠르면 빨랐지, 늦지는 않았을 거다. 어쨌든 정신을 차려보니, 7시고 '여주휴게소'로 서울이 멀지 않다. 당연히 하산주로 마신 이슬이의 영향이 있어, 차에서 내려 볼일을 보고 돌아와 자리에 앉아 조금 기다리자, 10분의 휴식이 끝난 버스는 휴게소를 출발해 먼저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7시 53분 두 번째 정차지인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도착했다. 집에서 나올 때는 사당이 편하지만, 귀가는 양재가 더 편해, 거기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걸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동해 초록봉 산행 계획과는 약간 다른 '묵호고 → 초록봉 입구 계단 → 초록봉/정상석 → (진)초록봉/산불감시초소 → 돌탑봉 → 옥녀봉 → 동해고속도로 아래 통과 → 동해시 상하수도사업소 우회 → 북삼초교'의 13.98km(산길샘) 코스를 3시간 34분 동안 달렸다. 이동 3시긴 21분, 휴식 13분!
그나마 갈 만한 산이 없을 때는 까만 소를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방문한 초록봉이나, 혹시 날이 좋아 조망이 트인다면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역시 믿을 게 못 된다. 오죽하면 대장이 초록봉이 주인지 추암해변이 주인지 모르겠다는 본심을 무의식중에 토로했을까!
과거 어족 자원이 풍부할 때는 버렸던 생산을, 무분별한 남획으로 자원이 부족해 잡고, 먹는 거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역시 무언가를 선택하기 전에 과거에는 왜 버렸는지 잘 알아봐야 한다. 특히 먹을 건!
당시에는 몰랐으나, 산행 후 텔방에서 사진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2020년 4월 자전거를 타고 동해안을 따라 포항에서 강릉까지 북진했을 때[여행기], 추암해변도 방문했다는 걸 알았다. 어디서 본듯했던 게 다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