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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던 아기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일어나 공포에 질린 듯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아기에 큰 일이라도 난 것 같아 부모 역시 공포에 빠지지만 아기는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깊은 잠에 빠져든다.
이 증상은 어린이에서 자주 나타나는 ‘야경증(sleep terror disorder)’이다. 이런 야경증에는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 연구진은 생후 18~30개월 사이의 쌍둥이 어린이 380쌍을 대상으로 야경증을 관찰했다. 쌍둥이 두 명이 모두 야경증을 보이는 경우는 일란성 쌍둥이에서 68%, 이란성 쌍둥이에서 24%였다.
연구를 주도한 쟈크 몽플레지르 박사는 “야경증의 증상은 비명소리와 함께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이불을 꽉 잡거나 팔을 내젓고 주먹질을 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아이를 깨우면 아이는 아무 꿈도 기억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한다”고 증상을 설명했다.
야경증은 소아의 1~6% 정도에서 나타나며 남자 아이에게 더 흔하다. 몽유병 또는 야뇨증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빠른 호흡, 피부 홍조, 땀, 동공 확대, 근육 긴장도 증가 등이 증세이며, 아침에 일어난 아이는 전날 밤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몽플레지르 박사는 “부모의 이혼과 이사 등 환경적 요인이 야경증을 부르기도 한다”며 “그러나 아이들의 인식-행동 발달과 야경증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대개는 커가면서 야경증 증세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캐나다 수면학회 아담 모스코비치 박사는 “야경증 발생에는 유전적 이유와 함께 심리학, 신경과학적 요인도 있을 것”이라며 “아이가 야경증을 보일 때 부모의 존재를 확인시키면서 아이를 안심시켜 아이가 야경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소화과학(Pediatrics)’ 12월 호에 게재됐으며, 캐나다의 캐나디안 프레스 통신, 미국 블룸버그 통신 인터넷 판 등이 1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