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야당 유력 대선 후보 배우자의 '7시간 통화' 녹음 파일이 방송됐던 지난 2022년 1월 16일 저녁 8시 20분이후 일어난 일련의 상황은 롤러코스터 타기를 연상하게 했다. 녹음 파일 방송과 관련해 특히 특정 정당에서 보인 반응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타기라고 평하기 충분했다. 처음에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등으로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시끄럽게 했다는 그런 분위기였다. 게다가 김건희 팬카페 회원 가입이 급증하자 오히려 반색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김건희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라며 전화위복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최종 판단이 내려지는 듯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그쪽 속사정을 정확하게 어찌 알겠는가 마는 언론에 전해지는 모습이 그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내용이 추가로 공개되자 또 분위기가 급전직하 바뀌는 상황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음 파일을 보도한 MBC 기자가 어제( 2022. 1.17) 김씨가 "내가 정권 잡으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발언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면서부터 이다. MBC 기자는 어제 라디오에 출연, "MBC 그제 저녁에 방송되지 않았고 직후에 원래 녹음 파일을 가지고 있던 서울의소리가 공개했다"며 이 발언을 소개했다. 서울의소리는 지난해(2021년) 7월부터 12월 초까지 김씨와 52차례 통화를 나눈 이명수 기자가 소속된 유튜브 매체다.
MBC 기자는 "(김씨가)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기는)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권력이란 게 잡으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입건하고 수사한다. 권력이 그래서 무섭다' 이런 발언을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인을 상대로 했다"고 말했다. MBC기자는 "윤석열 후보의 행동, 캠프의 전략이나 방향 이런 것들을 김건희 씨가 상당 부분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말 중간중간 묻어난다"며 이와 관련된 추가 보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관련해 갑자기 국민의 힘에는 긴장감이 감돈 듯 하다. 국민의 힘은 '김건희 통화'를 추가 보도한 MBC 기자와 방송사를 고발하게 된다. 그냥 부드럽게 넘어가려고 했던 분위기가 급랭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힘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힘은 김건희 씨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사건의 (MBC 측) 법률대리인인 김광중 변호사와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제작진을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국민의 힘은 또한 갑자기 수면아래로 내려가 있던 무속인 연관설이 다시 되살아 나자 당혹감이 감도는 상황이 된 듯 하다. 한동안 잠잠했던 무속인 논란은 역설적으로 최근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 배우자 김건희씨의 통화 녹음 공개를 통해 되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쥴리'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이트클럽도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며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그런 시간에 차라리 책 읽고 도사들하고 같이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여기에 세계일보는 17일 오전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모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고문 직함으로 활동하며 후보의 메시지와 일정, 인사에 관여한다고 보도해 의혹에 다시 불을 지폈다.
무속인 논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 시즌2' 프레임의 빌미를 여권에 제공할 수 있는 만큼 국민의힘은 관련 논란 차단에 힘쓰는 모습이다.
어제 하루 언론에 등장한 내용을 모아본 것이다. 그제(16일) 밤 그리고 어제(17일) 오전까지는 국민의 힘의 분위기는 좋았다. 이제 후보부인과 관련해 신경쓰던 부분이 상당히 해소됐고 오히려 MBC 방송이 자신들을 도와주었다는 판단이 우세했다. 아니 지배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어 나온 보도 그리고 무속인 논란이 다시 등장하자 곤혹스럽고 불편한 기색이 완연한 것처럼 보인다.
이제 대선을 얼마 남지기 않고 이런 일들이 생기니 유권자의 한 사람 나아가 이 나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선 처음부터 추문과 의혹으로 점철된 대선이 이제 제대로 된 공약 제공 그리고 그 공약을 판단하는 계기가 마련되나 했는데 또 다시 의혹 그리고 추문속에 함몰되는 것 같아 불편함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도 어제 하루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이런 이야기속에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에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모르겠다. 나라를 이끌고 가려는 인물들의 민낯이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해질텐데 말이다. 부모가 아무리 그런데 관심갖지 말란다고 그렇게 되겠는가. 핸드폰보면 다 있고 친구들로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 다 들을 것 아닌가. 하여튼 이번 대선은 이래저래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무조건 저쪽은 안돼라는 전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흑백논리가 지금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앞으로 이 나라를 5년동안 이끌 지도자를 선택하는 데 그 조건이 오로지 내편이 아니면 안된다로 일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단세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보수 진보, 진보 보수 구별이 없다. 난형난제가 어떻게 이렇게 맞는 말일까. 풍전등화에 일엽편주인 한국호는 지금 이 시간에도 위태로운 운항을 계속하고 있다.
2022년 1월 1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