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은 무엇으로 움직일까요. 정신분석학 발달사를 보면 초기에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주장한 대표 동인(動因·사태의 원인)은 ‘리비도(libido)’였습니다. 리비도는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때로는 프로이트를 매도하기 위해 성욕이라고 강조됐지만 ‘즐거움을 얻으려는 에너지’ 정도가 적절한 번역입니다.
그는 한동안 리비도라는 개념으로 심리 발달, 일상 행동, 정신 병리 등 삶의 전반을 탐구했습니다. 그러다가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의 꿈이나 아이의 놀이를 연구해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동인, ‘타나토스(thanatos)를 제시했습니다. ‘죽음의 욕동(慾動·활동의 추진력)’입니다.
리비도와 타나토스는 대치되는 개념입니다.리비도는 즐거움, 쾌락, 만족, 생존을 추구하나 타나토스는 고통, 좌절, 파괴, 죽음을 대변합니다. 리비도는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려고 하지만 타나토스는 소진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상태로 돌아가려 합니다. 리비도는 애정이나 사랑으로 나타나고 타나토스는 공격성, 파괴성으로 발현됩니다.
단순화시키면 리비도는 긍정의 에너지, 타나토스는 부정의 에너지입니다. 리비도가 좋아하는 것을 빼앗기거나 성취하지 못하고 좌절하면 타나토스가 점화되어 폭발합니다. 정반대이지만, 흥미롭게도 리비도와 타나토스는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다닙니다. 이 모든 것의 시작, 과정, 끝을 무의식이 주도합니다. 프로이트는 리비도와 타나토스를 마음을 움직이는 두 축으로 보았습니다. 컴퓨터 운영체제 같은, 기본 틀로 여겼습니다.
분석 받는 사람(피분석자)의 이야기에는 당연히 리비도와 타나토스의 파생물들이 들어 있습니다. 분석가는 적절한 해석으로 파생물을 의식의 세계로 불러와 피분석자와 함께 의미를 파악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파생물들은 엉뚱한 표현이나 상징으로 승화되고 위장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얼른 알아채기 힘듭니다. 우리 삶의 방식은 이렇게 결정되고 되풀이됩니다. 너무나 익숙해서, 전혀 낯설지 않아서 성찰의 대상에서 벗어나고 당연시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하는 행동의 동인은 ‘잊혀지지 않았지만 기억나지 않는’ 상태로 존재합니다. 억압이라는 무의식적 방어기제가 작동한 결과입니다.
물론 현대 정신분석학에서는 마음을 움직이는 동인을 리비도와 타나토스로 제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대상관계의 추구’도 강력한 동인입니다. 타나토스도 그렇고 리비도 이론과 정신-성 발달 단계, 예를 들어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등은 드물게 언급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의 리비도-타나토스 이론은 세상일의 해석에 쓸모가 큽니다. 예를 들어 타나토스는 범죄의 동기 해석에 도움이 됩니다. 인간의 본성 탓에 ‘너 죽고 나 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없애기는 불가능합니다. 인류의 마음에서 타나토스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없는 한 폭력과 살인의 씨앗은 환경만 제공되면 늘 피어날 기회를 엿봅니다. 조심 또 조심하며 다른 사람 마음 안의 타나토스 뇌관을 건드리지 않고 현명하게 사는 게 삶의 지혜일 수도 있습니다.
강력범죄까지는 아니어도 일상생활에는 공격성이 넘쳐 납니다. 공격성과 리비도의 표현은 가끔 동전의 양면처럼 경계가 흐려집니다. 영화나 소설처럼 “당신의 매력에 푹 빠졌다”며 누가 접근한다면 유혹의 달콤한 말과 몸짓 뒤에 금전적 이득이나 오래된 원한의 한풀이 같은 이유가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푼돈으로 큰돈 벌게 해준다는 사기꾼의 솔깃해지는 언변에는 내 재산을 빼앗고 내 삶을 망치려는 공격성이 포함되어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