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부추(정구지) 여자는 연뿌리
최진규(토종약초학회회장)
■ 부추
옛말에 ‘남자는 부추를 멀리하면 안 되고 여자는 연뿌리를 멀리하면 안 된다(男不離韭 女不離藕)’고 하였다. 남자들한테는 부추가 제일 좋은 음식이고 여자한테는 연뿌리가 제일 좋은 음식이라는 뜻이다.
남자와 여자는 생리 기능이 서로 다르다. 남자는 양기의 힘으로 살고 여자는 음기의 힘으로 살아간다. 이 말을 막말로 바꾸면 남자는 자지와 불알의 힘으로 살고 여자는 보지와 자궁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남자는 끊임없이 신장에 양기를 보충해 주어야 하고 여성은 자궁에 음기가 모자라지 않게 해 주어야 한다. 양기는 기(氣)를 주관하고 음기는 혈(血)을 주관한다. 그래서 남자는 기백과 의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여자는 감정과 감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남자는 굳세고 용감해야 하고 여자는 아름답고 다정다감해야 한다.
남자들한테 모자라는 콩팥의 양기를 보충하는데 제일 좋은 식품은 부추이고 여자들의 허약한 음기를 보충해 주는데 제일 좋은 식품은 연뿌리다. 곧 남자를 가장 굳세고 남자답게 만들어주는 음식은 부추이고 여성을 가장 아름답고 여자답게 만들어 주는 음식은 연뿌리라는 뜻이다.
무릇 남성은 신장의 양기가 쇠약해지기 쉬우므로 부추를 즐겨 먹어서 신장의 양기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부추는 양기를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식물이다. 부추는 이른 봄철에 싹이 일찍 돋아난다. 맛이 맵고 성질이 아주 따뜻하다.
여성은 음기가 쇠약해지면 혈액이 탁해지고 빈혈이 되기 쉽다. 연뿌리는 혈액을 늘리고 어혈을 풀어 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여성은 연뿌리를 많이 먹어서 증혈(增血) 곧 피를 많이 만들게 하고 어혈을 풀어야 한다. 연뿌리는 혈액을 자양(滋養)하고 음기를 돕고 진액을 늘리며 몸을 따뜻하게 하며 비위를 튼튼하게 하는데 아주 좋은 식품이다.
부추는 남성들의 신장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양기를 돋우는 효과가 있다. 옛사람들은 부추를 ‘장생초(長生草)’라고도 불렀다. 부추는 수시로 베어서 먹어도 끊임없이 돋아난다. 끊임없이 돋아나고 일어서는 것이 양기라고 하는 것이다.
부추에는 섬유소와 비타민 B1과 B2와 C와 카로틴과 니코틴산 등이 많이 들어 있다. 부추는 밥맛을 좋게 하고 갖가지 균을 죽이며 염증을 삭이고 면역력을 늘려 준다. 섬유소가 많이 들어 있어서 위와 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하고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한다. 또 몸속의 쌓여 있는 독소를 배출한다. 또 습관성 변비를 예방하고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병과 대장암을 예방한다.
부추는 신장을 따뜻하게 하고 기를 보하며 기혈의 순환을 좋게 하고 어혈을 풀고 독을 풀어주는 작용이 높으므로 남자들한테 가장 좋은 채소다. 그러므로 부추를 ‘기양초(起陽草)’라고도 하고 ‘장양초(壯陽草)’라고도 부른다. 기양초는 양기를 일으키는 풀이라는 뜻이고 장양초는 양기를 굳세게 하는 풀이라는 뜻이다.
학자들은 부추에 들어 있는 알린(alliin)이라는 성분이 비타민 B1과 결합하여 알리티아민(allithiamine)을 형성하므로 피로물질인 유산(乳酸)을 빨리 분해하고 당류(糖類)의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피로를 없애 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증명하였다. 또 남자들이 부추를 일주일에 세 번 넘게 먹으면 전립선암의 발병률을 절반으로 낮아진다고 입증하였다.
■ 부추의 다양한 이름
부추는 이름이 많다. 남자의 양기를 세운다고 하여 기양초(起陽草)라고 하였고, 과부집 담을 넘을 정도로 힘이 생긴다고 하여 월담초(越譚草)라 하였으며, 부추를 먹고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면 초가삼간이 무너진다고 하여 파옥초(破屋草)라고도 하였고, 오래 먹으면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고 하여 파벽초(破壁草)라고 하였으며, 부부간의 정을 오래오래 유지시켜 준다고 하여 정구지(精久持)라고도 불렀다.
부추를 게으름뱅이 풀이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 부추를 많이 먹으면 성욕이 늘어나고 정력이 세어져서 집 안에서 여색만 밝히고 밖에 나가서 일을 할 생각이 없어진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 연근
명나라의 본초학자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연뿌리를 ‘영근(靈根)’이라고 하였다. 이는 ‘신령한 뿌리’라는 뜻이다. 연뿌리는 여자들한테 신령스러운 효과가 있다. 연뿌리를 혈액을 맑게 하고 혈액을 자양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갈증을 없애며 피 나는 것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다. 그러므로 연뿌리는 허약하고 잔병이 많은 여성들의 체질을 튼튼하게 바꾸는데 제일 좋은 식품이다. 그러나 연뿌리는 성질이 약간 차가우므로 날것으로 먹지 말고 반드시 익혀서 조리해서 먹어야 한다. 날것으로 먹으며 소화불량이 생기고 익혀서 먹으면 위와 장이 튼튼해진다. 연뿌리에는 끈적끈적한 진액이 많으므로 입과 혀가 마르는 사람들한테 아주 좋다.
연뿌리에는 비타민 B와 C, 카테콜(Catechol), 칼슘, 칼륨, 철 등이 많이 들어 있어서 빈혈과 골다공증 치료에 좋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타닌산이 들어 있어서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고 피 나는 것을 멎게 하며 위와 장의 연동운동을 좋게 한다. 또 지방이 거의 들어 있지 않으므로 다이어트에도 아주 좋다.
연뿌리에는 비타민 B가 많이 들어 있으므로 신경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두통을 낫게 하고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 연뿌리는 여성들한테 많은 화병을 고치는 데에도 아주 좋다. 또 몸속에 쌓인 독소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혈액을 깨끗하게 한다.
또 연뿌리는 체력을 늘리고 내장을 튼튼하게 한다. 비타민 K와 타닌산은 혈관을 수축하고 염증을 삭이고 피 나는 것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자궁출혈,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 코피, 혈변, 혈우병 등 갖가지 등 출혈성 질병을 예방한다.
연뿌리는 여성들만이 지닌 생리기능을 좋게 하기 때문에 여성들한테 가장 좋은 식품이다. 연뿌리는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폐 기능을 좋게 하며 젖을 잘 나오게 하고 어혈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다. 연뿌리는 여서들이 아이를 낳고 나서 몸조리를 하는 데에도 아주 좋다. 아이를 낳고 나서 일주일에서 일주일 뒤부터 먹는 것이 좋다.
부추는 남자를 가장 남자답게 하고 연뿌리는 여자를 가장 여자답게 하는 채소다. 무릇 밥상에 남자는 부추가 떨어지지 않게 하고 여자는 연뿌리가 떨어지지 않게 할 일이다. 부추는 김치를 담가서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 것이 제일이고 연뿌리는 오래 졸여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부추를 전으로 부쳐서 먹지 말고 연뿌리를 날것으로 먹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