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동 도서관에서 나와
동지를 하루 앞둔 올해가 열흘 남은 십이월 하순 일요일이다. 중부권은 최저 기온이 영하권이지만 우리 고장은 빙점 근처다. 저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이 짧은 주기로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날씨 변화가 커 건강 관리에 신경 쓰인다. 낮에는 바람이 세차 체감으로 느끼는 추위는 더 클 듯하다. 자연학교 등교는 야외 현장으로 나서질 않고 도서관에서 보낼 요량이라 추위 걱정은 들었다.
도서관 열람실이 열릴 시간을 가늠해 느긋이 현관을 나섰다. 이번에 가려는 도서관은 연전 신축 개관한 북면 무동 최윤덕도서관이다. 도서관서 머물다 귀로에 거기서 가까운 신동리 텃밭을 둘러올 셈이다. 102번으로 소답동으로 나가 대방동을 출발해 온천장으로 가는 17번 버스로 갈아탔다. 굴현고개를 넘어간 버스는 감계 신도시를 거쳐 동전 산업단지에서 무동으로 향해 갔다.
무동도 감계와 마찬가지로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생겼다. 문화 소외를 배려해 당국에서 지은 도서관이 있어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장서가 풍부하고 열람실 여건이 좋아 나도 가끔 찾는다. 올겨울도 날씨가 추운 날이면 우선해 들릴 도서관이다. 현관에 닿으니 자료실을 겸한 열람실 개방이 일러 문화 강좌 수강생들의 작품전을 둘러봤다. 공예품과 수채화였다.
정한 시각 2층 열람실로 올라가 입구에 올해 독후감 공모 행사에 입상자 작품을 전시되어 읽어봤다. 이어 신간 코너에 새로 비치된 책을 살펴보고 내가 들릴 때면 지정석으로 삼는 공간을 차지했다. 각급 학교는 방학하지 않아도 일요일이라 이용객이 찾을 만도 했는데 열람자는 적었다. 내가 일찍 들렀기도 했지만 한산한 열람실이 마음에 들었다. 배낭을 벗어두고 서가를 살폈다.
자연과학 서가에서 식물에 관한 책을 보고 싶고 역사서도 고르고 싶었지만 답사기가 발목을 잡았다. 일전 유홍준이 남긴 ‘제주’ 편을 읽은 바 있어 이참에 안방에서라도 제주도를 섭렵하고 싶었다. 마침 제주도 여행에 관한 정보를 엮은 책을 여남은 권 모아둔 코너가 있어 뽑아와 두루 살폈다. 제주도는 단순 관광지가 아닌 학문으로 보려는 이도 있어 ‘제주학’이라는 용어도 나왔다.
육지에서 떨어진 제주는 독특한 신화와 전설이 서린 화산지대 자연 문화유산 보고다. 우리 역사에서 위리안치 유배형을 내리던 곳이다. 송시열은 거기로 유배가 조정으로 다시 불러가는 도중 사약을 받았고 추사는 9년간 유배 생활에서 국보가 된 세한도 그렸고 풀려나서도 다시 북녘으로 유배를 다녀왔다. 네덜란드인 하멜이 표류하다 닿았고 이중섭은 피난 시절 잠시 머물렀다.
눈 덮인 겨울 한라산 등정은 쉽지 않겠지만 360여 곳 이르는 기생화산 오름이나 화산 동굴은 접근이 쉬울 듯하다. 삼다도와 삼무도에 자연과 민속과 언어를 더한 삼보도 제주를 서책으로나마 올레길 코스와 비취색 바다 풍경을 열람하면서 대리 만족으로 충족시켰다. 지하 북카페에서 커피와 간식을 때우고 다시 열람실로 올라 책을 다시 보다가 늦지 않은 오후 열람실에서 나왔다.
무동 도서관에서 멀지 않은 신동리 텃밭으로 걸어서 갔더니 무를 뽑은 후 남겨둔 청이 시래기로 마르는 중이라 ‘무청 시래기’를 한 수 남겼다. “줄 뿌림 씨앗 싹터 솎음은 풋김치로 / 잎줄기 쑥쑥 자라 뿌리가 토실해져 / 싱싱한 청은 자르고 찬거리가 되었네 // 남겨둔 푸른 청은 밭둑에 펼쳐 널어 / 바람이 스쳐 지난 볕살에 건조 시켜 / 끓는 물 삶아 데쳐서 국거리로 삼을래”
무는 거두어도 아직 땅이 얼지 않은 나머지 이랑에 시금치가 파릇했고 몇 포기 배추도 잎이 싱그러워 귀로에 ‘얼갈이 쌈 배추’를 한 수 더 보탰다. “뒤늦게 이랑 지어 점점이 씨앗 뿌려 / 김장용 마음 접고 쌈 배추 먹을 요량 / 틔운 싹 키워 보려니 달팽이가 붙더라 // 텃밭에 갈 때마다 무농약 명분 삼아 /손으로 문질러서 고비를 넘겨 자라 / 속잎이 덜 차긴 해도 친환경은 맞더라” 2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