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입구에는 개가 있다
박동주 개가 유리 속의 개를 보고 짖는다 유리 속의 개도 따라 짖는다 송곳니를 드러내고 출렁이는 유리창 유리 속의 개가 남자의 표정을 따라한다 꼬리를 흔드는 남자 출렁이는 서로 흉내 내기에 골몰해도 실패하는 마음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기분이다 막다른 골목집 대문 위에서 개들이 맹렬히 짖고 있다 더 이상 길은 없으니 돌아가라는 나는 짖고 싶다 유리창을 볼때마다 납작하게 흐르는 남자를 향해 납작하게 흐르는 나를 향해 유리창 속에서 웃으며 개와 뒹구는 남자 유리창 속에 플라타너스가 흘러들고 남자의 개는 다리를 들고 오줌을 눈다
나의 개가 유리창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다 나는 낑낑거린다 유리창을 핥으며 앞발로 긁는다 나는 없는 입구를 찾으며 짖는다 유리창 속의 개가 따라 짖는다
나는 힘껏 짖고 싶다 개의 날이 흩어지도록
왜 모든 출입구에는 개들이 있을까 달아나려다 달아나지 못한 것들 들어가려다 들어가지 못한 것들은 개가 된다
개가 유리창 속의 개를 버리고 베란다로 뛰쳐나간다 개답게 멍멍 개처럼 왈왈 나는 나답게 말한다 멍멍 왈왈!
―계간 『아토포스』 2024년 여름호 ---------------------- 박동주 / 1962년 경기 이천 출생. 연세대학교 불문과 졸업. 2024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