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센스 이후 관객들과 제작자들은 ‘스릴러물은 반전’이라는 해괴망측한 귀신에 사로잡혀 왔다. 그 것은 우리나라 공포 영화들이 사다코의 악령에 잠식당한 것보다 더 고질적인 악순환을 제시하게 된다. 요즘 나오는 스릴러물들은 그런 반전이라는 귀신에게 망령이 들려 허무한 엔딩의 극치들만을 보여주다가 사라지곤 했다.
나 역시 그런 스릴러물들을 보면서 스릴러는 죽었다고 사망선고를 내리려고도 했었다. 그러다가 존 메이버리라는 별로 들어보지도 못한 감독이 만든 이 영화를 접하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나의 스릴러물에 대한 회의감을 확실히 털어내는데 성공을 했다는 것에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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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꽤 신선한 시각적, 공간적 개념을 보여준다. 의식적 공간이동이 ‘나비효과’ 같은 영화처럼 경험한 것에 대한 과거 회귀적 시선으로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기반을 둔 미래로의 여행이라는 설정은 상당히 독특한 설정이고, 매우 매력적인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나비효과" 같은 영화와 이 영화를 나는 같은 류로 비교하고 싶지 않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니까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시각의 차이가 엄청난 시각의 다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오프닝의 화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이 영화는 야곱의 사다리쪽으로 가깝게 다가간다고 보여진다. 월남전과 걸프전, 그리고, 부상당한 군인이라는 설정을 떠나서도 이 영화는 기타 다른 스릴러물들과 틀리게 매우 감상적인 흐름이 많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시선을 기본으로 두고 사람과 사람에 대한 진지한 관계성에 대한 질문들은 분명 야곱의 사다리와 비교해 볼 만 하다.
걸프전의 사막, 그리고, 언제나 하얗게 쌓여있는 눈, 정신병원의 빨간 의자와 시체실의 빨간 문. 극단적으로 배치되는 공간과 색의 배열은 그저 반전만을 씨부렁거려대던 요즘의 스릴러 영화들이 분명 X잡고 반성해 볼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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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거의 엔딩부분에 몰려 있다고 보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키라 나이틀리를 굉장히 사랑스런 눈으로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에드리안 브로디의 얼굴이나, 키라 나이틀리의 마지막 대사, 그리고, 엔딩에 흐르는 음악들...
혼동스러울 정도로 전혀 다른 의미 전달을 하고 언발란스한 이런 느낌들이 절묘하게 매치되어 가는 것을 느끼는 재미는 여태껏 보지 못한 이 영화의 백미이다. 올해 만난 엔딩 장면 중 사이드웨이 이후 마음에 드는 엔딩 장면으로 손꼽고 싶을 정도다.
에드리안 브로디의 모습과 키라 나이틀리를 만나는 즐거움 외에도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제니퍼 제이슨 리, 그리고, 잘 찾아야만 보일 수 있을 브레드 렌프로의 모습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브레드 렌프로의 어릴 적 모습을 보고 환상에 젖은 여성 관객들한테는 실망스러운 모습이겠지만, 전혀 알아볼 수는 없을 테니 걱정은 마시고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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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연기자들이 모여 한편의 영화 속에서 만나는 것은 어쩌면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즐거운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이 영화는 매우 사랑스러울 정도로 마음에 드는 배우들로 똘똘 뭉쳐져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이 영화는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을 제공한다. 특히, 나무랄 것 없는 편집이 눈에 환하게 들어오고, 무엇보다도 나에게 이 영화에서의 사운드가 기가 막히게 귀에 착착 달라 붙었다. 신경을 건드리는 조그만 소리들을 극대화 시키면서 이 영화는 스릴러라는 본연의 임무에 전혀 배신을 하지 않는다. 만약 그 사운드의 역할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독특한 드라마나 돈 안든 SF영화로 치부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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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배우들의 연기들도 좋고, 기술적인 부분도 좋고, 반전이라는 악몽에서 벗어난 것도 좋고..무엇보다도 마지막까지 자리에 앉아 엔딩 스크롤을 끝까지 바라봐 줄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엔딩곡이 끝~~~~~~~~~~~내준다.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스릴러와 호러, 드라마와 SF등 장르의 재미 또한 골고루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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