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역 단상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비가 오시는 날
담양 메타세콰이어 숲 근처의
절에 다녀 올 일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출가하고자 수계식을 함에
사미니계를 설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입니다.
마침 비가 오시는 관계로
장시간 고속도로의 운전이 무리라 하여
고속철을 이용하기로 하고
공주역에 가니 9시 30분경
내 동행들과 함께 차에 타는 사람이
채 10명이 되지 않습니다.
오후에 도착해 내리는 때도 물론
예닐곱명이 내렸을 뿐입니다.
이 타고 내리는 숫자를 말하는 것은
거의 무용지물? 에 가까운
공주역의 현실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인 이해 관계로
되지 못한 자리에 역사를 만들어 놓고
국가 재정을 낭비하는 못된 정치인들을
나무라기 위함입니다.
광주 송정역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만큼
사람이며 차가 넘쳐 활기찬 것과 비교해서
공주역 앞의 허허벌판같은 주차장에는
십여대의 고객들 차량들과
승객을 기다리는
몇대의 영업용 택시가 있을 뿐입니다.
일단 차를 타고 익산 정읍을 거쳐
광주 송정역에 도착하여
마중 나온 스님 차로 담양에 이르는 길
차가 쑥쑥 막힘없이 잘도 달립니다.
그리 멀지 않다기에
이삼십여분을 생각했는데
거의 50분 이상을 달린 것 같습니다.
메타~ 숲길 주변으로는 개발이 진행되어
땅 값이 대단히 비싸지고 여러가지 이해관계로
재판등이 치러 졌다고 운전하는 스님이 말해 줍니다.
돈 있는 곳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합니다.
계 설함을 마치고 식당으로 가서
수랏상 차림의 공양을 마치고 나오는데
상당한 비가 천둥과 함께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밥 값이 비싼만큼 맛도 멋도 있는
남도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서
송정역으로 향해 가는 길
차 와이퍼가 쉴새 없이 움직여도
내리는 빗물을 다 걷어내지 못하는 사이
그래도 차는 송정 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카톡방에서는 광주에 사는 동기들이
침수된 도로 상황을 알려주고 있는데
우리가 지난 길은 물이 넘쳐 고이거나
도로 정체가 없는 그런 길이었습니다.
여하튼 큰 빗 속을 뚫고
죽음의 곡예를 한것이나 다름없는
남도 여행 길을 다녀 오고 보니
공주에서 광주를 간 시간은 50여분인데
그 나머지 목적지를 향해 달려 간 시간이
더 멀고 긴 시간입니다.
우선 공주역사에 차를 기다릴 때
두대의 상행선 열차가 지나 갔는데
그 굉음이란 얼마나 크고 심하던지요.
철도 주변의 생명들이 얼마나 고통 받을지
짐작하기조차 어려울만큼 크고 요란합니다.
그러니 그 빠른 속도로 달리는 열차의 영향으로
주변에 사는 사람이나 가축들은
대단히 힘겨운 생활을 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제 강점기 공주에서
충남도청을 대전으로 이전해 가면서
보상으로 철도를 놓아 주겠다고 할 때
공주 사람들이 철도가 들어 오면
우선 시내가 시끄럽고
둘째 외지의 좋지 않은 문물이 들어 와
양반도시를 버린다 하여 사양했다는 이유가
철도가 늦어 진 답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공주 사람들은
100년 전 당시의 공주가 지켜 내고자 했던
공주의 양반 정신을 얼마나 지켜가고 있을까요.
광주 무등산에 있는
작은 암자에 부처님을 모시고 있으면서
수계득도를 한 사미니스님이
열심히 공부하고 정진하여
불조와 불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수행자가 되기를 발원합니다.
공주 상왕산 원효사 심우실에서-
(글:해월스님 2018년 0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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