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시간여 박물관을 돌아다니다 보니 배 속이 아우성 칩디다. 밥 내려보내라고...
자연사 박물관을 나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하도 성화를 부리길래 나는 길 건너편에 무언가 있을까하고 두리번 거렸더니 제주국수 간판이 내걸린 식당 두어군데를 발견했다."아! 제주국수는 오현단 멸치국수가 최고인데..." 제주동문시장 윗편 길에 위치한 제주국수 원조식당들이 주르르 몰려있던 곳 구 오현고등학교가 있던곳 나의 모교이다. 지금도 그 국수집들이 그대로 있는지 확신을 못해 버스 도착시간도 한 30여분 남아있길래 나는 길을 건너 식당 한 곳을 정하고 들어섰다.
"아주머니 고기국수 하나요. 고기는 조금 얇게 썰어 넣어주세요"
사실 고기국수는 돼지고기를 듬뿍 썰어놓으면 느끼하여 나는 잘 못먹는다. 그래서 나는 이 고기 국수보다 멸치국수를 더 즐기는지 모르지만 한 때 아들과 외국생활을 할 때 나는 나의 아들에게 고향의 맛을 보라며 손수 이 고기국수를 끓여 준 적이 있다.아들 역시 맛있다고 다음에 또 해달라 했지만 아직 그 기회가 오지 안했다.
35여년 전 즐겨먹었던 멸치국수!
친구,선배,후배들 같이 몰려들어 큰 국수그릇에 이 멸치국수를 넣어주면 나는 그것도 모자라 "한그릇 더요"라고 외쳤었는데 이젠 그렇게 못 먹을것이다. 아버지가 그렇게 고기국수를 좋아하셨기에 덩달아 우리 식구들은 이 고기국수를 먹었었다. 사실 고기국수는 돼지고기를 푹 삶은물에 국간장으로 간을 내어 고추가루 파만 넣고 먹으면 그맛인데 요즘 식당에선 국물을 더 진하게 우려내느라 돼지뼈를 넣고 육수를 만드는 모양이다.
신제주의 고기국수촌에서의 그 맛은 안 났지만 배고픔이 반찬인지 국물까지 후르륵 거려 다 마시고 식당문을 나섰다.

황금버스를 15분 정도 타고오니 사라등대입구라 안내양이 전하는 말에 버스에서 내려 입구로 들어섰다.
제주에는 '영주십경'이있다.
성산출일(성산일출봉의 해돋이),사봉낙조(제주시 사라봉의 해넘이),영구춘화(방선문 일대의 봄의 꽃),정방하폭(정방폭포의 여름낙수),귤림추색(감귤원의 가을 빛깔),녹담만설(백록담의 늦겨울 눈),영실기암(영실의 기이한 바위),산방굴사(산방산의 굴과 사찰),산포조어(제주시 산지포의 고기잡이),고수목마(한라산 자락의 조랑말 떼)이 그것들이다. 그 중하나 사라봉에있는 등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제주해역을 지나는 배들의 이정표이다.
나의 어렸을 적 아침에 일어나면 바다안개가 자욱할 때면 등대에서 울리는 무적소리가 고요한 제주의 아침을 열곤 했었는데... 그리고 한 때 미국이 달 착륙한 적이 없다고 논쟁을 벌였던 적이 있지만 1969년 7월20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인간의 첫발을 내디딘다고 이곳 사라봉 정상에서 대형안테나를 세워 달착륙 장면 생중계할 때 난리를 친적이 있었다. 당시에 웬만한 가정에 TV가 없을 때 제주시민 모두는 이곳 사라봉으로 몰려들어 "비비비"거리는 화면을 본 적이 있었다.지금에야 한 가정 두서너대의 TV를 갖춰놓고 살지만 그것도 LEDTV를 말이다.

사라등대로 가기전 펼쳐지는 제주항의 풍경이다. 저 멀리 아시아 3국을 순회하는 크루즈 선이 정박해있다.
하늘은 맑고 푸르고 조망이 참 아름답다.

사라등대에서 바라 본 제주항의 풍경이다. 제주항 방파제를 들고 나가는 여객선의 모습
1970년대,80년대만 하더라도 고향제주를 떠나 육지로 향할 때는 항공편보다 이 여객선을 이용하곤 했었다.
요즘처럼 감귤을 수확할 때 있었던 대형사건 남영호의 침몰, 이 역시 과도한 적재물 즉, 감귤을 과도하게 적재하여 제주항을 떠났는데 제주 앞바다를 벗어나 항해도중 좌초해서 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사고가 있었고, 그 후 아리랑호,가야호가 제주,부산간 운항을 도 맡았다가 나중 대형선박 카페리호가 대신 하기도했었다.
제주-목포간은 안성호가 맡았었는데 나 역시 고2 때 처음 제주를 떠나 올 때 이 안성호를 타고 목포항에 도착한 적이 있었다. 참 그때에는 배가 작아 멀미도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사방이 바다로 꽉 막힌 제주를 벗어나며 육지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하는 기대감을 안고 탔던 배들이다.

사라등대!
등대하면 참으로 낭만을 생각하게하지 않는가?
어릴 적 불렀던 동요'등대지기'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위에 자고
한 겨울에 거쎈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에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속으로 흥얼거리며 적어본 가사이다. 아직도 이 가사는 잊지 않했는가보다.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을 작사가는 노래한것 같다.
이 사라봉 곁에는 쌍둥이 처럼 서있는 봉우리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별도봉이다.
제주의 어린이,중.고생들은 이곳 별도봉으로 소풍을 자주간다. 아마도 나의 중학시절도 이곳 별도봉으로 가을소풍을 갔었던 것 같은데 이 별도봉에는 일 제국주의 시절 일본군들이 파 놓은 굴들이 참 많다.
물론 제주민들을 동원하여 파놓은 굴들이다. 그들은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에 이 제주를 최후 마지노선으로 삼고 일본 본토를 지키기 위하여 저항을 했던 곳이다.나는 당시 점심시간에 주어진 자유시간을 이용하여 별도봉 산허리를 돌아 친구들과 이 굴을 들어가 본적이 있다. 굴의 크기는 사람의 허리를 약간 숙이고 들어다니기에 파있었고 요리조리 미로를 이룬다. 이 굴속을 들어가려면 후레쉬를 이용하거나 횃불을 만들어야한다.
일본군들은 이곳에 폭탄을 쌓아두었고, 대포를 설치하여 이곳에서 미해군들과 싸움을 벌일 준비를 했던 것이다. 나중 이들이 물러나고 제주 4.3사건이 발발했을 때 제주사람들이 빨치산과, 군,경을 피해 이곳에 피해 살았던 흔적들이 있는데 간혹 유골이 발견 된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 별도봉에서 바다로 난 절벽을 바라 보노라면 바다로 나 앉아있는 절벽이 또 하나있는데 그곳을 우리 제주사람들은 '자살바위'라 칭했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삶의 무게에 지쳐 생을 마감했었던것 같다. 당시에 나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그곳에 이 사라등대지기 한 분이 하얀 페인트를 갖고와 이 바위에 이러한 문구를 써놓았다 한다."다시 한번 생각하라"라고....
이처럼 등대지기는 바닷길을 열어주며 삶에 지친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었기에 가사내용에'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이라 써놓았을까?

사라등대에서 바라본 제주의 동쪽 풍경이다. 가까이 건물이 있는곳 뒷쪽은 화북포구로써 조선시대 때 부터 이곳 화북포구를 이용하여 외지인들이 제주땅에 들어왔고, 그 이후 일제시대 때 군사항으로 지금의 산지항을 개발한것이다.
그 뒤로 하얀 굴뚝이 있는곳이 삼양화력발전소이고 그곳에 검은모래 해수욕장이 있는 삼양해수욕장이 있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동네 이웃들을 부추겨 가족 물놀이를 다녔던 곳인데 당시에 나의 아버지는 약주를 그리 드셔도 운전은 잘 하셨나 보다. 우리 식구들의 가슴을 쿵당쿵당 졸이게 하셨어도 아무 사고없이 우리를 집까지 데려다 놓았음에...
그래도 음주운전은 절대 금지!

제주항은 군사항으로도 이용되었기에 이곳에서 나의 선배,친구들이 해군의 LST를 타고 입영하곤 하였다. 그 언제던가 내 친구가 해병대 영장이 나와 병무청 마당에 모여 손에는 작은 백을 들고 제주동문시장 앞을 거쳐 제주항으로 향할 때 친구,애인,부모형제들이 머리를 빡빡 민 행렬들의 그 뒤를 따르는 모습을 보면 어릴 적 보았던 영화'빠삐옹'의 죄수행렬이 생각이 났었다.당시만 해도 군에는 구타와 얼차레가 심했었고 심지언 군에 안가겠다고 승선했던 배에서 뛰어내려 자상을 입혔던 동네 형도 있었는데...
방금 입항한 여객선 화물 적재실에서 육지에서 보내 온 생활용품이며 새로 주문받은 자동차들을 꺼내기 위하여 인부들이 들어가는 모습이다.제주는 이렇듯 섬이기에 육지 지방의 물가보다 공산품은 비싸다.

사라등대에서 바라 본 서쪽바다.
이곳이 해넘이 때 장관을 이룬다 하여 '사봉낙조'라 한것같다. 한번도 이곳에서 석양을 바라본 적은 없는데 제주의 어느 곳이나 바다로 떨어지는 해는 멋있다 생각한다. 눈 앞에 길게 펼쳐진 산지항 방파제 길을 친구들과 거닐다 들고 나온 소주 대병을 근처 잠녀가 방금 잡고 올라 온 제주 참소라며 문어를 살짝 데우쳐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목안으로 흘러 넣는 소주의 맛이란 "카~~~~아" 생각만 해도 침이 넘어간다. 술과 안주와 바다로 떨어지는 해가있고 내 앞에 친구가 있으니 이보다 더한 즐거움은 세상 어디에 있으랴.
근데 왜 바닷가에서 마신 소주는 취하지 않는걸까?

사라등대를 둘러보고 내려오던 중 길가의 한 농원에 묶여있는 진돗개의 한 종류 블랙탄이다.
나는 한 때 경기도의 시골생활을 할 때 진도개를 13년 키워본 적이 있다.내 아들 나던 해에 입양해온 진도개 '백호'그놈이 장염에 걸려 온갖 괴로움을 표할 때 더이상의 고통을 주기싫어 수의사를 불러 안락사를 시킨 적이 있다. 나는 지금도 길을 가다 이 진도견들만 보면 그때의 '백호'를 생각해낸다. 이 블랙탄 역시 그런 나를 알아봤는지 미소로써 나를 대하는것 같다.(사실은 이놈 집안에 사람 아무도 없다며 들어 오면 안된다 위협의 표효를 했지만...) 생김새가참 멋있는 놈이었다.

사라등대입구에서 다시 황금버스를 타고 제주국제항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며 가까이서 찍은 크루즈호다.
언젠가 한번은 가보고픈 크루즈 여행, 오랜시간 배안에서 식사를하고, 잠을 자고, 배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세상얘기도 하며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게 할 수있는 크루즈 여행. 여러분도 제주에서 이 크루즈선에 승선안해 보실려우? 근데 이 대형 유람선을 보면 꼭 타이타닉호를 연상하게 되는데 왜 그럴까?

제주 국제항을 벗어나면 우측으로 산지포구가 보이고 건너편이 그 유명한 제주 동문시장이다.
산지포구는 예전 내가 제주를 방문했을 때 이야기가 나왔던 곳이므로 생략하기로 하고 ,나는 동문시장에서 내릴까하다 그냥 관덕정으로 향하였다. 이 동문시장은 다음번 기회가 허락한다면 동문시장을 소개할까 한다. 이제 저 멀리 도심 속의 고궁처럼 보이는 관덕정이 보인다. 제주의 목사들이 행정업무를 보았던 제주 목관아. 나는 이 관덕정에 대하여 하고픈 말이 많다. 관덕정의 역사와 관덕정주변에 얽힌 이야기들을...(계속)

오늘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상하신 후 댓글 남겨주시고
퍼가실때는 작가와 출처를 꼭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