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살이 같고 날품팔이 같은 우리네 인생
몸은 방안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항상 어딘가 모를 세상을 떠돌고, 그래서 정처가 없는 것이 역마살이 끼었다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떠났다 돌아와 며칠만 지나도 몸이 아픈 듯 들 쑤시고 근질거리는 것은 다시 떠나야 그 증상이 가라앉을 일종의 중독인데, 회수의 많고 적고의 차이일 뿐이지 사람은 누구나 역마살을 타고 났다고 볼 수 있다.
“고요히 살펴보면 세상 사람들의 몸은 셋방살이 같고 마음은 날품팔이꾼 같다. 어째서 셋방살이이라고 하는가? 셋방은 비록 좋더라도 기한이 되면 물러나야 한다. 사람의 몸이 비록 아름답더라도 수명壽命이 다하면 가야 한다. 이를 보면 셋방살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째서 날품팔이라고 하는가? 이 일을 마치면 또 저 일을 한다. 온종일 바삐 쫓아다니면서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사람의 마음은, 만약 이 일을 붙잡지 않으면 반드시 저 일을 붙잡는다. 한 때도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날품팔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집은 돈이 있으면 다시 세낼 수도 있으나 몸의 한명限命은 속贖할 물건이 없다. 날품팔이는 일을 마치면 그칠 수 있으나 마음의 노역勞役은 잠깐이라도 그칠 때가 없다.
꿈속의 마음과 몸도 또한 반드시 무엇엔가 붙잡고 매달린다. 이것으로써 참이라고 하고, 이것으로써 즐겁다고 한다. 적어도 붙잡고 매달리는 데를 떠나면 또한 매우 허전하게 여긴다.
아아! 죽어서도 살아서도, 꿈에서도 깨어서도 자유자재할 때가 없구나.“
김대현金大鉉의 <술몽쇄언述夢瑣言>에 실린 ‘임용賃傭’이라는 글이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돌다 가는 부평초 같은 인생, 그 인생을 두고 옛 사람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머리에 하늘 이고 발은 땅을 디뎠지만
아득하고 허전할 싸 가는 그곳 어디멘지
발부리 내치는 대로 진동한동 갈거나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우는 뜻 그대는 아는가
한번 인간에 떨어지면 만고에 시름이라네.“
그래서였을까? 송강 정철도 <사미인곡>에서 “짓느니 한숨이요, 흐르나니 눈물이라” 고 가슴에이는 듯한 한 구절을 남겼다.
가을의 끝자락, 내일 떠나서 만날 화순땅에는 어떤 기쁨과 어떤 슬픔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나를 잠못 이루게 할까?
2024년 11월 15일
출처: 길위의 인문학 우리땅걷기 원문보기 글쓴이: 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