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이웃텃밭 분들을 텃밭에서 만난다. 나한테는 장마 오는 동안 안 보였다고 물으시길래, 비 오시니 저녁 무렵에만 비감상하고 왔지요! 했다.
그 사이에 부쩍 자란 식물들과 농작물들은 모두 손질 대상이다. 부러진 가지들과 웃자란 가지들, 주변을 침범하는 가지들은 어쩔 수 없이 잘라 주어야 한다. 조그만 풀들이 삐죽삐죽 나온다. 그럼에도 장마 전에 풀들을 뽑았기에 장마 소강상태 기간에도 텃밭에 풀은 범람하지는 않았다.
텃밭만큼 사람과 자주 접촉하는 공간도 없으리라. 또한 텃밭의 작물만큼 인간 친화적인 작물도 없으리라. 그런데도 그것들은 여전히 자연의 소산이다. 이 색감들과 이야기가 알알이 몸에 새겨지기까지는 함께 하는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텃밭이 정원이 되면서는 더 많은 시간의 손길이 필요해졌다. 두 세계가 공존하는 데는 접착의 손길과 시간이 투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공존의 형태를 사람들의 눈에 새기는 데에도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 모든 것은 시간 투여의 변화이다. 식물은 시간 투여로 그 자신을 키우고 사람도 그렇다. 식물의 성장은 눈에 보이고 식물의 웃자람은 자르는 가지가 보인다. 다만 사람에게는 그 영역이 보이지 않고 은폐되어 있다. 단지 삶에서 드러날 뿐이다. 얼마나 많은 가지들이 잘려나가고 어느 가지가 방향 잡아 뻗어나가는지... 단지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헌옥 쌤은 공심채를 잘라와서 나에게 주셨다. 나는 공심채를 높이 쳐들고 "이번에는 공심채다! 공심채를 추앙해" 하며 사진을 찍었다. 아니나 다를까 공심채는 추앙할만한 맛이었다. 볶으면서도 내심 맛이 제대로 나올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그런 의구심은 불식되었고 돼지껍데기에 곁들여 맛나게 먹었다. E팀이 준 공심채 씨앗을 뿌려 놓은 곳에 공심채가 잘 자라고 있다. 더 뿌릴 것을 그랬나! 후회하는 중이다!
은주 씨 텃밭 앞의 꽃정원을 감상하였다. 은주 씨의 정성이 배인 꽃정원은 아름다웠다. 돌담이며 아담한 풍경과 기다란 화단은 여러 꽃들의 향연 장이다.
연수(E팀부부의 텃밭) 씨의 바질과 토란은 한데 여물어 가고 있었다. 바로 그 옆 텃밭은 길 내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밤에 보면 아스팔트 같다. 각각의 텃밭 풍경들은 그 자체로 어떤 독특한 열감의 안개가 서려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주인들의 의미일 것이다.
헌옥 쌤의 텃밭에서 식물들 이발하는 것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텃밭 구도이며 다시 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다는 그런 이야기들. 어느덧 은주 씨가 옆에 와 있었고, 텃밭쌤 부군께서는 작은 토란 잎을 머리에 쓰고 비릴 피하는 동심이 놀이를 즐기셨다. 수박 텃밭 분께서 오셔서 이야기를 나눴다. '널 사랑할 수박에'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수박 밭은 거의 마트 진열장처럼 수박이 열려서 나란히 정렬 중이었다. 멜론이 열린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멜론이 되는구나! 수박 밭을 감상하는 풍경은 언제라도 폭포 같은 시원한 웃음이 나오게 한다.
나는 중간에 헌옥 쌤 텃밭에서 가지치기 한 것(? 이름 까묵)을 우리 텃밭에 삽목 하였다. 딜이 이번 장마에 풍성하게 여문 후 이제는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일단 꽂아 놓았다. 그러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와우! 연꽃이 언제 저렇게 피었나! 보이지 않으면 지나쳐도 모른다. 왜 이제서야 보았을까? 저번에도 연꽃 풍경을 찍었는데!
어쨌든 이끌리듯 다가가서 사진을 찍었다. 하얀 봉오리가 그렇게 소담하니 탐스러울 수 없었다. 만져보고 싶지만 참고 옆에 떨어진 꽃잎 두 개를 주워서 우리텃밭에 놓았다. 연꽃이 올라오는 풍경은 어떤 미묘한 충만감을 주었다.
오늘은 달빛마켓이 열린다고 허여 달차를 끓였다. 막걸리와 함께 달차를 마실 생각이다. 그럼 숙취가 없으니까. 일단 캠핑용 테이블과 의미 2개를 가져갈 생각이다. 다른 분들께도 의자를 가져오시라 전달은 하였다. 자리 잡고 않기가 마땅치 않아서 우리는 우리가 자리를 만들기로 하였다. 하지만 준비는 하지만 이따 달빛마켓에 가 보아야만 알 것이다.
*20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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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심채와 이웃텃밭 풍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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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텃밭 '꽃정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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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텃밭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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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텃밭의 수박 밭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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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텃밭농장 안의 '연지'에 핀 백련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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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텃밭의 '다석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