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지점 축소 '현재진행형'…농협은행만 '굳건'
5대 은행 1년 새 700개 감소
농협만 수년째 1100개 규모 유지
KB국민은행(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우리은행· NH농협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 본점 전경.ⓒ각 사
국내 5대 은행의 영업점이 최근 5년간 700개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비대면 중심으로 전환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몸집을 줄여온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NH농협은행만 수년째 비슷한 규모의 영업점 수를 유지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출장소를 포함한 국내 영업점은 3992개로 5년 전보다 707개 줄었다. 2018년 말 4700개에 달했던 이들의 영업점은 ▲2019년 말 4661개 ▲2020년 말 4425개 ▲2021년 말 4188개 등 꾸준히 감소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지점을 가장 많이 줄였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영업점은 857개로 5년 전보다 198개나 줄었다. 이어 우리은행이 713개로 160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160개, 155개씩 영업점을 줄였다.
반면 농협은행만 수년째 1100개 규모의 영업점을 유지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국내 영업점은 1106개로 5년 전보다 30개 감소에 그쳤다. 농협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수익의 일정 부분을 농업‧농촌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영업점도 마찬가지로 농업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 최대 점포망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협은행이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임차료는 가장 적게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임차료로 391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국민은행(726억원)·신한은행(638억원)·우리은행(552억원)·하나은행(511억원) 등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이 수익성 낮은 지역의 지점을 축소하고, 고액 자산가와의 접점을 형성하기 좋은 지역 위주로 고급화한 점포 개설에 나선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 농협은행은 강남 지역에 25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민은행(64개)·신한은행(50개)·하나은행(48개)·우리은행(44개) 등 4대 시중은행보다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는 농협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영업점 축소에 신중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영업점 축소에 따른 금융 접근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은행 영업점 폐쇄에 따른 디지털 취약계층의 소외 문제에 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영업점 폐쇄 현황을 점검하고, 절차도 보다 까다롭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도 지점 축소보다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전략을 모색할 전망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한 시중은행 개점식에서 "최근 디지털 환경 전환으로 과거와 같은 오프라인 형태의 영업점을 광범위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단기적인 비용 절감으로 영업점 폐쇄가 진행될 경우 금융 접근성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급격한 점포 폐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와 당국 모두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