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끝 / 박하영
바람이 차갑다
외투깃을 올리고
어디론가 길을 나선다
약속도 없으면서
누군가를 만날 것처럼
가슴은 왜 이리 설레일까?
저물어 가는 계절의 끝에 서서
못다한 이야기 주저리주저리 나누고 싶은데
누군가 오겠다는 소식도 없는데
마냥 걷다 보면 저 길 끝쯤
반가운 누군가 불쑥 나타나
오랜만이라고 말을 걸어올 것만 같다
그래도 무심히 고개를 떨구고
가던 발길을 멈추지 않으리
<박하영 시집 ‘바다에 또 왔습니다’ 에서>
끝이 없는 길/ 박인희
https://www.youtube.com/watch?v=AEG3QP2sRkg
바람 한점 없다
기온도 높다
이러다 갑자기 추워지면?
일기 마무리하여 톡을 보냈다
오늘은 컴에서 전송이 잘 된다
이렇게 잘 되는데 한번씩 말썽을 부리는 건 무엇 때문일까?
프로그램에 대해 알지 못하니 때론 답답할 때가 많다
집사람이 일찍 목욕 다녀오잔다
동절기엔 목욕장이 6시 30분에 문을 연다
지금 가면 문 열었겠다고
보름달이 서쪽하늘에 둥실 떠 있다
집사람이 마치 해 뜬 것처럼 보인다고
하늘이 맑아 더 선명해 해처럼 보인다
오늘은 동쪽과 서쪽에 해 뜨려나?
목욕장에 가니 벌써 사람들이 꽉 찼다
샤워하고 반신욕 10여분
사람들이 많아 오래 앉아 있기 어렵다
빨리 목욕 끝내고 나가 주는게 좋겠다
밖에 나오니 집사람은 이미 나와 기다리고 있다
여탕에도 만원이더란다
동물들 챙겨 주기
어제 식당에서 가져온 개밥에 물을 붓고 끓였다
끓여서 개들 주면 좋아할 것같다
닭들에겐 미강과 싸래기를 주었다
어제 준 양이 적었을까?
우르르 달려들어 잘도 먹는다
집사람은 리그전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밥 한술 하자니 어제 저녁 잘 먹어 생각이 없다고
나만 비벼서 한술
국이 없으니까 비벼 먹는게 좋다
집사람이 리그전 끝나고 오면 문수사 단풍구경가잔다
그도 좋겠다
고창 문수사 애기단풍도 백양사보단 못하지만 볼만하다
집주변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지만 멀리 나가 구경하는 것도 즐거움 이리라
집사람은 황룡 파크장 가고
난 고구마를 쪘다
매일 한두개씩 고구마를 먹는게 좋다
특별히 할 일 없어 7080 노래들으며 침대에 누워 있으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어느새 11시
집사람에게 전화해 보니 아직 경기중이란다
끓여 놓은 개밥을 개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솔이와 뻥이는 잘 먹는데 웅이는 큰 고기덩어리 하나 먹더니 배부른지 남겨 놓는다
그래 배고플 때 먹으렴
모터에 연결했던 전선을 정리
여름에 물주면서 사용했던 걸 지금까지 방치했었다
게으른 건 알아줄 만하다
전선을 감아서 제자리에 가져다 두었다
점심때가 훌쩍 넘었다
집사람 부재중 전화
전화해 보니 경기 끝났지만 더 놀다 오겠단다
오늘 단풍 구경 가자고 했지만 지인들과 파크볼 치는게 더 재미있나 보다
뭐 특별히 할 일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은행을 주워서 씻으면 좋겠는데 별로 내키질 않는다
왜 일이 하기 싫을까?
모르겠다
다음에 생각나면 주어야겠다
다음주에 큰애 생일
전화해 보니 오늘도 회사에 나가 근무한단다
토요일인데도 바쁜가 보다
다음주 네 생일이라 돈을 좀 보냈다며 출장 가기전 네 식구끼리 식사라도 하라고
감사하다며 그렇게 하겠단다
외국 나가서 건강 잘 챙기라고
큰애가 자주 체해 그게 좀 걱정이 된다
젊은 놈이니 알아서 잘 하겠지
낮잠 한숨 자고 났더니 이제 2시 반
심심해 재봉동생에게 바둑 한수 하자니 3시 이후에 시간 되겠단다
그럼 그때 나오라고
전소장과 김사범님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조사장에게 전화하니 오늘은 바쁘단다
뭐 재봉동생 나오면 한수 두지
바둑 휴게실에 가니 승훈동생이 나와 있다
오늘은 일이 없어 쉬로 나왔다고
파크장 만드느라 고생하니 밥이나 한번 사주어야겠는데 시간이 맞질 않는다
언제 시간을 내야겠다
잠시후 재봉동생이 왔다
내가 흑으로
초반 정석 진행에서 백이 무리하게 막으려다가 오히려 잡히며 흑집을 크게 주어 버렸다
그 뒤부턴 적당하게 막아가며 집을 확보
다시 한번 귀의 싸움에서 무리수가 나와 백을 잡고 보니 흑의 우세
백이 승부수로 대마를 잡으러 들다 역으로 잡히니 투석
이 판은 백의 초반 무리수를 잘 응징하여 이길 수 있었다
다시 한판
집사람이 집에 왔다며 빨리 들어오란다
한수 두고 가겠다고
여기저기 집의 균형을 맞추어 서로 팽팽한 형세
백의 진영에 갇힌 백 한점을 살려내야 하는데 그만 엉뚱한 수를 두다 죽이고 나니 형세가 기울어져 버렸다
그 돌을 살려 나오면 흑이 곤마가 되기 때문에 백이 유리하게 판을 이끌어갈 수 있었는데...
아직도 수를 보는 눈이 부족
상대 돌을 노리고 좁은 곳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 오히려 내 대마가 갇혀 버렸다
살려내며 너무 희생이 커서 도중에 투석
이 판은 요석을 방치하다 끊겨서 져 버렸다
그래도 내 바둑이 좀 나아진 느낌
빨리 두면서도 상대의 약점을 간파해 내는 힘이 좀 좋아진 것같다
조금만 더 천천히 두어가면 승률이 꽤 높아질 것같다
집에 가려고 나오니 이슬비가 내린다
오늘 밤 늦게 온다던데...
일찍부터 시작하나 보다
이 비 그치고 나면 추위가 몰려 온다던데...
지금부터 추워지면 내년 3월까지 긴긴 겨울을 어떻게 날까?
나이가 들어서인지 추위를 탄다
또 날씨 궂어지면 온 관절 마디가 쑥쑥 아리기도하고
예전에 어른들이 일기를 잘 맞추었던걸 이제야 알겠다
집사람이 저녁미사 다녀 오잔다
내일 작은형님 손녀 돌이라니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내일 작은애가 집으로 와서 같이 가자고 했단다
그래 저녁미사를 드리고 와야겠다
저녁은 고구마로 대용
낮에도 고구마 먹었건만 밥 맛이 없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몸이 좋아져야할건데 입맛도 없고 별로
여기저기 아픈 곳만 나타난다
이 고비를 넘겨야 몸이 좋아질까?
시간되어 미사가자고 깨우니 넘 힘들다며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구 나도 여기저기 아픈데
오늘은 일찍 잠이나 자자
꼬끼오
수탉이 홰를 치며 새벽을 깨운다
님이여!
오늘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다네요
감기 조심하시면서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 찾아 나서 보심도 힐링
오늘도 기쁨 가득한 하루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