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천이 내려다보이는 부산 동래구 안락동 연산교 주변. 이곳에는 3년 전부터 카페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해 지금은 1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주로 일반 주택건물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만든 곳이 많지만 유명 커피숍 가맹점도 진출했다. 인근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을 온천천 카페거리라 부르기 시작했다. 동래구는 이곳을 카페 명물 거리로 발전시키기 위해 공동마케팅을 검토 중이다. 연제구 거제동 부산교대 앞 거리에도 최근 1년여 사이에 무려 10개가 넘는 카페가 자리 잡았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커피전문점의 숫자가 마침내 수십 년 동안 대표 자영업종으로 자리를 지켜온 중국음식점(중국집)을 추월했다. 6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지역 커피전문점은 2014개로 중국집 1682개보다 300개 이상 많았다. 커피점이 치킨집과 함께 자영업계의 쌍두마차로 군림해온 중국집을 수적으로 넘어선 것은 참 놀랍다. 2010년만 해도 부산지역 커피점 숫자는 572개로 중국집(1980개)의 28.9%에 그쳤다. 하지만 커피점은 하루 1개꼴로 매년 300~400개씩 창업한데 반해 중국집은 조금씩 줄어들어 마침내 지난해 커피점이 중국집을 넘어섰다.
커피점이 늘면서 부산 곳곳에 새로운 '카페 거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서면 남포동 등 번화가나 대학가가 아니라도 부산진구 전포동 궁리마루 뒤편과 해운대 신도시, 법원 앞, 부산교대 앞 등 시내 곳곳에 커피거리가 형성됐다.
커피점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다른 음식점보다 창업하기 쉽다는 데 있다. 일반 음식점은 재료를 사서 다듬고, 만들어서 판매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전문 인력과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커피점은 원두를 볶고 원액을 추출하는 과정 등만 거치면 돼 특별한 기술 없이도 운영할 수 있다. 동래구 명륜동에서 테이크아웃 전문점 '커피 데일리'를 운영하는 장지원(여·37) 씨는 "술집처럼 주정을 부리는 '진상' 손님이 없고 일찍 가게 문도 닫을 수 있어 여성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업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연제구 거제동 '컴포즈 커피숍'을 연 선동민(29) 씨는 "특별한 기술 없이 가게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며 "커피는 맛을 보면 또 찾게 되는 음료라 시장성도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점도 많이 늘어나면서 개인 커피점이 설 자리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다양한 할인과 이벤트를 개인 커피점이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동래구 명륜동의 한 커피점 점주는 "근처에 프랜차이즈 업체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매출이 30% 넘게 줄었다"며 "개인 업체에서는 가격을 낮추고 맛에 신경 쓰는 것 이상의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영업 전략으로 입지를 다지는 개인 커피점도 많다. 2010년 문을 연 연제구 거제동의 '더 그레이' 커피점은 지난해 6월 '어묵카페'로 업종을 일부 변경했다. 부산진구 부전동 '프리덤 커피숍'은 커피점에 공연기획사를 더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더 그레이'의 윤승률(59) 사장은 "커피점이 많이 생기지만 가격대가 낮고 경쟁이 치열해 금세 사라지는 곳이 많다"며 "독창적인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어묵도 취급하고 있지만 만만히 볼 업종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