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 ‘학습 꾸러미’ 한글 몰라도 할 수 있을까
다음은 초등학교 1학년이 학교에 입학한 첫 날 받은 ‘학습꾸러미’예요.
이 활동지에서 잘못된 것은 무엇일까요?

위 그림은 언뜻봐서는 □ 빈 칸만 대답해도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 긴 지시문과 자기 소개 문장 5문장을 전부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문장이 교사나 학부모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활동지를 받아든 학부모들은 초1부터 이런 문장을 다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또다른 시민 제보에 따르면 초1 6일차에 33분에 달하는 장애 이해 교육 영상을 본 후, 위 그림처럼 활동지를 진행하라고 제시했습니다. 긴 영상을 보는 것도 버거운데, ‘주인공의 마음 헤아리기, 제목 구상하기, 제목을 지은 이유를 문장으로 적기’ 등을 활동 내용으로 하고 있어요. 이런 내용을 초1 학생이 입학 6일차에 스스로 할 수 있을까요? 이 역시 한글 선행을 전제로 교육활동이 진행되는 현장의 관성이에요.
한글 교육은 초등학교 1학년에 차근차근 시작하도록
초등학교에 가기 전 문자를 깨우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교육 당국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글 선행을 수수방관해서 모국어교육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았죠.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은 만 6세 미만 어린이에게 문자 교육을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요. 아예 금지시키는 나라도 있고요. 다행히도 우리 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2017년부터 초등학교 한글교육이 종전의 27시간에서 68시간으로 늘어났어요. (1학년 1학기 51시간)
초등 1학년 1학기 초에는 한글 표기를 상당 부분 없애고 국어 진도에 맞춰 짧고 쉬운 단어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늘려가도록 활동지를 구성해야 합니다.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학교와 교사의 민감성이 요구되는 대목이에요.

이밖에도 수학 교육의 기초가 되는 ‘수 학습’에도 1차시부터 1-9까지 한꺼번에 쓴다거나, 숫자 기수의 한글 형태, ‘여덟, 아홉’ 등의 겹받침있는 두 글자 단어쓰기를 하게 하고 있어요. 학생들 혼자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독서기록장’, 훈민정음 원리에 의해 한글을 해득하는 책 ‘찬찬한글’은 학부모에게도 생소하고 버겁다는 제보가 잇달았어요.
학교에 막 입학해서 배움의 즐거움을 느껴야 할 초등학교 1학년들이 ‘부담 없이 스스로 하는 숙제의 범위와 양’은 ‘10~20분 이내’에 해결할 수 있는 정도(서울시교육청, 2016)입니다. 교육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권장량도 이에 준하고요.
이 활동지에도 문제가 있을까요?
자모음을 하나하나 쓰게 하고 있는데, 이 활동지는 무엇이 문제일까요?

점선, 보조선도 없는 채로 자모음을 쓰게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소근육 발달이 진행중일 만 6세 초1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천천히’, 순서대로‘ 따라할 수 있는 점선과 보조선은 글자교육으로 발걸음을 내딛을 때 중요한 징검다리인 것이죠!
교육부는 제2의 교과서라 할 ‘학습꾸러미’가 선행학습 불안감을 유발하지 않도록 각 학교의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개선시켜야 합니다. 또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지역간 편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실태 조사와 관리감독을 철저히 실시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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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1에게 배움의 즐거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