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Pachinko) /2022/ 애플 TV+
미국의 거대 자본이 통한의 우리 역사를 섬세하게 재현했다.
전 세계에 퍼져사는 이민자들에게 보내는 뜨거운 러브레터이며,
왜 우리가 반성없는 일본에 분노할 수 밖에 없는지...
원작 : 이민진(2017)
한국어 번역(소설) : 이미정
드라마 감독 : 코코나다(1.2.3.7부), 저스틴전(4.5.6.8부)
각본 : 수휴
장르 : 시대극
출연 :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정인지, 정은채, 노상현, 진하, 정웅인
방영 : 2022.3.25~ 2022.4.29 , 8부작(현재 6부까지 방영)
제작 : 애플 TV+ /2022
제작비 : 1,000억원
이민진/ 번역 : 이미정 / 2017/ 문학사상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가 담아낸 한국의 이야기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오사카로 이주한 한국인 선자의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은
텔레비전 시리즈로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오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씩 공개하며, 15일 에피소드 6이 공개된다.
파친코라는 도박장을 배경으로 일본 속 자이니치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시대를 관통하는 장대한 한국인의 생존기를 아우르는 대서사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 일제 강점기를 지나 묵묵히 삶을 살아오며 일본에서 뿌리내린 자이니치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 한국인)가족의 삶을 그린 '파친코'는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하는 뾰족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담아내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실들은 놀랍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이다.
한국계 작가 이민진 (1968~ )의 장편소설로, 2017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이 대하드라마는,
고국을 떠나 일본에서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꿈과 희망을 기록한다.
일본에서 ‘자이니치’는 아무리 애쓰고 발버둥 쳐도 헤어 나올 수 없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굴레다.
그런 역사의 질곡속에서도 지속되는 가족의 유대를 작가 이민진은 친근한 서사로 담아냈다.
우리의 그 지난한 역사를 진지하고 아름답게 구현한 작가 이민진의 존재는 기적 같다.
일곱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해 한국말도 못하는 작가가 한국땅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보다
한국인의 핏줄에 대한 정체성을 이렇게 정확하게 이해할 수가 있을까.
1910년대부터 1989년까지 격동의 세월을 보내며 겪은 탄압받는 재일 조선인들의 아픔을
부산 영도 시장, 일본 오사카, 미국 뉴욕 등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일제의 주권 침탈, 강제징용, 쌀 수탈, 일본군 ‘위안부’,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등 역사적
사실을 전면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 폭력에 노출된 당시 조선인의 일상을
다양한 복선과 함의로 증언한다.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연대기다.
스스로에게 떳떳한 삶을 살고자 이삭과 결혼하는 선자
고향을 떠나는 선자에게 귀한 쌀밥을 마련한 어머니
여러 함의가 있겠지만,
나는 이 작품을 시대를 지탱해온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점에 밑줄을 긋는다.
통한의 역사, 이민자의 아픔 못지않게 여성의 서사가 빛난다.
여성을 중심으로 그들이 어떻게 낯선 일본땅에 뿌리내리고 살았는지,
그들이 어떻게 가족을 지켰냈는지 보여준다.
어머니가 딸에게 강인한 지혜와 선함을 물려주고, 딸 역시 자식과 손자에게 대물림한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시대의 아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감정선을 이어가는 장면들이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다.
스스로 떳떳한 삶을 지켜내기 위해,
남편을 따라 건너간 낯선 땅에서 억척스레 살림을 일궈야 했던 선자의 이야기엔,
우리의 근대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아픈 역사를 살아낸 여성을, 시대를 딛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어루만진다.
모든 가족에게는 그들의 삶속에 선자가 있다.
우리를 키워낸 누군가의 희생이 있다.
'이민자들의 회복력에 대한 방대한 서사를 숨 막히는 연기력으로 그려낸 윤여정,
전 세계 이민자들에게 보내는 헌사'다.
“영원히 지속되는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은 헛된 바람이지만, ‘파친코’만큼은 영원히 보고 싶다.
김민하(젊은 선자)의 놀라운 연기가 담긴 이 시리즈는 당신을 완전히 뒤흔들 것이다”.- 더 플레이리스트
윤여정·김민하·정인지·이민호·노상현 등 인물에 꼭 맞는 배우들의 호연이 '파친코'를 더욱 빛나게 한다.
덕분에 통한의 정서가 깊이 있게 표현되어 미국 드라마가 마치 우리 것처럼 다가온다.
익숙한 얼굴이 전혀 다른 얼굴로 보이는 신기한 경험이다.
4회 마지막 앤딩씬
반세기 만에 고향땅을 밟은 선자는 강한 회한에 잠긴 듯 택시에서 내린다.
폭우가 쏟아지는 고향 바다에 다시 발을 담그게 된 '선자'의 헤아릴 수 없는 심경을 절절하게 담아내며,
온몸을 던진 윤여정씨의 열연은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검은 지평선을 망연하게 바라보며 그동안의 설움을 토해내 듯 한평생 상처 받은 몸을 바다에 맡기며 오열한다.
반 세기만의 고향 바다에서 선자는 오열한다
"고향을 떠난 후 처음으로 느끼는 해방감, 반가움, 편안함, 회한...
모든 것이 바뀌어버린 허탈감을 한꺼번에 담아낸 선자의 오열은 묵직한 여운을 전한다.
배경 음악이 끝나고도 오래도록 들리던 파도 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선자는 고향 바다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
윤여정씨의 우는 듯 웃는 듯 토해 내는 4회 엔딩에 관객도 멈출 수 없는 감정이 북받친다"
일본에서 살아온 자이니치 삶의 대비를 통해,
이민자의 투쟁적 삶과 역사의 아픔에 기꺼이 동참하다보면 어느 사이 시점은 현재를 아우른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원작 첫 문장의 힘이 화면을 관통한다.
아픈 역사를 살아낸, 시대를 딛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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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이후,
그토록 역사 바로 세우기를 전 세계에 외쳤지만,
이 한편의 드라마의 파급력이 세상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것이 훨씬 더 클 것입니다.
'문화의 힘'이겠지요.
- '김구선생이 원하셨던 우리나라'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 백범일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