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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손자병법(孫子兵法)
고대 중국의 병법서(兵法書). 동양에서 가장 위상이 높던 병법서들인 무경칠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병서로 꼽힌다.
2. 편찬사
춘추시대 오왕 합려를 섬기던 손무(孫武)의 저작으로 여겨진다. 처음에는 13편이 저술되었으나 전국시대를 거쳐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필사되다보니 후대 사람들이 가필, 첨삭하면서 다양하게 중복, 수집되어 서한 초기 한무제, 한성제 시기에 선진시대의 대대적인 문헌의 수집, 감수, 목록화가 이루어지는 시기에 유향이 82편의 《오손자병법》(吳孫子兵法)으로 정리하였다.
삼국시대 조조가 이를 다시 3권 13편으로 정리하고 주석을 달아 《손자약해》(孫子略解)를 저술했는데 보통 《위무주손자》(魏武註孫子) 로 알려져있다.
조조 이후로도 많은 주석본이 나왔는데, 중국에서는 한나라 조조, 당나라의 두우(杜佑), 두목(杜牧), 이전(李筌), 진호(陳皥), 맹씨(孟氏), 가림(賈林), 송나라 시대의 장예(張預), 매요신(梅堯臣), 왕석(王晢), 하씨(何氏) 등으로 알려지거나 추측되는 열한명 이상의 주석가를 거론하여 송대에 길천보(吉天保) 편찬으로 유래하는 십가주(十家注) 손자병법 및 이후에 이를 추가하여 편찬한 십일가주(十一家注) 손자병법이 편찬되었다.
한국에서는 수양대군이 최초로 손자병법에 주석을 저술한 무경칠서주해를 편찬하였다.
지금 민간에서 읽을 수 있는 손자병법의 이름을 단 책들은 모두 다 위무주손자. 조조는 주석에 "내가 수많은 병서를 읽어봤는데 《손자병법》만이 가장 심오하다"라고 평했다. 흔히 13편이 전부라고 알기 쉬우나, 다양한 상황에서의 용병술까지 포함한 82편이 과거에 있었다. 한서 예문지(漢書藝文志)에서 손자병법(오손자/吳孫子)이 82편, 손빈병법(제손자/齊孫子)이 89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1972년 4월 중국 산동성 은작산에서 발굴된 한나라묘 2기에서 손자병법 13편과 손빈병법 30편이 죽간 형태로 발견되어 당시까지 손자와 손빈, 손자병법과 손빈병법에 대해 중국 역사학자들 간의 오랜 대립이 끝나게 되었다.
1996년 중국 시안에서 발굴되어 실제 손자병법의 내용을 알 길이 생기나 했으나,출처 진위여부를 조사를 해보니 위작으로 드러나서 좋다 말았다.
손자병법 13편만이 남은 이유는 시대가 지나 이미 전쟁양상이 크게 달라져서 손자병법 82편은 적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당시 오나라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을 것이므로 각론에 등장하는 공성무기 제원이라든가 전차운용법 따위를 타국이나 후대의 장수들이 읽고 공부할 이유가 없었다. 즉, 없어진 부분에 뭔가 대단한 원리가 들어있다기보단 춘추시대 전쟁양상을 알 수 있는 사료로써의 가치가 클 것이다.
순서는 1. 시계 2. 작전 3. 모공 4. 군형 5. 병세 6. 허실 7. 군쟁 8. 구변 9. 행군 10. 지형 11. 구지 12. 화공 13. 용간 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전통적으로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 것들은 4.군형 5.병세 6.허실, 3개의 편들이다. 이들이 중요하게 취급되는 이유는 군대를 다루는 잡다한 기술을 모아서 체계적으로 탁월하게 관념화 이론화시켰기 때문이다. 그의 체계화 방법은 고대 중국의 우주관, 도(道), 오행(五行), 음양(陰陽) 이라는 틀에 맞추어서 진행한다. 다시말해 손자병법에는 손무의 도가 있고, 오행이 있고 음양이 있다. 그리고 고대 중국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그 위계는 1.도(道) 2.음양(陰陽) 3.오행(五行) 순서가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손무가 무엇을 중시하며 저술했는지 이해하려면, 손무의 도가 무엇이고 음양이 무엇인지를 주목하면서 읽으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의 독해를 하면 각각 대응 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궤(詭): 속이는 것을 뜻한다. 손무의 도(道)에 해당한다.시계편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병자 궤도야(兵者 詭道也:병이란 속이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유명한 구절이다. 병법이란 적을 속이는 것이라고 정의해서 이후로 중국 전략가 전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중국군이 여전히 힘싸움보다 모략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결국 이 문장에서 부터 이어진 중국식 전쟁의 전통 맥락에 있다.
형(形): 형태를 뜻한다. 군형편의 내용이다. 고대 중국의 우주관에서 형(形)은 5가지로 나타나는데 그것이 오행(五行)이다. 오행은 나무(木)-불(火)-흙(土)-쇠(金)-물(水) 순서로 인과관계의 사슬로 생각되었다. 다시말해서 나무가 불을 만들고, 불이 흙을 만들고, 흙이 쇠를 만들고, 쇠가 물을 만들고, 물이 다시 나무를 만든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손무도 이에 대응하는 개념을 소개하는데, 도(度)-양(量)-수(數)-치(稱)-승(勝)이 그것이다. 땅의 크기가 있어야 곡물의 양이 있고, 곡물의 양이 있어야 병사의 수가 있고, 병사의 수가 있어야 우세함이 있고, 우세함이 있어야 승리가 있고, 승리가 있어야 땅의 크기가 생긴다.
세(勢): 힘을 뜻한다. 병세편의 내용이다. 손무의 기(氣)에 해당한다. 고대 중국의 우주관에서 우주를 변화시키고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기(氣)다. 기는 2개의 순환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이 음양(陰陽)이다. 손무는 병세편에서 기정(奇正:변칙과 정공)이라는 단 2개의 변화로 물의 흐름과 같은 세(勢)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맥락상 손무의 음양은 기정(奇正)이 된다. 순서상으로도 정기(正奇)라 하지 않고, 음에 해당하는 기를 앞에 배치해서 음양(陰陽)의 순서에 일부러 맞춘것을 알 수 있다.
허실(虛實): 거짓과 실제를 뜻한다. 허실편은 앞에서 제시한 기정(奇正)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느꼈는지 이를 구체적인 예시로 열거해서 이해를 돕는 구조를 띠고 있다. 당태종이 "내가 많은 병서를 읽어 보았으나 손자병법을 능가하는 것이 없고, 손자병법 13편 중에 허실(虛實)편을 능가하는 것이 없더라."라며 가장 높게 평가한 책이기도 하다. 다만 정관정요를 볼 때 당태종이라는 인물이 뛰어난 실무가이기는 하지만 추상적인 사고를하는 재능(...)은 빈약했다.
결국 사상가로서 손무가 말하는 것은 병법의 도란 속이는 것이고, 그 힘과 변화는 변칙과 정공을 바꿈으로써 생기며, 이 변화가 곧 5개 요소의 순환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대 중국의 우주관에 부합하는 체계 떄문에 손자병법은 도가의 영향이 강하다는 해석이 줄곧 있어왔다. 다만 이러한 도-음양-오행의 우주관은 도가보다 역사가 길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어렵다. 어찌되었든지 손무가 단순히 군대를 움직이는 기술을 넘어서서 사상적으로 완전한 체계를 창조해냈다는 점에서 그가 사상가로써 역량이 탁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사상적 완결성은 다른 중국의 병법서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다.
손자병법의 체계로 보면, 그의 음양에 해당하는 기정(奇正)이 결국 가장 핵심이 되는 사상이다. 기정을 손자병법의 핵심으로 보는 해석은 도가의 전통이 빈약한 한반도에서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중국에서는 저술과 비슷한 시기부터 이미 넓게 지지를 받았다. 손무의 적통을 잇는 후계자라 볼 수 있는 손빈은 손빈병법에서 아예 기정(奇正)편을 따로 써서 자신의 저술의 핵심으로 삼으면서 발전시켰다. 이는 병세편 다음 한 문장으로 대표된다.
以正合 以奇勝
이정합 이기승
정으로써 대하고 기로써 승리한다.
일단 정공법으로 대적하여 교착을 시키고, 변칙으로써 승리를 하라는 것이다. 다만 손빈은 변칙인 기를 더 중시해서쓰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병세편은 중문학의 관점에서도 높게 평가 되어왔다. 군대를 다루는 원리로써 기정을 제시하고, 이를 5가지 맛과 5가지 색깔에 비유하며 관념을 설명하는 손무의 기술에 중국인들이 감탄해온 것이다. 동시대의 글과 비교해서도 손무는 글자수 대비 내용이 충실하게 경제적인 글쓰기를 해서, 그 간결성이 아름답다는 평을 자주 받았다.
손자가 생각한 최상의 병법이란 바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싸울 수 밖에 없다면 미리 이기고 싸우는 것이다. 애초에 싸우지 않을 수 있다면 전투라는 상황 자체가 손해이니 그럴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어쩔 수 없이 싸울 수 밖에 없다면 미리 전략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서 승리가 확정된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기는 싸움만 해라."라는 것. 어떻게 보면 모든 병법의 기본이자 궁극적 목표이다. 그렇기에 손자병법에서는 애초에 전쟁은 후순위다. 설령 승리한다고 해도 애초에 안 싸우고 해결하는 것보다는 손해일 수 밖에 없으니 싸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면 그것이 최선이고, 전쟁을 결심했다면 전쟁의 명확한 목표와 그로 인한 이득이 있어야 하며, 상대방의 전력과 나의 전력을 파악해 승기가 있는지를 먼저 보고, 직접 군사력을 전개하기 전에 계략을 동원해 최대한 상대방의 전력을 깎아내야 하며,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된다면 최대한 빠르게 피해가 적은 승리를 거두는 것이 손자병법이 설파하는 핵심내용이다.
손자는 단순히 군대를 이끄는 장수로서가 아니라 국가를 이끄는 지도층의 관점에서 보면 전쟁이 났다는 것 자체가 손해라는 결론에서 출발한다. 더해 과한 전쟁으로 인한 피해로 국가가 파탄나 버릴수도 있음을 경계하며, 전쟁으로 이익을 얻어도 그만큼의 피해를 입으면 전쟁을 하는 의미가 없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손자병법의 첫 장은 워게임으로 시작한다.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도 국가는 막대한 지출에 의해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되며, 전쟁에서 승리해도 얻은 것이 없다면 오히려 승리의 가치가 없으므로, 전쟁을 시작하기 이전에 말을 두어 보았을 때 손익이 암울하다면 애초에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총력전의 원시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장수의 입장에선 전쟁이 전략 그 자체지만 국가의 운영과 방위라는 대전략을 논할 땐 전쟁과 병법은 자원이 상당히 많이 드는 극단적인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전술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피력하는 것이다. 마침 손자가 활동하던 시대가 춘추시대 말기로, 본격적으로 국력을 총집결하여 한 나라를 멸망시키는 형태의 전쟁이 발발하던 시기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나라와 월나라 전쟁.
손자병법이 군사, 군관, 군주들을 위한 책인 만큼 전쟁 전후의 외교와 피점령민과의 대민관계, 그리고 전반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거듭 강조한다. 이와 거의 동일한 개념에 대해서는 피로스의 승리를 참고할 것. 애초에 병법을 쓸 정도로 전쟁에 빠삭한 자라면 이득과 손실을 칼같이 재는 각도기질에 통달해 있을 테니 무턱대고 싸우는 걸 추천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아무리 강병을 거느리고 백전백승을 해냈다하더라도 전쟁을 지원하는 인민이 지치고, 나라가 피폐해지면 항우와 같은 결과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불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거나 이미 전쟁이 발발했다면 최선의 승리만을 거두어야 한다. 그렇기에 창작물이나 세간에서 인식되는 명장은 불리한 상황을 기발한 전술로 뒤집는 사람이지만 손자가 생각한 진짜 명장이란 처음부터 불리한 상황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다. 손자는 1편 "시계"에서 아예 5가지만 따져보면 전쟁을 하기도 전에 승패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손자는 전쟁 전에 이미 충분히 수를 계산하여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전쟁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휘관의 능력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범인들은 훌륭한 승리를 치열한 접전 끝에 멋지게 승리를 거두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정으로 승리한 것은 겉보기에는 별다른 지혜나 용기가 없어보인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후대의 항우 같은 사람들을 명장으로 치는데 이를 비판하는 것이다.
현대에는 '최소한의 피해로 전략적 목표 달성에 집중'은 너무 당연한 상식이라 이 부분을 읽으며 '갑자기 이런 말을 왜 하지?' 하며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이는 전혀 다른 말인데, 손자는 최소한의 피해로 이기는 것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판을 짜는 능력을 굉장히 중요시했다. 손자병법의 절반 정도가 전투 중에 활용하는 모병술이나 전술 외에 그전에 판을 짜고 군민을 지도하는 쪽에 할애하고 있다. 즉 현대에는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효과 달성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상술했는데 이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말. 그러니까 손자가 말한 것은 준비된 조건에서 효율적으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럴 수 있도록 그 조건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손자의 병법은 단순히 전장에서의 지휘가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다루는 법을 더 중요시한다.
현대에도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사람을 옛날과 똑같이 명장으로 분류하지만, 손자가 말하는 명장이란 애초에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먼저 행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예를 들자면 앞서 말한 항우와 같이 스스로 처신을 못해서 항상 불리함을 딛고 싸우는 부류와 이를 이용해 자신의 세를 불려서 항상 유리하게 싸우기 위해 노력하는 유방을 비교해보면 항우가 잘 싸우건 어쩌건 종합적으로는 유방이 더 뛰어난 군주인 것. 일반적으로 손자형 명장으로 평가받는 인물은 바로 왕전이나 이순신. 현대의 장군으로는 콜린 파월이 있다.
물론, 장수는 언제나 국가와 군주에게 있어 일개 장기말에 불과하며, 국가와 군주 또한 흘러가는 역사의 부속에 불과하므로, 어떤 식으로든 결국 불리한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오기 마련인데, 손자병법은 장수들에게 총론의 철칙을 강조하면서도, 장을 넘어감에 따라, 점점 암울해져 가는 전황에서 장수가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 지 세밀한 각론으로 들어가며 대책을 조언한다.
워게임으로 시작하는 첫 장에서는 군주에게는 전쟁을 최후의 수단으로 둘 것을 경고하고, 장수에게는 주군에게 전쟁을 부추기지 말 것을 경고하며, 이후 기어코 전쟁에 돌입함에 따라, 가장 기초적인 작전 구상부터 시작하여 틀어진 전황을 엎을 묘수를 노리는 것까지 철저히 "반드시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 빨리 전쟁을 이겨야 한다"는 철칙을 따라 조언한다. 현재까지 남은 병법의 장 중 마지막인 용간에서는 첩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어떤 순간에도, 그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흔들리지 않기 위한" 조언이 이어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간 이후의 장은 대부분이 소실되어 버렸다.
그리고 산둥성 린이 남쪽에 위치한 은작산의 한나라 무덤에서 발견된 은작산한묘죽간(銀雀山漢墓竹簡)에서 용간 이후의 장인 오문(吳問), 사변(四變), 황제벌적제(黃帝伐赤帝), 지형이(地形二), 견오왕(見吳王) 5편이 발견되었다.
시계(始計)
계략을 미리 헤아림. Assessment.
손자병법의 첫 장은 "始 처음으로", "計 헤아림" 곧, 계책을 시작함에 있어 지켜야 할 철칙이다.
이 장에서 손자는 전쟁 위기에 직면한 국가의 군주와 신하와 장수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떤 태도로 상황을 살피고 대응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군주든 장수든 전쟁 위기가 발생하였다면 자신의 목숨이 달린 문제이므로 막연한 생각으로 임했다간 군주와 장수의 목이 날아간다는 엄중한 경고를 담고 있다.
손자는 앞서 애초에 전쟁 위기에 처할 상황을 만들지 말것을 조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쟁에 직면하게 된다면, 전쟁을 준비함에 있어 항상 최선의 계책이 필요하며 전쟁을 앞둔 국가의 군주와 장수는 그 계책을 얻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 본 장의 취지이다. 물론, 제 정신이 박힌 장수와 군주라면 누구나 마땅히 그러할 것이므로, 상대가 그러하지 못하게 막아야 승기를 얻을 수 있음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후 현재까지 남아 있는 마지막 장인 "용간"에 이르기까지, 병법 내내 반드시 이길 싸움만 하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마땅히) 나도 상대도 장기를 두며 고심할 것이므로, 상대를 속이고, 나는 속지 말아야 한다"는 철칙을 강조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손자병법의 첫 장은 계략을 준비함에 앞서 먼저 헤아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孫子曰: 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손자왈: 병자, 국지대사. 사생지지, 존망지도, 불가불찰야.
손자가 말하였다. 전쟁이란 국가의 큰일이며 죽고 삶의 바탕이고, 존속과 멸망의 길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故經之以五事, 校之以七計, 而索其情. 一曰道, 二曰天, 三曰地, 四曰將, 五曰法. 道者, 令民與上同意也, 故可與之死, 可與之生, 而不畏危也. 天者, 陰陽. 寒暑, 時制也. 地者, 遠近. 險易, 廣狹, 死生也. 將者, 智.信.仁.勇.嚴也. 法者, 曲制 官道 主用也. 凡此五者, 將莫不聞, 知之者勝, 不知者不勝.
고경지이오사, 교지이칠계, 이색기정. 일왈도, 이왈천, 삼왈지, 사왈장, 오왈법. 도자, 영민여상동의야, 고가여지사, 가여지생, 이불외위야. 천자, 음양. 한서, 시제야. 지자, 원근. 험이, 광협, 사생야. 장자, 지.신.인.용.엄야. 법자, 곡제 관도 주용야. 범차오자, 장막불문, 지지자승, 부지자불승.
반드시 다섯 가지 원칙과, 일곱 가지 계산으로 비교하여 피아의 상황을 정확히 탐색해야 한다. 첫째는 도이고, 둘째는 하늘(천시)이고, 셋째는 땅(지리)이고, 넷째는 장군이고, 다섯째는 (군)법이다. 도는, 백성들이 상층부와 뜻을 같이 하게 하는 것이다. 이로써 더불어서 죽을 수 있고, 이로써 더불어서 살 수 있게 하니, 위급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늘이란, 낮과 밤, 추위와 더위에 따른 시간의 제약을 말한다. 땅이란 멀고 가까움, 평탄하고 험함, 넓고 좁음, 그리고 생지인가 사지인가 하는 것이다. 장수는 지혜와 신의, 인의, 용기, 그리고 엄격함이 있어야한다. 법이란 곡제, 관도, 주용에 대한 것이다. 이 5가지는 장군이라면 마땅히 모르는 이가 없어야 할 것이니, 아는 자는 승리하고 모르는 자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故校之以七計, 而塞其情. 曰. 主孰有道 將孰有能 天地孰得 法令孰行 兵衆孰強 士卒孰鍊 賞罰孰明 吾以此知勝負矣.
고교지이칠계, 이새기정. 왈. 주숙유도 장숙유능 천지숙득 법령숙행 병중숙강 사졸숙련 상벌숙명 오이차지승부의.
그러므로 (적아를) 비교하는 데 있어서 7가지를 계산하고, 정밀하게 만족하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지도자가 '도'를 확보하였는가, 장군이 유능한가, 천시와 지리는 잘 숙지하였는가, 법령은 엄격하게 집행되는가, 어느 군대가 더 강한가, 병사들은 잘 훈련되었는가, 상벌은 공정한가, 나는 이를 통해서 승패를 알 수 있다.
將聽吾計, 用之必勝, 留之. 將不聽吾計, 用之必敗, 去之. 計利以聽, 乃爲之勢, 以佐其外. 勢者, 因利而制權也.
장청오계, 용지필승, 유지. 장불청오계, 용지필패, 거지. 계리이청, 내위지세, 이좌기외. 세자, 인리이제권야.
장차 나의 계책을 듣고 이용하면 반드시 이길 것이니 머물 것이나. 장차 나의 계책을 듣도 않고 쓰지도 않으면 반드시 패할 것이니 떠날 것이다. (내 계책을) 들은 것으로 이익을 꾀한다면 곧 세력이 모여서, 그 밖의 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니, 세력이라는 것은 이익을 좇은 형세가 만드는 것이다.
兵者, 詭道也. 故能而示之不能, 用而示之不用, 近而視之遠, 遠而示之近. 利而誘之, 亂而取之, 實而備之, 強而避之, 怒而橈之, 卑而驕之, 佚而勞之, 親而離之. 攻其無備, 出其不意, 此兵家之勝, 不可先傳也.
병자, 궤도야. 고능이시지불능, 용이시지불용, 근이시지원, 원이시지근. 리이유지, 난이취지, 실이비지, 강이피지, 노이요지, 비이교지, 일이노지, 친이리지. 공기무비, 출기불의, 차병가지승, 불가선전야.
병이란, 속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능력이 있어도 없는 듯하고, 용병을 하면서도 용병하지 않는 듯하며,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고,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척 해야 한다. 이익으로 유혹하고, 혼란스러우면 (이익을) 취하고, (상대의 태세가) 충실하면 방비하고, 강하면 피하고, 분노하면 소란스럽게 하고, 얕보여서 교만하게 만들고, 쉬려 하면 바쁘게 하고, 친하면 갈라지게 만든다. 방비하지 않은 곳을 공격하고,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 나아간다. 이는 병법에 있어서 승리하는 것이니 미리 알려서는 안 된다.
夫未戰而廟算勝者, 得算多也. 未戰而廟算不勝者, 得算少也. 多算勝, 少算不勝, 而況於無算乎. 吾以此觀之, 勝負見矣.
부미전이묘산승자, 득산다야. 미전이묘산불승자, 득산소야. 다산승, 소산불승, 이황어무산호. 오이차관지, 승부견의.
무릇 전쟁 전에 묘산을 해봐서 승리했다면 승산이 많다. 전쟁 전에 묘산을 해봐서 이기지 못했다면, 승산이 적다. 승산이 많은 자가 이기고, 승산이 적은 자는 이길 수 없는데, 하물며 묘산도 하지 않음이야. 나는 이를 보는 것으로써, 승패를 알 수 있다.
3.2. 작전(作戰)
싸움을 각오함. Initiation
"作 지을 작" "戰 전쟁"으로 위기에 대응해 여러 계책을 헤아려보았고, 어쨌든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전쟁으로 인해 뼈와 골수가 마르는 끔찍한 피해가 찾아올 것이니 반드시 이를 각오하고 그에 대비하라는 조언이다. 전쟁은 최하층 천것부터 장수를 거쳐 고귀한 군주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한 순간에 죽음으로 몰아넣는 무시무시한 재난이기 때문에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그 끔찍한 고통을 각오하고 싸움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물론, 제정신이 박혔다면 마땅히 적의 군주와 장수들도 그리할 것이므로, 손자는 자신이 입을 피해를 적에게 떠넘겨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국가의 힘은 최대한 철저히 효율적으로 운용해 아끼고, 적의 힘을 훔쳐 자신의 것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다.
孫子曰: 凡用兵之法, 馳車千駟, 革車千乘, 帶甲十萬, 千里饋糧, 則內外之費. 賓客之用, 膠漆之材, 車甲之奉, 日費千金, 然後十萬之師擧矣.
손자왈: 범용병지법, 치거천사, 혁거천승, 대갑십만, 천리궤량, 즉내외지비. 빈객지용, 교칠지재, 거갑지봉, 일비천금, 연후십만지사거의.
손자가 말하였다. 군대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말이 끄는 전차 천대에, 가죽으로 만든 수레 천대, 갑옷 입은 병사 10만, 천리길의 식량수송, 즉 안과 밖으로 소비되는 것에 더해서, 빈객들이 쓰는 것, 아교와 옻 등의 재료, 전차와 갑옷의 관리에 매일 천금이 소모해서야 비로소 10만 군대를 일으켜서 통솔할 수 있다.
其用戰也貴勝, 久則鈍兵挫銳, 攻城則力屈, 久暴師則國用不足, 夫鈍兵挫銳 屈力殫貨, 則諸侯乘其弊而起, 雖有智者, 不能善其後矣. 故兵聞拙速, 未睹巧之久也. 夫兵久而國利者, 未之有也. 故不盡知用兵之害者, 則不能盡知用兵之利也.
기용전야귀승, 구즉둔병좌예, 공성즉력굴, 구폭사즉국용지족, 부둔병좌예 굴력탄화, 즉제후승기폐이기, 수유지자, 불능선기후의. 고병문졸속, 미도교지구야. 부병구이국리자, 미지유야. 고부진지용병지해자, 즉불능진지용병지리야.
그렇게 군대를 써서 싸우는 것은 이기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군대가 둔하면 기세가 꺾이고, 성을 공격하면 힘이 다하고, 오랫동안 무리해서 군대를 쓰면 국가의 재물이 부족해진다. 둔해진 군대의 기세가 꺾이고 힘이 다하고 재물이 바닥나면, 곧 제후들이 그때를 노려서 군대를 일으키는데, 아무리 지혜로운 자가 있어도 그런 뒤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병법에 있어서 대충이라도 서두르라는 말은 들었어도 오래 끌더라도 교묘하게 하라는 것은 들은 적이 없고, 병사를 오래 동원해서 국가에 이득이 되었던 적도 일찍이 없었다. 고로 어떻게 하는 것이 해가 되는지를 알지 못하면, 곧 어떻게 해야 이익이 되는지도 알 수 없다.
善用兵者, 役不再籍, 糧不三載, 取用於國, 因糧於敵, 故軍食可足也. 國之貧於師者遠輸, 遠輸則百姓貧. 近於師者貴賣, 貴賣則百姓財竭, 財竭則急於丘役. 力屈財彈, 中原內虛於家. 百姓之費, 十去其七, 公家之費, 破軍罷馬, 甲胄矢弩, 戟盾蔽櫓, 丘牛大車, 十去其六.
선용병자, 역부재적, 양불삼재, 취용어국, 인량어적, 고군식가족야. 국지빈어사자원수, 원수즉백성빈. 근어사자귀매, 귀매즉백성재갈, 재갈즉급어구역. 역굴재탄, 중원내허어가. 백성지비, 십거기칠, 공가지비, 파군피마, 갑주시노, 극순폐노, 구우대거, 십거기육.
뛰어난 장군은 한 명을 두 번 동원하지 않고, 병량을 세 번 수송하지 않는다. 쓸 물건은 자국에서 동원하지만, 부족한 식량은 적에게서 취하니, 이를 통해서 군량은 부족하지 않다. 국가가 가난해지는 것은 전쟁을 하면서 원거리 수송을 하기 때문이니, 원거리 수송을 하면 곧 백성도 가난해진다. 군대 인근에서는 매물이 귀해지니, 매물이 귀해지면 백성의 재산이 고갈되고, 재산이 고갈되면 곧 노역이 늘어난다. 힘은 다하고 재정은 파탄나고, 나라의 집들은 텅 비게 된다. 백성들이 가진 것의 10의 7은 사리지고, 귀족들이 가진 것 중에서 깨진 전차와 말, 갑옷, 활, 창, 방패에 소가 끄는 마차 등 10에 6이 사라진다.
故智將務食於敵. 食敵一鐘, 當吾二十鐘, 萁稈一石, 當吾二十石. 故殺敵者, 怒也, 取敵之利者, 貨也. 故車戰, 得車十乘已上, 賞其先得者, 而更其旌旗, 車雜而乘之, 卒善而養之, 是謂勝敵而益強.
고지장무식어적. 식적일종, 당오이십종, 기간일석, 당오이십석. 고살적자, 노야, 취적지리자, 화야. 고거전, 득거십승이상, 상기선득자, 이갱기정기, 거잡이승지, 졸선이양지, 시위승적이익강.
그러므로 지혜로운 장수는 식량을 적에게서 얻으려고 노력한다. 적의 식량 1종은 우리의 20종에 해당하고, 사료 1석은 우리의 20석에 해당한다. 적을 죽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분노라면, 적에게서 이익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재물이다. 그러므로 전차끼리 싸울 때, 전차 10승 이상을 얻었다면, 가장 먼저 얻은 자에게는 상을 주고, 그 (전차의) 깃발을 바꿔달고, 그 전차는 (기존의 아군 전차들과) 섞어서 타며, 포로들은 후하게 대우해서 관리하니, 이를 일컬어 적을 이겨서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故兵貴勝, 不貴久. 故知兵之將, 民之司命, 國家安危之主也.
고병귀승, 불귀구. 고지병지장, 민지사명, 국가안위지주야.
그러므로 전쟁은 승리가 귀중하나, 오래 끄는 것은 귀하지 않다. 그러므로 전쟁을 아는 장수가 국민의 목숨, 국가의 안위를 책임진다.
모공(謀攻)
치기 위해 꾀함, Planning
"謀 꾀하다", "攻 공격" 전쟁이 시작되었다면 어느 한쪽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멈출 수 없다. 허나, 적을 공격해 쓰러트리는 것은 적을 막아내는 것보다 수배는 큰 노력과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므로, 적을 막는 것이 공격하는 것보다 훨씬 용이하다. 하지만, 결국 공격하지 않고 적을 쓰러트릴 수는 없고, 적이 쓰러지지 않는다면 내가 쓰러지는 일만 남게 된다.
그러므로 적을 치기 위해 계획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나, 적을 치기 위해 계획함에 있어 목표는 적을 쓰러트리는 것일 수 없다. 전투의 승패는 아무리 뛰어난 군주, 장수, 병사라 해도 절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적을 쓰러트리기 위해 적을 치는 것은 항상 손해를 보는 일이 된다. 그러므로, 적을 치기 위해 준비할 때, 그 진짜 목적은 적이 스스로 싸움을 그만두게 하는 것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적이 스스로 싸움을 그만두는 일은 대체로 없다.
이렇게 싸움이란 예상할 수 없는 것이며, 계획해야 하는 것이나 계획할 수 없는 것이다. 이론상의 최상을 항상 노려야 할 것이나, 그것이 진짜로 달성된다면 사실은 그것이 최상이 아니었다 봐도 무방할 만큼, 전쟁이란 최상의 결과를 허용하지 않는 암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적보다 내가 손해를 덜 입기는커녕, 안 입을 손해나 입지 않으면 다행이다.
적을 잘 알고 나 자신도 잘 안다면 모든 싸움에 있어 승패는 알 수 없어도 어처구니 없는 위기를 겪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손해를 입지 않는 것마저 기대할 수 없는 문제가 전쟁이다. 그러므로 항상 최악까지 따져 그 최악을 어떻게든 무마할 궁리를 해야 한다. 전쟁에 임하는 군주와 장수들은 적을 이길 생각을 하기 이전에 스스로 망하지 않을 방법부터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려 없이 적을 쳐 쓰러트릴 것을 꾀한다면 되려 스스로 쓰러져 전쟁에서 패배하게 된다. 전쟁에서 적을 쳐 쓰러트리지 않고서 이길 방법은 없으므로, 수많은 나라와 군주와 장수들이 적을 치기 위해 내몰려지고는, 결국 스스로 쓰러져 멸망했다.
孫子曰: 凡用兵之法, 全國爲上, 破國次之, 全軍爲上, 破軍次之. 全旅爲上, 破旅次之, 全卒爲上, 破卒次之, 全伍爲上, 破伍次之.
손자왈: 범용병지법, 전국위상, 파국차지, 전군위상, 파군차지, 전려위상, 파려차지, 전졸위상, 파졸차지, 전오위상, 파오차지.
손자가 말하였다. 무릇 병사를 부리는 법에 있어서, 적국 전체를 온전히 하는 것이 상책이고, 그 나라를 깨부수는 것은 차선이다. 적 1군을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고 1군을 쳐부수는 것은 차선이다. 적 1여를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고 1여를 쳐부수는 것은 차선이다. 적 1졸을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고 1졸을 쳐부수는 것은 차선이다. 적 1오를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고 1오를 쳐부수는 것은 차선이다.
적을 직접 쳐서 무너뜨리는 것은 항상 가장 비싼 선택지다. 따라서, 적을 처야하는 일이 있다면, 적이 스스로 전쟁 수행 역량을 상실하도록,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앉은뱅이 오리마냥 허송세월을 보내게 하는 것을 목표로 두는 것이 그나마 타산이 맞는다.
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故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
시고백전백승, 비선지선자야, 불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 고상병벌모, 기차벌교, 기차벌병, 기하공성.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상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다. 그러므로 최상은 병력으로 적의 싸우려는 의도 자체를 깨는 것이고, 다음은 적의 외교를 깨는 것이고, 그 다음은 적의 병사를 깨는 것이고, 성을 공격하는 것은 최악이다.
적의 전쟁 목표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적에게 가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 성과이다. 이를 달성할 수 있다면 적이 아측에게 위해를 끼치기 위해 마련한 무대 자체를 엎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당장 달성할 수 없다면 적이 전쟁 목표 달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하는 적의 외교를 무너뜨려 무대를 기울이기라도 해야 한다. 이것조차 불가능해지면 결국 정면 힘싸움에 돌입할 수밖에 없어지며 그것은 곧 끝없는 소모를 의미한다. 그나마도 적이 요새에 틀어박혀 니가와를 시전하고 있다면 전장 외의 문제, 곧 전쟁 자체의 문제로 인해 적이 요새에 틀어박혀 세월아 네월아 하고 농성할 수 있는 상황이며 이는 곧 아군 측이 전쟁을 말아먹고 있다는 뜻이다.
攻城之法爲不得已. 修櫓轒轀, 具器械, 三月而後成, 距闉, 又三月而後已. 將不勝其忿, 而蟻附之, 殺士三分之一, 而城不拔者, 此攻之災也.
공성지법위부득이. 수로분온, 구기계, 삼월이후성, 거인, 우삼월이후이. 장불승기분, 이의부지, 살사삼분지일, 이성불발자, 차공지재야.
성을 공격한다는 것은 부득이한 방법으로, 큰 방패, 분온를 수선하고, 큰 병기를 갖추는 데 3개월이 걸린다. 거인이 완성되는 것에는 다시 3개월 이후이다. 장수가 그 분을 이기지 못해서 (병사들을) 개미떼처럼 (성벽에) 붙게 만들면, 그 병사들의 1/3이 죽는데, 이렇게 하고도 성을 얻지는 못하니 이것이 바로 공격하는 측의 재앙이다.
축성물을 쌓고 처박혀 있는 적을 치는 것은 끔찍한 재난이다. 물론, 어떤 전쟁이든 십중팔구 이렇게 공성을 해야하는 아주 더러운 상황을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어있다. 하지만, 공성을 한번 할 때마다 군대 이전에 국가의 등골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자꾸 공성을 해야하는 상황에 빠졌다면 전장이 아닌 전쟁 자체를 보고, 도대체 어디서 국가가 전쟁을 말아먹고 있는지 살펴야만 한다. 상대해야하는 요새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전쟁을 잘못 하고 있다는 증거다.
故善用兵者, 屈人之兵而非戰也. 拔人之城而非攻也.
고선용병자, 굴인지병이비전야. 발인지성이비공야.
그 까닭에 용병을 잘하는 자는 적병을 전쟁을 하지 않고 적병을 굴복시킨다. 적의 성을 공격하지 않고 빼앗는다.
방어라는 것은 아무도 못 지나가게 막으려 하는 것이 아닌, 적이 강제로 공격하게 만들어 상대의 시간과 인력과 자금을 허비시키기 위해 하는 것이다. 허나, 아무리 잘 꾸려서 상대를 엿 먹이는 방어라 하더라도 결국 전쟁이란 거대한 흐름의 일부일 뿐이며, 그 방어를 상대하지 않고 무용지물로 만들 방법은 보기보다 수두룩하게 많다. 더 큰 단위의 더 중요한 접근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을 준비한다면 필패한다.
毁人之國而非久也, 必以全爭於天下, 故兵不頓而利可全, 此謀攻之法也.
훼인지국이비구야, 필이전쟁어천하, 고병부둔이리가전, 차모공지법야.
적국을 훼손하여 무너뜨릴 때 오래 끌지 않는다. 필히 천하의 전쟁에 완전하게 승리한다. 고로 병사가 손상되지 않는 완전한 승리를 한다. 이것이 공격하는 책모이다.
공격을 준비하는 것은 아측이 적의 방어를 무용지물로 만들기 위해 행하는 전장 밖의, 전쟁 자체에서의 행동에 기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전쟁을 잘 하고 있다면 적이 아무리 강대해도 막상 공격을 할 때 별 일 없이 싱겁게 끝난다. 그리되면 적은 자신의 자산을 전투에 투입시켜보지도 못하고 앉은뱅이처럼 알아서 폭삭 망해 증발할 것이다. 물론, 안타깝게도 실제 전쟁의 흐름은 항상 이 목표와 반대로 흘러가며, 그렇기 때문에 공격을 준비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공격을 준비해야하는 것만으로도 뼈아픈 손실인데, 하물며 그 공격이 전쟁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적을 잘 때려부숴도 말짱 도루묵에 적이 싱글벙글 비웃을 헛고생만 하게 되는 것이다.
故用兵之法, 十則圍之, 五則攻之, 倍則分之, 敵則能戰之, 少則能逃之, 不若則能避之. 故小敵之堅, 大敵之擒也.
고용병지법, 십즉위지, 오즉공지, 배즉분지, 적즉능전지, 소즉능도지, 불약즉능피지. 고소적지견, 대적지금야
그러므로 전쟁을 하는 방법은, 적군보다 10배의 병력이면 포위하고, 5배의 병력이면 공격하고, 2배의 병력이면 적을 분리시킨 후 차례로 공격하고, 맞먹는 병력이면 최선을 다하여 싸우고, 적보다 적은 병력이면 도망치고, 승산이 없으면 피한다. 그러므로 소수의 병력으로 무리하게 싸우면, 강대한 적의 포로가 될 따름이다.
좋든 싫든 결국 공격을 꾀해야하는 순간이 왔다면, 가능하면 적을 포위해 역으로 내가 눌러앉고 "니가 나와"를 시전하는 것이 좋다. 이것은 공성의 기본이기도 하다. 내가 적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나, 적이 스스로 나오게 강요할 만큼 강대하지는 못하다면 결국 적을 직접 쳐야만 할 것이다. 만약 내가 적보다 강하나 압도할 수는 없다면 적을 분산시켜 한번에 적의 조직력 전체와 맞서지 않도록 계획해야한다. 공격을 꾀해야만 하는데 적과 내가 대등하다면 그저 최선을 다해 싸우는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적보다 허약한데 공격을 해야만 한다면, 공격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감안하고도 그냥 포기하고 도망쳐야 한다. 공짜로 적에게 이익을 퍼주느니 차라리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낫다.
나와 적의 허실과 무관하게, 어떤 경우에도, 공격의 성과가 미심쩍을 상황이라면 적당한 요새로 들어가 시간을 끌며 더 나은 공격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夫將者, 國之輔也. 輔周則國必強, 輔隙則國必弱. 故君之所以患於軍者三
부장자, 국지보야. 보주즉국필강, 보극즉국필약. 고군지소이환어군자삼
장군은 나라를 보좌하는 자이다. 보좌하여 군주와 친밀 하다면 국가는 필히 강해진다. 보좌하여 군주와 틈이 생기면 국가는 필히 약해진다. 고로 군주가 군대에 환난을 가져오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공격을 꾀함에 있어 가장 큰 재앙은 보통 장수가 아니라 장수를 부리는 군주가 만든다. 공격을 꾀하는 것은 전장 위의 전쟁에서 군주가 둘 수를 개선하기 위함인데, 정작 그 수를 두어야 하는 군주가 이상한 짓을 벌인다면 그야말로 천재지변이나 다름 없다.
故君之所以患於軍者三: 不知軍之不可以進而謂之進, 不知軍之不可以退而謂之退. 是爲縻軍.
고군지소이환어군자삼:부지군지불가이진이위지진, 부지군지불가이퇴이위지퇴. 시위미군.
그러므로 군주가 군에 대해 걱정해야할 바가 3가지가 있다. 첫째는 (장수가) 군대의 진격이 불가능한 것을 모르면서 돌진을 명령하는 것이고, 군대의 퇴각이 불가능한 것에 모르면서 후퇴를 명령하는 것이다. 이것이 코 꿰인 군대라고 한다.
따라서 군주는 자신이 가진 자산을 귀중히 여기고, 전쟁을 돕기 위해 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장수와 그 군대에 멍청한 방해를 가하지 않도록 항상 신중해야만 한다. 그 방해란 군대의 기동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不知三軍之事, 而同三軍之政者, 則軍士惑矣.
부지삼군지사, 이동삼군지정자, 즉군사혹의.